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관과 객관
저자 : 키코 야네라스
출판사 : 오픈도어북스
출간 : 2026.01.14
장르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과학 > 교양과학 / 사회과학 > 사회문제
키워드 : 간밤에읽은책, 직관과객관, 키코야네라스, 데이터리터러시, 통계책추천, 인문교양서추천, 빅데이터시대, 객관적사고, 교양과학도서

숫자는 진실이 아니라 판단을 돕는 도구일 뿐이다.

요즘 우리는 무엇이든 수치로 설명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조회수, 확률, 지지율, 통계 그래프 등 숫자가 붙는 순간 말은 더 설득력을 얻는 듯 보입니다.
간밤에 『직관과 객관』을 읽으며 문득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습니다.
나는 숫자를 이해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숫자에 기대고 있는 걸까 하고요.

세상 = 복잡한 곳
뱀장어가 선사하는 놀라움은 세상이 보기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자연은 이상할 정도로 직관에 반하는 방향으로, 때로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흘러간다.
수세기 동안 미스터리의 대상이 된 뱀장어는 어떠한 어부도 뱀장어의 유생을 한번도 발견한 적이 없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밝혀진 부분이 있다하더라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생물입니다.
유럽 뱀장어, 아메리카 뱀장어 모두 사르가소해에서 태어나지만 일부는 아메리카 대륙으로, 일부는 유럽 곳곳의 강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즉, 뱀장어는 복잡한 존재이며 이는 세상이 복잡한 곳임을 연결지어 도출시킬 수 있습니다.

세상은 복잡한 곳이다. 그리고 이것은 비선형적이다.
이 책의 첫 논제입니다.
예컨대 나무 부두에 서 있다고 가정한다면 우리가 서 있는 나무 부두의 강도 역시 비선형적입니다.
나무 판자는 한 사람의 무게를 거뜬히 견디며 세월을 버티겠지만 교체하지 않으면 균열이 생길 것이고 언젠가는 부서지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연구하는 자연, 인문 현상이 비선형적이고 불연속적이며 때로는 무질서하기까지 합니다.
이때, 우리 두뇌가 본능적으로 거부한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행동 양상이 지수적 현상입니다.
코로나가 발발했을 때, 감염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는 양상을 보이곤 했죠?
이게 바로 지수적 성장의 역학에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즉, 눈에 보일 정도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음에도 확산을 피하기에는 이미 늦었죠.

MIT 과학자인 에드워드 로렌츠가 예측할 수 없는 혼돈 시스템의 개념을 제시하게 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나비 효과가 로렌츠의 강연에서 비롯된 개념입니다.
로렌츠는 일부 현상의 법칙을 정확하게 알고 있더라도 실제로는 예측 불가능이란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즉, 그는 혼돈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현재가 미래를 결정하지만 대략적인 현재가 대략적인 미래조차 예측하지 못하는 상태라고요.

