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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우주는 없다 - 우주 불평등 시대를 항해하는 인류의 미래를 위한 긴박한 질문들
최은정 지음 / 갈매나무 / 2025년 11월
평점 :

모두를 위한 우주는 없다 - 최은정
장르 : 과학 · 천문학 · 우주과학
출판사 : 갈매나무 (2025.11.28)
키워드 : 우주 궤도, 우주불평등, 뉴스페이스 시대, 우주안보, 우주개발의 미래, 우주 패러다임 전환
우주의 크기는 경이롭지만 그 안에서 우리가 선택해야 할 질서는 때로 잔혹할 만큼 현실적이다.

■ 끌림의 이유
지구를 중심으로 운용되는 인공위성, 우주선, 우주정거장은 모두 일정한 궤도를 따라 움직인다. 궤도 공간이 그 자체로 제한된 인프라인 셈이다.
인공위성이 떠다니는 우주는 공기도 없고 중력도 거의 없는 초청정 환경으로 인공위성에 유리한 점만 있을 것 같지만, 지구와 근본적으로 다른 환경 탓에 지상에서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위성을 제작하고 발사하는 비용이 급감하면서 우주로 나가는 진입장벽이 낮아져 현재는 민간기업에서도 위성을 발사하는 시대가 도래하였습니다.
다만 제어 불능한 위성부터 폐기된 위성까지 관리되지 않은 채 궤도를 떠돌기 시작하면서 우주환경을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주 폐기물이 빠르게 늘어나자 각 물체를 정확히 식별하고 추적하는 일도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죠.
이 흐름이 지속되면 우주물체 구도 예측에 오차가 증가하고 실시간 회피가 어려워져 충돌 위험 또한 증가하게 됩니다.
충돌이 일어나면 추가로 생겨나는 많은 파편들 때문에 연쇄반응이 일어날테니 계속해서 악화될 것입니다.
지구 궤도는 단순한 공간이 아닌 우주의 미래입니다.
인류 문명의 필수 기반이지요.
이 궤도가 계속해서 위험에 노출된다면 결국 인류 공동재산 영역이 유지되지 못하는 상황에 도달하게 될 것입니다.
즉, 지구 궤도를 지키는 일이 우주의 미래를 지키는 일입니다.
저자 최은정은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감시센터 센터장입니다.
지속 가능한 우주개발을 꿈꾸는 우주과학자로서 인공위성과 우주 쓰레기의 추락과 충돌, 소행성 충돌 등 우주로부터의 위험을 예측하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즉, 우리가 낭만 속에 감추어둔 우주 불평등과 우주 군비 경쟁, 국제 제도 공백의 현실을 가장 가까운 현장에서 관측해온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녀의 전작인 『우주 쓰레기가 온다』가 위험을 알리는 경보였다면 이번 책은 우주의 권력 구조를 해독하는 지도에 더 가깝습니다.
생각해보면 우주는 더 이상 평등한 공간이라는 이상으로만 설명되지 않습니다.
이미 선진국들이 궤도를 독점했고 후발국은 진입조차 쉽지 않은 구조 속에서 우주 개발은 국가와 민간 기업 간의 거대한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으니깐요.
이 책은 그 현실을 차갑게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우리가 앞으로 어떤 우주를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해 묻습니다.
■ 간밤의 단상
뼛속까지 문과인 제가 어렸을 때부터 유일하게 사랑하는 분야가 바로 천문학입니다.
어린 시절, 외할머니 댁에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쏟아지는 별들 앞에서 늘 설명할 수 없는 떨림이 일곤 했습니다.
그래서 우주를 다룬 책들은 언제나 저를 가장 멀리 또 가장 깊이 데려가는 통로이기도 합니다.
저자의 전작인 『우주 쓰레기가 온다』는 제가 사랑해온 우주의 뒤편, 그늘이 드리운 부분을 처음으로 정면에서 마주하게 한 책이었는데 그녀의 신작 소식을 듣곤 한달음에 펼쳐보았습니다.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란 말이 있지요.
