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형배 작가의 『호의에 대하여』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호의가 지닌 양면성을 섬세하게 탐색하는 에세이입니다.
간밤에 이 책을 펼치며 호의라는 게 어쩌면 사랑보다 더 복잡한 감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우리가 주고받는 친절이 어떻게 관계의 무게가 되는지, 그 미묘한 온도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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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의에 대하여
저자 문형배
김영사
2025-08-28
에세이 > 한국에세이
호의란 때론 사랑보다 더 복잡한 감정이다.
■ 책 속 밑줄
판사란 타인의 인생에, 특히 극적인 순간에 관여하는 사람이다. 분쟁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인생에 대한 풍부한 경험이 없다면 자칫 그들 인생에 커다란 짐을 지우는 오판을 할지도 모른다. 시간이 갈수록 판사란 직업이 두렵다.
독서가 취미라고 하면 밥맛이라고 할지 모르겠는데, 재미있는 책도 많다는 점, 잠이 안 올 때 어려운 책을 잡고 있으면 잠이 솔솔 온다는 점만 말해둔다.
낮은 산이지만 오르내리는 데 힘든 순간이 있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오는 소나무가 있다. 그 소나무는 언제나 침묵하지만 나는 그 침묵 속에서 말의 깊이를 얻는다. 좋은 판사가 될 자신은 없지만 나쁜 판사는 되지 말아야겠다고 가끔 다짐해본다.
민주주의를 제도화하는 데 기여하지 않는 사람도 민주주의를 누린다. 왜냐하면 그것이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다. 나는 고로쇠나무가 될 자신은 없다. 그러나 고로쇠나무를 보호하는 사람 정도는 되고 싶다. 그것이 고로쇠나무의 혜택을 입은 사람의 도리일 것이므로.
나는 가난이 얼마나 쉽게 인생을 흔들 수 있는지를 안다. 그래서 나라 형편이 옛날보다 나아졌다면 가난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극복 가능한 수준으로 낮추어주었으면 하고 바란다.
판사는 많은 경험을 해야 하지만 여러 사정으로 제한적인 경험을 할 수밖에 없다. 문학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문학은 보편적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고, 재판은 구체적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며, 양자는 서로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 끌림의 이유
『호의에 대하여』는 보통의 삶을 지키기 위해 배우고 성찰하며 기록한 120편의 글이 담겨 있습니다.
그가 30년 넘게 공부하고 성찰하면서 발견한 단어는 바로 호의입니다.
호의. 우리가 살아가며 가장 자주 주고받는 것이 호의이지만 그만큼 자주 상처받는 것도 호의입니다.
누군가에게 건넨 친절이 진심이 아닌 의무가 될 때, 그 얇은 막은 쉽게 찢어지고 그 자리에 오해가 남습니다.
저자는 관계의 본질을 묻습니다.
누군가에게 왜 호의를 베푸는가?
그 질문은 곧 나는 왜 사람을 사랑하는가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 책은 결국 호의를 통해 사람 사이의 진심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따뜻하고도 냉정한 기록입니다.
■ 간밤의 단상
읽는 내내 마음이 여러 번 멈칫했습니다.
호의는 늘 좋은 것이라고만 생각했지만 책에서는 그 좋음의 그림자를 집요하게 들여다봅니다.
때론 호의는 상대의 삶에 개입하려는 욕망일 수도 있고 때론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방패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진짜 호의는 상대의 자유를 지켜주는 친절이라고 말합니다.
문득 그런 생각도 해보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누군가에게 건넸던 친절이, 사실은 내 불안을 달래기 위한 방어가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호의는 결국 타인을 비추는 거울이 아니라 나 자신을 드러내는 거울일지도 모릅니다.
2025년 4월 4일.
헌법재판소가 전원일치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한 날입니다.
그 거대한 정치적 장면 앞에서도 이 책의 메시지가 겹쳐집니다.
권력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호의가 얼마나 많은 자유를 침식해왔는가.
진짜 호의, 진짜 공공의 책임은 결국 타인의 자유를 지켜주는 마음의 성숙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우리는 지금 그 대가를 치르며 배우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이 문장을 마음속에 담으며 하루를 시작해보려 합니다.
"호의는 관계의 기술이 아니라 마음의 성숙이다."
"진짜 호의는 상대의 자유를 지켜주는 친절이다."
■ 건넴의 대상
관계 속에서 좋은 사람이 되려다 지치신 분
호의의 진심과 경계를 다시 생각해보고 싶은 분
♥
KEYWORD ▶ 호의에 대하여 독후감 | 문형배 작가 | 인간관계 에세이 | 진심과 친절 | 마음의 온도
『호의에 대하여』는 단순히 따뜻한 문장을 모은 책이 아닙니다.
이 책은 착한 마음이 왜 때로는 사람을 상처 입히는지를 정직하게 묻습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보내는 작은 배려와 말 한마디가 어떻게 관계의 온도를 바꾸는지를 깨닫게 하는 철학적 에세이입니다.
호의를 다시 생각하는 일, 그것이 곧 자신을 다시 바라보는 일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