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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1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평점 :

설국
저자 : 가와바타 야스나리
출판사 : 민음사
출간 : 2002.01.28
원제 : 雪國 (1947년)
장르 : 소설 > 일본소설 > 일본문학
키워드 : 간밤에읽은책, 설국, 가와바타야스나리, 일본소설추천, 일본고전문학, 노벨문학상수상작, 일본문학추천, 고전소설추천, 세계문학전집, 민음사세계문학, 겨울에읽기좋은책, 인생고전
눈은 모든 것을 덮지만 인간의 마음까지 덮지는 못합니다.
가끔은 줄거리가 아니라 분위기만으로 오래 기억되는 책이 있습니다.
분명 마지막 장을 덮은 지 오래되었는데도 어떤 풍경 하나, 문장 하나가 문득 떠오르곤 하지요.
왜 어떤 작품은 이야기보다 감각으로 기억되는 걸까요?
오늘 소개할 간밤에 읽은 책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대표작 『설국』입니다.
눈 덮인 풍경 속에 머무는 인간의 외로움
『설국』은 일본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가와바타 야스나리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꼽힙니다.
많은 사람들이 일본 문학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고전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지요.
(저 또한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일반적인 소설처럼 사건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눈으로 뒤덮인 공간 속에서 인물들의 감정과 시선을 따라가는 작품에 가깝습니다.
처음 읽는 독자들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하는데 천천히 읽다 보면 이 작품이 보여주려는 것이 사건이 아닌 인간의 내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사랑은 왜 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을까
작품 속 인물들은 서로를 바라보지만 같은 곳을 향해 서 있지는 않습니다.
누군가는 진심으로 사랑하고 누군가는 그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하며 또 다른 누군가는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봅니다.
그래서 『설국』을 읽다 보면 사랑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복잡한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특히 인물들의 관계가 선명하게 정의되지 않습니다.
좋아한다는 말보다 침묵이 많고 확신보다 망설임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오히려 그 애매함이 현실의 감정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언제나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으니까요.
간밤에 읽은 책, 설국
『설국』은 도쿄에서 생활하는 시마무라가 눈이 많이 내리는 온천 마을을 찾으면서 시작됩니다.
그는 그곳에서 게이샤 고마코를 만나고 둘은 특별한 관계를 이어갑니다.
하지만 시마무라는 고마코에게 완전히 다가가지 못하고 또 다른 여성 요코에게도 관심을 보입니다.
책에서는 이 세 인물 사이의 미묘한 감정과 외로움을 눈 덮인 풍경 속에서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전이란 분야를 읽기도 전에 어렵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설국』 역시 쉽게 읽히는 작품은 아닙니다.
제가 고등학생 때 도서관에서 우연히 이 책을 보게 되었는데 인물들의 감정선에 집중이 되질 않아 결국 반납했었으니까요.
오히려 성인이 되고 난 후에 읽고 나니 이 작품이 지금까지 세계문학의 대표작으로 남아 있는지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인간의 외로움, 사랑, 허무, 아름다움.
수십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감정들이 작품 곳곳에 스며 있기 때문입니다.
눈 덮인 풍경 속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만나게 되는 것은 낯선 일본의 풍경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감정일지도 모릅니다.
생각해보면 이 작품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는 문체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은 줄거리보다 문장 자체가 주는 아름다움이 강하게 남습니다.
눈 내리는 산골 마을, 온천 마을의 고요함, 겨울밤의 차가운 공기 같은 풍경들이 섬세하게 펼쳐집니다.
그렇다보니 마치 한 편의 흑백 영화를 바라보는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화려한 장면은 없지만 오래 시선을 붙잡는 장면들이 곳곳에 있거든요.
그래서 『설국』은 빠르게 읽기보다 천천히 음미하며 읽을 때 더욱 깊게 다가오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물들은 끊임없이 서로를 바라보지만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합니다.
가까이 있지만 끝내 닿지 못하는 거리감이 작품 전체를 감싸고 있지요.
어쩌면 그것이 인간관계의 본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이해하려 노력하지만 결국 상대의 마음 전부를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사람은 사람을 향해 다가갑니다.
『설국』은 그런 인간의 쓸쓸함과 아름다움을 눈 내리는 풍경 위에 조용히 그려낸 작품이었습니다.
왜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는지 궁금하다면, 일본 고전문학의 깊이를 느껴보고 싶다면 한 번쯤 꼭 읽어볼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추천합니다!
감각적인 문체와 아름다운 문장을 좋아하는 분
일본문학을 좋아하는 분
노벨문학상 수상작을 읽어보고 싶은 분
『설국』은 화려한 사건보다 인간의 감정과 풍경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작품입니다.
눈 내리는 겨울밤처럼 고요하지만 오래 남는 여운을 가진 소설이죠.
빠르게 소비되는 이야기에 익숙해진 시대일수록 오히려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고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