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하지 않는다

저자 한강

문학동네

2021-09-09

소설 > 한국소설




사람은 살아 있는 한 끝내 작별하지 않는다.




■ 끌림의 이유


2024 노벨문학상의 주인공, 한강 작가의 소설은 언제나 고통과 기억을 응시합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 사건을 다룬 책으로, 집단적 폭력과 그 상처가 한 개인과 공동체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를 깊이 탐구하는 작품입니다.

역사적 아픔을 단순한 기록이나 교훈으로만 소비하지 않고 지금을 살아가는 이들의 언어와 숨결 속으로 불러내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 간밤의 단상


소설가 경하는 5월의 광주에 대한 소설을 썼지만 그 이후로도 소설 속 감정을 완전히 뿌리치지 못하고 슬럼프를 겪게 됩니다.

그러던 중, 사고로 손가락이 절단된 옛 친구 인선의 전화를 받고 경하는 제주로 향하게 됩니다.

제주에서 경하는 인선의 집에서 예상치 못한 환영과 마주하게 되는데 인선과 그의 어머니가 제주 4·3 사건의 생존자이자 유족임을 고백하며 오랫동안 견뎌온 진실을 듣게 됩니다.


몇년 전,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었을 때 앉은 자리에서 책 한 권을 다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먹먹함이 가슴을 내내 짓눌렀지만,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에 남았던 것은 묵직한 기억의 무게였습니다.

학살, 상실, 증언, 기억.

『작별하지 않는다』는 죽음을 앞둔 노화가와 그의 곁을 지키는 인물들의 시선을 통해 제주4·3 사건의 참혹함을 아주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책에서는 살아남은 자들이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말하지 못한 고통은 어디로 흘러가는지에 대해 보여줍니다.

그래서 몇 달 전에 리뷰한 『소년이 온다』에 이어 『작별하지 않는다』를 꼭 리뷰하고 싶었습니다.

텀이 조금 길어진 이유는 지난번에도 언급했지만 저는 솔직히 한강 작가님의 책을 연달아 읽지는 못합니다. 지금도 말이죠.

고통과 먹먹함이 한동안 짓누르다 보니 저처럼 혼연일체로 독서하시는 분들은 한강 작가님 책은 띄엄띄엄 읽기를 추천합니다.


오랜만에 펼쳤어도 읽는 내내 여러 번이나 멈춰야만 했습니다.

책 속의 고통이 너무나 생생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책은 제게 이렇게 속삭입니다.

망각하지 않고 계속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고통을 치유하는 유일한 길임을요.


우리는 쉽게 잊고 또 쉽게 외면하곤 합니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제주 4·3 사건에 대해 알지 못합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잊혀짐이란 당연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알고 있고 없고의 차이는 분명히 크기 때문에 우리의 잊음이 결국은 또 다른 상처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꼭 알고는 있어야 합니다.

책에서 작별하지 않는다는 건 끝내 함께 살아내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떠난 이와 함께, 아픈 역사와 함께 그리고 여전히 살아가는 우리와 함께, 새벽의 고요 속에서 이 문장이 저를 오랫동안 붙잡고 있었습니다.



■ 건넴의 대상


한국 현대사와 제주 4·3 사건에 관심 있는 분

기억과 증언의 의미를 깊이 사유하고 싶은 분

인간의 상처와 존엄을 소설로 마주하고 싶은 분




KEYWORD ▶ 작별하지 않는다 독후감 | 한강 소설 리뷰 | 한국 현대사 소설 | 제주 4·3 문학 작품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 사건을 다룬 한강의 장편 소설로 역사적 폭력과 집단적 상처를 기억과 증언의 언어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망각을 넘어선 끝내 작별하지 않는 태도를 오늘날의 독자에게 묻는 한국 문학의 중요한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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