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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을 타고나는가 - 유전과 환경, 그리고 경험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케빈 J. 미첼 지음, 이현숙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5년 9월
평점 :

우리는 무엇을 타고나는가
저자 케빈 J. 미첼
오픈도어북스
2025-09-24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책 소개
『우리는 무엇을 타고나는가』는 인간의 본성과 자유의지를 둘러싼 질문에 과학적으로 답하고자 쓴 책입니다.
저자는 우리가 타고나는 것은 단지 DNA가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유전자는 뇌의 회로를 설계하지만 그 회로가 어떻게 작동할지는 환경과 경험, 우연이라는 변수에 의해 달라진다는 것이죠.
이 책은 인간은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라는 오래된 철학적 물음을 신경과학과 유전학의 시선으로 풀어냅니다.
태아 시절의 세포 분화에서부터 유년기의 뇌 발달, 청소년기의 경험 축적 그리고 성인이 된 이후의 성격 형성까지, 인간은 정해진 운명과 예측 불가능한 경험 사이를 오가며 만들어진 존재임을 보여줍니다.

■ 문장으로 건네는 사유
인간의 본성은 유전자와 환경이라는 두 선이 교차하며 만들어진 패턴입니다.
우리의 자유의지는 그 패턴 속에서 끊임없이 변주되죠.
인간은 우연의 산물이지만 동시에 우연을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유전자는 우리의 가능성의 지도를 그릴 뿐, 그 안에서 어떤 길을 선택할지는 여전히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 책 속 메시지
결국 사람의 모습은 어느 수준까지는 그대로이다. 다시 말하면 '그냥 그렇게' 태어났다는 것이다. 특히 자녀를 둘 이상 키워 본 부모라면, 아이들이 부모의 양육 방식과 별개로 날 때부터 서로 다른 성향을 지닌다는 사실을 잘 알 것이다.
선천적 특성은 보통 유전자의 영향으로 간주하여, 우리는 '선천적 innate'과 '유전적 genetic'을 구분 없이 사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개념은 '부전자전'이나 '피는 못 속인다.'와 같은 상투적 표현에도 담겨 있다. 이들 표현은 우리의 심리적 특성 중 다수가 단순히 우리의 성장 환경으로만 결정되지 않음을 보여 준다. 그리고 이는 'DNA 안에' 각인되어 있다는, 세상에 널리 퍼진 믿음을 반영한다.
어느 특성이 유전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고 해서 그 특성을 ‘담당하는 유전자’가 반드시 존재한다는 뜻은 아니다. 행동은 전반적으로 뇌 기능에서 비롯되며, 일부 예외를 배제하더라도 특정 유전자의 분자적 기능과 직접 연결되지는 않는다.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변이 가운데 상당수는 뇌의 발달 방식에 매우 간접적으로 작용한다.
현대 유전학의 궁극적인 목표는 유전적 변이가 형질 차이를 만들어 내는 원리를 설명하는 데 있다.
우리는 보통 뇌에 관해 오해하기도 하는데, 이는 주로 예술 작품이나 애니메이션에 표현된 방식으로 확인할 수 있다. ‘뉴런’이라는 신경 세포가 모두 같으며 무작위로 배치되어 있고. 인접한 뉴런끼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어 마치 해면과 같은 구조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
우리는 모두 같은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볼까? 이는 쉽게 답을 내릴 수 없는 문제로, 철학자들이 수천 년 동안을 고민해 온 주제이다. 두 사람이 주관적으로 같은 지각 경험을 하고 있음을 증명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어쩌면 원칙적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뇌의 유연함은 무한하지 않다.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뇌는 변화와 더불어 일관된 자아 정체성과 구조를 유지할 필요성도 있기 때문이다. 뇌가 끊임없이 전면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면, 우리는 결코 우리일 수 없을 것이다.
누군가는 세상을 쉽게 헤쳐 나간다. 그러나 다른 이는 세상에 적응하고, 주위 사람과 잘 어울리거나 정신을 붙들고 사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러한 차이를 부정한 채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변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에 우리는 인간 본성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인정하며, 받아들이기를 넘어 환영할 수 있어야 한다.

■ 하나의 감상
이 책의 핵심은 우리는 정해진 존재가 아니라 만들어지는 존재라는 명제에 있습니다.
저자는 인간의 성격, 재능, 기질이 단순히 유전자의 명령으로 결정된다는 결정론적 시선을 비판합니다.
대신 인간은 유전적 설계와 환경적 경험의 상호작용 속에서 스스로를 완성해가는 존재라고 말하죠.
이 과정에서 저자는 과학의 언어를 넘어 철학의 질문으로 나아갑니다.
나는 나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
내 선택은 정말 나의 것인가?
자유의지는 환상인가?
이 질문들은 단지 학문적 사유가 아니라 우리 각자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거울이 됩니다.
마지막 책장을 덮은 뒤, 제 안에서 오래 맴돈 질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나는 과연 어떤 나로 태어났고 어떤 나로 만들어지고 있을까?
살다 보면 스스로의 기질이 미워질 때가 있습니다.
너무 예민하거나 쉽게 지치거나 혹은 지나치게 완벽을 추구할 때.
그럴 때면 이건 그냥 내가 타고난 성격이라며 체념하곤 했죠.
그런데 이 책은 말합니다.
【그건 단지 가능성의 한 조각일 뿐이다.】
우리가 가진 기질은 하나의 시작점이지 운명은 아니라고요.
환경과 선택 그리고 매 순간의 생각이 모여 지금의 나를 빚어간다는 사실은 어쩌면 그 어떤 자기계발서보다 따뜻한 위로였습니다.
저자의 문장은 과학자의 분석력에 철학자의 사유가 더해져 있습니다.
유전자라는 개념을 다루면서도 그 속에서 가능성과 자유를 이야기합니다.
결국 인간의 삶은 유전적 코드로만 설명할 수 없는 예측할 수 없는 아름다움의 연속이라는 것을 일깨워주죠.
돌아보면 저 역시 수많은 선택과 환경의 조각들이 지금의 저를 만든 셈입니다.
유전이 깔아준 바탕 위에, 수많은 감정과 책, 사람, 시간들이 덧칠되어 지금의 나라는 풍경이 완성된 것이겠죠.
그래서 이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려 합니다.
나는 타고난 대로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빚어가는 존재라고.
■ 건넴의 대상
유전과 환경의 상호작용에 관심 있는 분
인간의 자유의지와 정체성에 대해 사유하고 싶은 분
과학과 철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인문 교양서를 찾는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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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을 타고나는가』는 인간이 유전과 환경의 경계에서 어떻게 나로 완성되는지를 탐구하는 철학적 교양서입니다.
유전자와 경험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독자는 어느새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원적 질문 앞에 서게 됩니다.
이 책을 덮고 난 뒤, 당신은 아마도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게 될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