분명히 책을 읽었는데 며칠만 지나면 무슨 내용이었는지 잘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읽을 때는 고개를 끄덕였던 문장도 책을 덮고 나면 흐릿해지고 마음에 들어 밑줄까지 그었던 부분인데 막상 누군가에게 설명하려고 하면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막막해지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이런 생각이 들곤 합니다.


내가 책을 제대로 읽지 않은 걸까?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그런 걸까?

시간을 들여 책을 읽었는데 도대체 무엇이 남은 걸까?


하지만 책을 읽은 뒤 내용을 잊어버린다고 해서 반드시 독서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책에 담긴 모든 내용을 기억할 수도 없고 모든 문장을 기억해야만 독서를 잘했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내용을 머릿속에 넣었느냐보다 읽은 내용 가운데 무엇을 이해했고 무엇을 다시 떠올릴 수 있으며 어떤 생각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느냐에 있습니다.

오늘은 책을 읽어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이유와 읽은 내용을 조금 더 오래 기억하는 독서 방법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1. 책을 읽을 때는 이해한 것 같은데, 왜 돌아서면 잊어버릴까?


책을 읽는 순간에는 내용이 자연스럽게 이해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문장을 따라가면서 앞뒤 내용을 연결하다 보면 저자가 전달하려는 뜻이 파악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글을 다시 보는 것과 아무것도 보지 않은 상태에서 내용을 떠올리는 것은 서로 다른 일입니다.


예를 들면, 책을 펼쳐 놓고 읽었던 문장을 보면 '아, 이 내용 기억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책을 덮고 그 문장의 의미를 설명하려고 하면 생각보다 쉽게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눈앞에 있는 정보를 알아보는 것과 기억 속에서 정보를 꺼내는 것은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문장이 이해된다는 느낌이 강하지만, 그 느낌만으로 나중에도 내용을 기억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독서 후 기억을 돕기 위해서는 읽는 시간뿐 아니라 읽은 내용을 스스로 떠올리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책을 덮고 방금 읽은 부분을 한두 문장으로 설명해 보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이해를 점검할 수 있습니다.





2. 모든 문장을 기억하려고 하면 오히려 독서가 버거워진다.


책을 읽는 도중에 좋은 문장을 발견하면 놓치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중요한 내용 같으면 밑줄을 긋거나 포스트잇으로 표시하고 나중에 다시 보고 싶은 부분은 사진으로 남기기도 합니다.

다 좋은데, 문제는 기록해야 할 내용이 점점 많아질 때 생깁니다.

페이지마다 밑줄이 과하게 늘어나면 책을 읽는 시간보다 메모를 정리하는 시간이 길어지겠죠.

그런데 정작 이렇게까지 기록한 내용을 다시 펼쳐보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이럴 때는 기록의 기준을 조금 바꿔볼 필요가 있습니다.

책에 있는 좋은 문장을 전부 모으는 대신, 다음 세 가지를 구분해 보세요.


- 기억하고 싶은 내용 : 책에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나 핵심 주제

- 마음에 남은 내용 : 지금의 감정이나 경험과 맞닿아 있는 문장

- 다시 생각하고 싶은 내용 : 동의하기 어렵거나 더 알아보고 싶은 질문


제가 실제로 글쓰기노트를 작성할 때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이렇게 구분하면 독서 기록은 단순한 문장 수집에서 벗어나 자신이 무엇에 관심을 두었는지 보여 주는 기록이 됩니다.

책의 모든 내용을 기억하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어떤 문장에서 멈추었는지, 무엇에 공감했는지, 어떤 질문이 생겼는지를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독서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3. 읽은 내용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면 책을 덮은 뒤 3분을 활용하자!


사실 읽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기억하는 것입니다.

이때, 우리에게 필요한 게 바로 인출 연습입니다.

독서 후 기억을 돕는 방법 중 최고의 방법은 책을 덮고 내용을 떠올려 보는 것입니다.

다시 읽는 것에만 의존하지 않고 기억 속에서 정보를 꺼내 보는 연습을 하다보면 장기적으로 기억을 유지시킬 수 있습니다.


막상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면 이렇게 해보세요.


첫 번째, 무엇을 읽었는지 떠올려보세요.

책을 덮고 방금 읽은 부분의 핵심을 생각해봅니다.

어떤 내용이었는지, 저자가 가장 강조한 것은 무엇이었는지 떠올 보세요.


두 번째, 나의 말로 설명하기

책의 문장을 그대로 옮기려고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친구에게 설명한다는 생각으로 책에서 강조한 핵심을 한두 문장으로 정리해보세요.


세 번째,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하기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무엇인지, 기존에 알고 있던 생각과 다른 점은 무엇인지, 내 생활에 적용할 만한 부분이 있는지 생각해보세요.


예를 들어 인간관계에 관한 책을 읽었다면 [오늘 읽은 내용은 상대방을 바꾸려 하기보다 내가 어떤 방식으로 반응하는지 살펴보라는 이야기였다.]처럼 정리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완벽하게 기억해 내는 것이 아닙니다.

떠오르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을 다시 확인하면 됩니다.





4. 독서 노트는 길게 쓰는 것보다 내 생각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독서 기록을 시작하려고 하면 막막할 때가 있습니다.

