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익은 가을,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줄 책 3권




오늘부터 새로이 시작된 주말 시리즈 <주말에 읽을만한 책>입니다.

가을은 유난히 책이 잘 읽히는 계절입니다.

창가로 스며드는 햇살도, 찻잔 위로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김도, 책장을 넘기는 손끝에 닿는 공기도 어느새 차분해지죠.

이번 주말엔 그런 계절의 온도에 어울리는, 마음을 천천히 데워주는 세 권의 책을 건네고 싶습니다.





『아몬드』 - 손원평


『아몬드』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 윤재의 이야기입니다.

윤재는 감정을 모른다는 이유로 세상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살아갑니다.

그러나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느껴지죠.

윤재가 감정을 모르는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세상의 거친 감정을 가장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라는 것을요.

이 소설은 특히 공감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묻습니다.

또한 누군가의 상처에 다가가기 위해선 말보다 머무름이 먼저라는 걸 알려주죠.

차가운 세계 속에서도 누군가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얼마나 따뜻한지를 보여줍니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면 묘한 여운이 남습니다.

누군가를 쉽게 판단하거나 스스로의 감정을 억누르며 살았던 순간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결국 윤재의 온도가 우리 모두의 이야기였음을 생각하게 만듭니다.


『아몬드』 ▶ https://m.blog.naver.com/hanainbook/224000553884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 황보름


오래 전, 켜켜이 쌓아진 책들이 즐비하고 책내음이 가득한 오래된 책방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을 때면 희한하게 그 서점이 자연스레 연상됩니다.

따뜻한 조명 아래에서 커피 향이 은은히 감도는 듯했어요.

휴남동 서점은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마음이 지친 사람들이 잠시 머물러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쉼터 같은 곳입니다.

주인공 영주와 손님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 모두가 마음 한켠에 작고 오래된 서점을 품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이 소설은 거창한 사건 없이도 인생을 위로하며 이렇게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괜찮아요, 오늘도 잘 해내고 있어요!"

꼭 이렇게요.


읽는 내내 미소가 자연스레 번지는 책입니다.

아무 일도 없지만 그게 참 좋은 하루, 그런 문장들이 가득합니다.

가을 주말의 오후, 카페 한쪽 자리에서 천천히 읽기 좋은 책입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히가시노 게이고


이야기의 시작은 낡은 잡화점에서 시작됩니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편지 한 통이 전해지며 서로 다른 시대의 사람들이 인생의 고민을 나누는 기적 같은 시간이 펼쳐집니다.

삶의 방향을 잃은 이들에게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보여주죠.

인생의 길목에서 길을 잃었을 때, 나미야 잡화점은 묵묵히 이렇게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괜찮아요, 지금도 늦지 않았어요."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땐 괜스레 코끝이 찡해집니다.

이야기 속 편지들이 꼭 제게 전해진 것 같았거든요.

가을밤, 조용히 음악을 틀어놓고 읽기에 더없이 좋은 책입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https://m.blog.naver.com/hanainbook/223840138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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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책들은 유난히 마음에 잔향을 남깁니다.

오늘 소개한 세 권의 책은 모두 다른 목소리를 하고 있지만 결국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번 주말엔 그 문장을 한 장씩 천천히 펼쳐보면 좋겠습니다.

책은 늘 우리의 마음을 가장 잘 알아주는 친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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