우주를 멀리서 볼 때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서는 순간, 그 속에서 가장 먼저 들리는 것은 침묵이 아니라 경보음이라는 사실을 책은 말해줍니다.
우주 선진국들이 점유한 궤도, GPS, 위성, 정보 독점 등이 만들어내는 비가시적인 권력, 국제기구조차 해결하지 못한 제도적 공백 그리고 군사적 선언까지 우리가 상상하는 우주 탐사가 더 이상 로맨틱한 모험이 아니라 지구와 맞닿아 있는 현실의 안보, 기술, 경제, 패권의 문제라는 사실입니다.
우주 전쟁은 총성이 아니라 경보음으로 시작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로켓 발사에만 관심있을 뿐 수천 개의 우주물체의 움직임에는 관심조차 없습니다.
이 우주물체가 아주 조금씩 이동하는 그 순간, 국가 안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도 말이죠.
『모두를 위한 우주는 없다』는 이런 우리에게 방향을 제시합니다.
속도보다 방향을, 소유보다 상호운용을, 독점보다 신뢰를 택해야 비로소 모두의 우주가 가능해진다고 강조합니다.
지속 가능성이란 특정한 과정이나 상태를 유지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현재의 필요를 충족하면서도 미래 세대가 필요를 충족할 수 있는 능력을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삶, 산업, 사회를 운영하는 것이죠.
이제 지속 가능 발전은 지구에서뿐만 아니라 지구 밖 우주에서도 인류가 지향해야 할 방향입니다.
지구 궤도는 이미 보이지 않는 전쟁터가 되었고 정지궤도를 둘러싼 각국의 경쟁은 치열합니다.
책에서는 달 궤도의 감시 공백, 화성으로 향하는 최적 경로, 소행성 자원 쟁탈전, 화성 궤도 안정성 등 우주 거점 확장 전략의 실제 문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우주 쓰레기, 우주군 창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러난 우주전 양상 등 지금 벌어지고 있는 우주 패권 경쟁의 실제 모습도 구체적으로 엿볼 수 있습니다.
또한 한국의 누리호 개발 과정에서 공식 기록에 남지 않은 비하인드 스토리와 미국 우주군기지 훈련 현장의 오프 더 레코드 기록도 포함되어 있으니 우주에 관심이 있다면 꼭 읽어보세요.
책을 덮고 난 새벽녘, 마당으로 나가니 깨끗한 하늘 위에 조그마한 달 하나가 저멀리 빛을 내고 있었습니다.
빛나는 것들은 언제나 아름답지만 그 빛을 지켜낼 책임 또한 우리의 몫임을 모두가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오늘은 마음 한쪽에 이 문장을 품어 봅니다.
"우주는 꿈의 공간이기 전에 우리가 어떤 질서를 선택하느냐의 문제다."
■ 건넴의 대상
우주를 사랑하지만 그 이면도 알고 싶은 분
뉴스페이스 시대의 흐름을 현실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분
우주개발, 우주정책, 우주안보에 관심 있는 분
♥
KEYWORD ▶ 우주불평등 | 뉴스페이스 시대 | 우주안보 | 우주전쟁 | 우주개발의 미래 | 천문학 교양서 | 최은정 | 한국천문연구원 | 우주정책 | 우주패권 경쟁 | 우주산업 전망
『모두를 위한 우주는 없다』는 우주를 더 사랑하기 위해 반드시 지나야 하는 문처럼 현실의 우주를 정직하게 보여주는 책입니다.
별을, 우주를 좋아하는 마음이 있다면 이 책을 꼭 한 번 펼쳐보세요.
공감이 닿는 문장이 있었다면 댓글로 당신의 우주를 나눠주세요.
당신의 사유가 이 공간을 더 넓고 깊게 만들어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