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제강점기의 슬픔 속에서도 봄의 희망을 노래한 이상화 시인의 대표작,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함께 읽어보려 합니다.

이 시는 단순히 자연의 봄을 그린 작품이 아닙니다.

빼앗긴 들은 곧 빼앗긴 조국 그리고 봄은 자유와 희망을 상징합니다.

이상화 시인은 절망의 시대에도 결코 꺼지지 않는 민족의 생명력과 의지를 시적으로 노래하였습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_이상화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나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국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털을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 해설 및 주제 분석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는 1926년에 발표된 저항시로 식민지 현실의 비극 속에서도 잃지 말아야 할 민족의 정신과 희망을 노래합니다.

【빼앗긴 들】은 일제에 강탈당한 조국, 잃어버린 자유를, 【봄】은 생명력, 희망, 해방을 상징합니다.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라는 구절은 짓눌린 현실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 있는 의지를 나타내죠.

시 전체에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묘사하면서도 그 아름다움을 내 것이 아닌 현실 속에서 느끼는 슬픔과 분노가 깔려 있습니다.

마지막 행의 【봄조차 빼앗기겠네】는 단순한 탄식이 아니라 끝내 되찾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나타냅니다.



■ 시가 주는 메시지


이 시는 일제강점기 민족의 현실을 그리지만 동시에 모든 시대의 절망 속 인간에게 건네는 희망의 언어이기도 합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물음은 【절망 속에서도 삶의 의미는 오는가】라는 질문으로 확장됩니다.

어떤 억압 속에서도, 자연은 다시 꽃을 피우고 사람의 마음은 다시 일어섭니다.

이상화는 봄이 언젠가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는 신념으로 무너진 시대에 작은 희망의 불씨를 남겼습니다.



■ 하나의 감상


이 시를 읽을 때마다 마음 한켠이 먹먹해집니다.

봄은 늘 아름답지만 시인의 봄은 온전히 웃을 수 없는 봄이니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묻습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지금의 우리에게도 이 질문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각자의 삶에서 무엇인가를 빼앗긴 듯한 순간들, 무너지고 싶을 만큼 힘든 날들 속에서도 결국 봄은 다시 오고 희망은 다시 피어난다는 믿음을 전해줍니다.

시인의 시는 단지 과거의 저항시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희망을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건넵니다.


삶이 얼어붙을 때마다 이 시를 떠올립니다.

"그래도 봄은 온다", 그 믿음 하나로 다시 하루를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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