어디서부터 정리해야 할지 모르겠고 책의 내용을 제대로 요약해야 할 것 같아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의 독서 노트를 보면 깔끔하고 알차게 정리되어 있어 나 자신도 그렇게 써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독서 노트가 반드시 완벽한 요약문일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다음 네 가지 질문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기록을 만들 수 있습니다.



- 책의 핵심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기

오늘 읽은 내용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 기억하고 싶은 문장이나 장면과 그 이유 적기

어떤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는가?


- 과거의 경험이나 평소의 생각과 비교하기

이 내용은 나의 경험과 어떻게 연결되는가?


- 실천할 행동이나 더 생각해 볼 질문 하나 남기기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네 가지 질문에 매번 모두 답할 필요도 없습니다.

한 권을 읽고 한 문장만 남겨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록의 분량이 아니라 책의 내용이 나의 생각과 만나는 지점을 발견하는 일입니다.


참고로 책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는 기록은 원문을 다시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여기에 자신의 해석을 덧붙이면 나중에 기록을 다시 펼쳤을 때 그 책을 읽던 당시의 생각까지 함께 떠올릴 수 있죠.

독서 노트는 책의 내용을 보관하는 공간인 동시에, 읽는 사람의 생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하는 공간이기도 하니까요.





5. 한 번 읽고 잊어버렸다면, 처음부터 다시 읽을 필요는 없다.


책을 읽고 며칠만 지나도 내용을 잊어버린다면 처음부터 다시 읽어야 할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물론 책을 다시 읽는 것은 좋은 방법입니다.

처음에는 지나쳤던 내용을 발견하기도 하고 이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이 새롭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다만 모든 내용을 처음부터 반복해서 읽는 방법만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시 읽는 것도 나름의 연습이 쌓여야 잘할 수 있기에 차라리 다음과 같은 순서로 복습해 보세요.


첫째, 책을 덮은 상태에서 기억나는 내용을 먼저 떠올립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떠오르는 핵심이나 인상 깊었던 부분을 간단하게 적어 봅니다.


둘째, 독서 노트나 밑줄 친 부분을 확인합니다.

기억나지 않았던 부분과 다시 떠오른 내용을 비교해 봅니다.

놓쳤던 핵심을 발견했다면 그 부분을 중심으로 다시 읽습니다.


셋째, 시간이 지난 뒤 다시 떠올려 봅니다.

하루나 며칠 뒤에 책을 보지 않고 핵심을 설명해 보는거죠. 기억나지 않는 부분은 다시 확인하면 됩니다.

이 방법은 한 번에 완벽하게 외우려는 부담을 줄여줄 뿐더러 기억을 떠올리는 과정과 다시 읽는 과정을 함께 활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독서를 통해 얻고 싶은 것은 책을 읽는 순간의 익숙함만이 아닙니다.

시간이 흐른 뒤에도 필요한 내용을 떠올리고 자신의 말로 설명하며 새로운 상황에 연결할 수 있는 힘입니다.





6. 결국, 모든 책을 기억할 필요는 없다.


책을 많이 읽다 보면 예전에 읽었던 책의 제목은 기억나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 책은 줄거리가 선명하게 남는데 어떤 책은 단 한 장면이나 문장만 기억에 남기도 합니다.

또 어떤 책은 무엇을 읽었는지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워도 읽기 전과 후의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는 느낌으로 남습니다.

이러한 차이가 있다고 해서 어느 한쪽의 독서만 의미 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문학 작품을 읽을 때는 사건의 세부 사항보다 인물의 감정이나 작품을 읽던 당시의 분위기가 오래 남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실용서나 정보성 도서는 핵심 개념과 활용 방법을 기억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책의 종류와 읽는 목적에 따라 기억하고 싶은 내용도 달라집니다.

그러니 모든 문장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자신을 탓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대신 책을 읽고 난 뒤 이런 질문을 해보면 좋겠습니다.


이 책에서 내가 새롭게 알게 된 것은 무엇일까?

이 책을 읽기 전과 비교해 달라진 생각이 있을까?

지금은 잊어버렸더라도 나중에 다시 만나고 싶은 내용은 무엇일까?


이 질문들에 답하는 과정에서 독서는 단순히 책장을 넘기는 행위에서 조금 더 깊은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책을 읽어도 기억이 나지 않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더 많이 읽어야 한다고 다짐하거나 기억력이 부족하다고 자책하기보다는, 읽은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책을 덮고 잠깐 내용을 떠올려 보기!

마음에 남은 문장에 나만의 생각을 덧붙이기!

며칠 뒤 기억나는 부분부터 다시 확인하기!

이처럼 작은 방법부터 시작해도 충분합니다.


독서는 책에 적힌 모든 내용을 빠짐없이 저장하는 일이 아닙니다.

새로운 생각을 만나고 이미 알고 있던 것을 다시 바라보고 때로는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한 문장을 발견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오늘 읽은 책의 내용을 내일 모두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괜찮습니다.

다만 마음에 남은 한 가지가 있다면, 그 이유를 잠깐 생각해 보세요.

그 작은 기록이 다음 독서를 이어 주는 실마리가 될 수 있으니까요.


여러분은 책을 읽고 나면 내용을 어떻게 기록하고 기억하시나요?

책을 덮은 뒤 떠오르는 생각을 적는 편인지, 인상 깊은 문장에 밑줄을 긋는 편인지 댓글로 여러분의 독서 방법을 나눠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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