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산사 순례
저자 유홍준
창비
2018-08-24
역사 > 역사기행
인문학 > 한국문화유산
산사의 고요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천년 세월이 빚은 숨결이다.
■ 끌림의 이유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으로 임명된 저자가 앞으로도 문화유산을 향한 애정과 사유를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 속에서 이 책을 다시 펼쳐보게 되었습니다.
유홍준 선생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는 한국 땅 곳곳에 숨은 이야기를 발굴하여 걷고 보는 즐거움을 알려주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산사 순례 편은 천년 세월을 품은 사찰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부석사, 해인사, 통도사 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는 산사들의 풍경과 역사 그 속에 깃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고요한 문장 속에 녹아 있습니다.
■ 간밤의 단상
깊은 산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울창한 숲이 열리고 그 끝에 고즈넉한 절집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책 속 산사들은 모두 그 순간의 감동을 간직한 채 천년을 버텨왔습니다.
절집을 둘러싼 산세, 절 마당의 오래된 나무, 기와에 스민 비바람의 흔적까지, 그 모든 것이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역사이자 삶의 증거입니다.
저자는 산사의 아름다움을 단순히 건축적, 예술적 측면에서만 바라보지 않습니다.
그곳에 깃든 수행자의 발자취, 마을과 함께 호흡해 온 시간, 전쟁과 재난 속에서도 지켜온 사람들의 마음까지 함께 이야기합니다.
그래서인지 책장을 넘길 때마다 단순한 문화재 설명이 아니라 한 편의 긴 인생담을 듣는 듯한 울림이 전해졌습니다.
몇 년 전에 읽었을 때, 순천에 있는 선암사는 꼭 가보고 싶다는 말을 남겼었습니다.
저자 또한 미술사적 유적으로 그렇게 뛰어난 것도 아니고 경관이 빼어난 것도 아니지만 가고 싶은 마음이 절로 일어나는 산사라고 표현하니 더더욱 그랬던 것 같은데 다음에 기회가 되면 꼭 가보려고 합니다.
읽다 보면 어느새 부석사 무량수전 앞마당에 서 있는 기분이 듭니다.
석양이 산마루에 걸려 있고 그 빛이 대웅전의 기둥을 타고 내려오는 순간을 눈앞에 그리다보면 상상일지라도 그저 아름답다라는 말로는 담기지 않는 고요와 깊이감이 느껴집니다.
오랜만에 읽고나니 또다른 생각도 들었습니다.
산사의 고요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세월, 사람, 자연이 만들어낸 조화로운 숨결이라는 것을요.
■ 건넴의 대상
사찰과 산사의 문화유산을 깊이 이해하고 싶은 분에게
천천히 걷고 오래 머물며 생각하는 여행을 꿈꾸는 분에게
유홍준 선생님의 문장 속에서 한국의 아름다움을 다시 발견하고 싶은 분에게
♥
당신의 마음 속에도 오래된 고요와 사유가 깃든 산사가 있나요?
이 책이 그곳으로 향하는 작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입니다.
읽고 난 뒤, 꼭 한 번 실제 산사의 마당에 서서 이 고요를 느껴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