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 우렁차게 울리던 매미소리가 잦아드니 귀뚜라미 소리가 더 선명해진 요즘입니다.

오늘은 나희덕 시인의 시 「귀뚜라미」를 함께 읽어보려 합니다.

이 시는 아직 자신의 목소리가 충분히 들리지 않는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깊은 위로를 건네는 작품입니다.

다른 사람의 큰 목소리에 묻혀 자신의 존재가 작게 느껴질 때, 그래도 끝까지 살아 있음을 이야기하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특히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에 읽어보면 오래 마음에 남는 시입니다.

아래 시를 천천히 읽어보세요.






귀뚜라미 - 나희덕



높은 가지를 흔드는 매미소리에 묻혀

내 울음 아직은 노래 아니다.


차가운 바닥 위에 토하는 울음,

풀잎 없고 이슬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지하도 콘크리트벽 좁은 틈에서

숨 막힐 듯, 그러나 나 여기 살아 있다

귀뚜르르 뚜르르 보내는 타전소리가

누구의 마음 하나 울릴 수 있을까.


지금은 매미떼가 하늘을 찌르는 시절

그 소리 걷히고 맑은 가을이

어린 풀숲 위에 내려와 뒤척이기도 하고

계단을 타고 이 땅밑까지 내려오는 날

발길에 눌려 우는 내 울음도

누군가의 가슴에 실려가는 노래일 수 있을까.






■ 해설 및 주제 분석


이 시는 자신의 목소리가 아직 세상에 제대로 들리지 않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존재를 알리고 싶은 마음을 귀뚜라미의 울음에 담아낸 작품입니다.

시의 시작부터 귀뚜라미의 목소리는 매미소리에 묻혀버립니다.

【높은 가지를 흔드는 매미소리에 묻혀 / 내 울음 아직은 노래 아니다】

매미는 높은 곳에서 크고 힘찬 소리를 내지만, 귀뚜라미는 땅 가까운 곳에서 작은 소리를 냅니다.

여기에서 매미와 귀뚜라미의 대비는 단순히 두 곤충의 차이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더 크고 화려한 목소리를 가진 존재들 사이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사람의 모습처럼 느껴집니다.


특히 귀뚜라미가 있는 곳은 아름다운 풀숲이 아닙니다.

【풀잎 없고 이슬 한 방울 내리지 않는 / 지하도 콘크리트벽 좁은 틈】

차갑고 답답한 공간입니다.

그런 곳에서도 귀뚜라미는 울음을 멈추지 않습니다.


【숨 막힐 듯, 그러나 나 여기 살아 있다】

이 구절은 이 시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처럼 다가옵니다.

귀뚜라미가 보내는 작은 소리는 단순한 울음이 아니라 살아 있다는 신호입니다.


그리고 시의 후반부에서는 계절이 바뀝니다.

매미의 시끄러운 소리가 사라지고 가을이 찾아오면, 귀뚜라미의 소리는 비로소 누군가에게 들릴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시인은 여기에서도 확신하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가슴에 실려가는 노래일 수 있을까】

자신의 목소리가 정말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을지 조심스럽게 묻습니다.

그래서 이 시는 단순히 '언젠가는 성공할 것이다'라는 희망을 이야기하기보다 아직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순간에도 자신의 목소리를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보여주는 시라고 생각합니다.



■ 시가 주는 메시지


세상에는 언제나 나보다 크고 빠르고 눈에 띄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내 이야기는 아무도 듣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죠.

하지만 목소리가 작다고 해서 그 존재의 가치까지 작은 것은 아닙니다.

지금 당장 누군가에게 들리지 않더라도 내가 내는 목소리는 분명 나의 삶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귀뚜라미가 자신의 울음을 계속 보내듯, 우리도 우리의 자리에서 계속 살아가면 됩니다.

언젠가 주변의 소음이 잦아들었을 때, 그동안 조용히 이어온 나의 목소리가 누군가의 마음에 닿을 수도 있으니까요.



■ 하나의 감상


이 시를 읽으면서 이상하게 마음이 오래 머문 문장은 【숨 막힐 듯, 그러나 나 여기 살아 있다】였습니다.

살다 보면 열심히 하고 있는데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나보다 잘하는 사람은 너무 많고 내가 한 노력은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고.. 아무리 목소리를 내도 세상은 너무 시끄럽게 느껴집니다.

그럴 때 우리는 쉽게 생각합니다.


'내가 하는 일이 의미가 있을까?'

'누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기는 할까?'


그런데 이 시를 읽고 나니 꼭 누군가에게 들려야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귀뚜라미는 자신이 노래가 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면서도 계속 소리를 냅니다.

아직은 매미소리에 묻히고 차가운 콘크리트 틈에 갇혀 있지만 그래도 자신이 살아 있다는 사실만큼은 멈추지 않고 알립니다.

저 역시 가끔은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맞는지,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의미가 있는지 고민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지금은 결과보다 계속 나의 목소리를 내는 시간이지 아닐까 싶습니다.


혹시 요즘 아무리 노력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는 것 같으신가요?

혹은 다른 사람들보다 뒤처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시나요?

그렇다면 오늘은 이 귀뚜라미의 작은 울음을 한번 떠올려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당장 노래가 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아직 아무도 듣지 못한다고 해서 당신의 목소리가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니까요.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나 여기 살아 있다고..!

오늘도 그렇게 자신의 자리에서 울어보면 좋겠습니다.




『귀뚜라미』는 나희덕 시인의 시로, 큰 목소리에 가려진 작은 존재의 마음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잃지 않는 삶의 의미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아직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순간에도 살아 있음을 알리고, 언젠가 자신의 목소리가 누군가의 마음에 닿기를 바라는 희망을 담고 있는 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