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신경림 시인의 대표적인 시 「목계장터」를 함께 읽어보려 합니다.

이 시는 한곳에 머물지 못하고 떠돌아야 하는 삶의 모습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담은 작품입니다.

구름, 바람, 들꽃, 잔돌 같은 자연의 이미지가 반복되면서 자유롭게 떠돌지만 한편으로는 서러운 삶의 모습이 깊게 느껴집니다.

특히 지금의 삶이 답답하거나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다시 읽어보게 되는 시입니다.

아래 시를 천천히 읽어보세요.




목계장터 - 신경림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산서리 맵차거든 풀 속에 얼굴 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려

만물새우 끓어넘는 토방 툇마루

석삼년에 한 이레쯤 천치로 변해

짐 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 해설 및 주제 분석


「목계장터」는 떠돌이의 삶을 통해 자유와 고단함이 함께 존재하는 인생의 모습을 보여주는 시입니다.


시의 첫 부분부터 화자는 자연으로부터 여러 가지 모습이 되라는 말을 듣습니다.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구름과 바람은 한곳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정해진 목적지 없이 흘러가고 불어가며 어디든 이동합니다.

하지만 이 자유로움은 마냥 낭만적이지 않습니다.


화자는 목계나루를 오가는 방물장수가 되고 떠돌이가 됩니다.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네】

이 구절에서는 떠도는 삶의 쓸쓸함이 느껴집니다.

방물장수는 물건을 짊어지고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어디에도 완전히 정착하지 못하고 길 위에서 삶을 이어갑니다.

이어지는 산과 강은 화자에게 들꽃과 잔돌이 되라고 합니다.

들꽃은 어디에서든 피어나지만 한곳에 뿌리를 깊게 내린 나무와는 다릅니다.

잔돌 역시 물살을 따라 자리를 견디며 살아갑니다.


그래서 이 시에서 자연의 이미지들은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정착하지 못하면서도 자신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과 연결됩니다.

특히 마지막에 다시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라고 반복하면서 시는 처음의 이미지로 돌아옵니다.

바람처럼 떠돌고 잔돌처럼 견디는 삶!

그것이 바로 이 시가 바라보는 인생의 한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 시가 주는 메시지


사람은 누구나 한곳에 머물며 안정적으로 살아가고 싶어 하지만 삶이 언제나 그렇게 흘러가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원하지 않았던 곳으로 떠나야 하고 때로는 낯선 환경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며 때로는 어디에도 마음을 내려놓지 못한 채 살아가기도 합니다.

「목계장터」는 그런 삶을 구름과 바람, 들꽃과 잔돌에 빗대어 보여줍니다.

떠도는 삶에는 분명 외로움과 서러움이 있지만 동시에 어디에서든 살아남고 다시 움직일 수 있는 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시는 단순히 떠돌이의 삶은 힘들다고 말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정착하지 못하는 삶도 결국 하나의 삶이며 그 안에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죠.

그것이 이 시에서 느껴지는 중요한 메시지입니다.



■ 하나의 감상


이 시를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남았던 것은 구름, 바람, 들꽃과 잔돌이었습니다.

이들 모두 한곳에 단단하게 자리 잡은 존재가 아닙니다.

바람은 계속 움직이고 구름은 흘러가고 들꽃은 어디에서든 피어나고 잔돌은 거센 물살 속에서도 자리를 지킵니다.

문득 사람의 삶도 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몇 번이나 계획했던 길을 벗어나게 됩니다.

원했던 직장을 얻지 못하기도 하고 오랫동안 함께할 것 같았던 사람이 떠나기도 하고 한곳에 정착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새로운 곳으로 옮겨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나는 왜 이렇게 사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목계장터」를 읽고 나니 꼭 한곳에 오래 머무는 삶만이 제대로 된 삶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어떤 사람은 나무처럼 한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고 어떤 사람은 바람처럼 여러 곳을 지나며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느냐보다 그 삶을 어떻게 견디고 이어가느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시 지금 자신의 삶이 너무 흔들리고 있다고 느끼시나요?

계획했던 길과 전혀 다른 곳에 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렇다면 오늘만큼은 스스로를 너무 나무라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바람처럼 잠시 떠돌아도 괜찮고 들꽃처럼 낯선 곳에서 피어나도 괜찮습니다.

때로는 잔돌처럼 가만히 견디는 시간도 필요하니까요.


삶의 방향을 잃은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에도 우리는 계속 살아가고 있습니다.

언젠가 뒤돌아보면 그렇게 떠돌았던 길 하나하나가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든 길이 되어 있을 거예요.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

『목계장터』는 신경림 시인의 대표적인 시로, 목계나루를 배경으로 떠돌이의 삶과 그 속에 담긴 고단함과 생명력을 자연의 이미지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구름과 바람, 들꽃과 잔돌을 통해 정착하지 못하는 삶도 하나의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하는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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