데이터가 새로운 언어가 된 시대
책에서는 데이터를 어떻게 읽고 어떻게 의심하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묻습니다.
빅데이터가 일상이 된 지금, 정보는 넘치지만 판단은 점점 어려워졌습니다.
저자는 우리가 사는 세계가 본래 복잡하고 불확실하다는 사실부터 인정하라고 말합니다.
단순한 설명은 매력적이지만 대부분의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고요.
2007년, 휴스턴 로키츠의 단장이 된 대릴 모리는 데이터 기반 선수 영입을 처음으로 도입한 NBA 매니저가 됩니다.
전직 선수들은 숫자 놀음이나 맹신하는 멍청이라 독설을 퍼붓습니다.
모리는 야구계에서 먼저 일어났던 경기의 정량적 분석을 기반으로 삼아 데이터를 고려하면 더 좋은 선수를 영입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인간은 정보를 통합할 때 훨씬 더 좋은 결정을 내린다."고 덧붙였습니다.
그 해 여름, 휴스턴 로키츠에서는 첫 선수 계약을 준비하면서 정교한 통계 모델을 활용해 선수들의 가치를 수치로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통계 모델은 22세 유럽 선수에게 높은 점수를 부여하게 되는데 모리는 스카우트들을 설득하지 못했습니다.
그의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스카우트들이 거절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22세 유럽 선수, 마크 가솔은 형이 소속된 레이커스에서 드래프트 48위로 지명된 후 멤피스로 트레이드됩니다.
<드래프트 48위에서 올스타급 선수를 뽑을 확률은 1%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마크 가솔은 첫해부터 최고의 신인 선수로 선정되며 올스타전에 한 번도 아닌 무려 세 번이나 출전하게 됩니다.
그때부터 NBA를 비롯한 여러 스포츠 업계에서는 측정의 중요성을 깨닫게 됩니다.
【통계는 모든 세부 사항을 포착할 수는 없지만, 통계가 없다면 훨씬 더 많은 것을 놓칠 것이다.】
이는 이 책의 기본 명제입니다.
예컨대, 영화 「코어」에서 여주인공 레베카가 착륙 시점을 계산하여 우주선을 무사히 착륙시킨 장면이 초반에 나옵니다.
어렸을 때 본 영화지만 정확한 수치 계산으로 착륙에 성공한 장면이 인상깊어 아직도 기억에 선합니다.
현실을 숫자로 환원하는 자체가 매우 복잡하고 고려해야 하는 요소도 많을 뿐더러 어쩔 수 없이 놓치는 부분도 발생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과정에 있어야 체계적인 분석과 함께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직관의 속임수
책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우리의 직관이 얼마나 쉽게 오류로 이어지는지 보여주는 다양한 사례들이었습니다.
선형적으로만 세상을 이해하려는 습관, 우연을 실력으로 착각하는 태도, 표본의 한계를 보지 못한 채 전체를 단정하는 판단들.
우리는 늘 합리적이라고 믿지만 사실은 편향에 취약한 존재라는 점을 이 책은 차분히 짚어냅니다.
「오만과 편견」의 진리처럼요.
또한 인상 깊었던 건 팩트에 대한 태도였습니다.
통계는 진실 그 자체가 아니라 해석의 도구라는 전제, 같은 숫자라도 맥락과 목적에 따라 전혀 다른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게 됩니다.
결국 중요한 건 숫자를 얼마나 많이 아느냐가 아니라 그 숫자를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태도라는 사실이었습니다.

간밤에 읽은 책, 직관과 객관
『직관과 객관』은 데이터의 차가움이 인간을 향할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고 이야기합니다.
효율과 성과를 앞세우는 사회에서 우리는 종종 사람을 수치로 환원해버리는데 저자는 이성이 인간을 대체하는 도구가 아니라 인간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언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책을 덮고 나니 뉴스 기사 하나를 읽는 태도도 달라질 것 같았습니다.
그래프를 보는 순간 결론부터 내리기보다 그 뒤에 숨은 맥락과 선택되지 않은 숫자를 자연스레 떠올려보게 됩니다.
『직관과 객관』은 통계를 의심하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다만 확신을 조금 늦추라고, 복잡함을 견디라고 권합니다.
우리는 불확실성을 싫어하지만 어쩌면 성급한 확신이야말로 더 큰 오류일지도 모릅니다.
수학과 과학, 전체적으로 철학적인 사고를 하게 만드는 책이기에 천천히 돌고있던 두뇌가 활성화된 느낌을 받은 것만 같았습니다.
빅데이터 시대인 지금, 이를 해석하는 능력을 키우고 싶은 분들께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 책을 추천합니다!
데이터 리터러시를 기르고 싶은 분
통계와 숫자를 비판적으로 읽고 싶은 분
정보의 홍수 속에서 판단 기준을 세우고 싶은 분
『직관과 객관』은 빅데이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사고 방식을 점검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직관을 완전히 버리라는 말이 아니라 직관을 맹신하지 말라는 제안처럼 다가옵니다.
오늘 하루, 숫자를 조금 더 천천히 바라보고 싶은 분께 이 책을 건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