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짐 챙겨
저자 김영희
상상
2025-07-15
에세이 > 한국에세이
마음이 움직였다는 것, 그걸로 여행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 책 속 밑줄
하늘이 뻥 뚫린 모래 마당 한가운데에 천 쪼가리들을 깔고 누웠다. 눈을 붙이려고 노력하지만 잠이 올 리 없다. 게다가 점점 추워졌다. 아무리 더운 사막이라도 밤은 춥다. 몸을 움츠리며 추위를 견뎌보지만 이미 한계를 넘었다. 체념하는 순간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보석을 뿌려놓은 듯 반짝이는 별빛이 눈꽃처럼 쏟아져 내렸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밤하늘이 있을까? 노숙은 했지만, 나는 아타카마 사막의 별빛 쏟아지는 하늘을 얻었다.
엄숙한 순간일수록 오히려 반전이 일어나는 영국식 유머는 이 사고의 말랑말랑함에서 연유한다. 삶의 여유가 사고의 여유로 이어진 것일까? 사고의 여유가 삶의 여유로 이어진 것일까? 그렇다. 내가 영국에서 가장 부러웠던 것은 어떤 순간에도 유머를 잃지 않는 삶의 여유였다. ‘이 세상에 웃지 못할 일이 뭐가 있나?’
출국 수속을 마치고, 공항 면세점을 샅샅이 뒤졌다. 웬걸? 파나마 해트가 없었다. 안내소에 물어보니 파는 데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아, 어제 살걸. 이제 파나마를 떠나면 이 멋있는 밀짚모자는 살 길이 없다. 어제 샀어야 했다. 하려고 마음먹었다면 그때 해야 한다. Now or Never! 지금 아니면 영원히 할 수 없다.
행위에 반드시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그냥 먹고, 그냥 운동하고, 그냥 여행을 떠나는 것도 해볼 만하다. 여행하는 동안에도 그냥 쉬고, 그냥 걷고, 그냥 놀러 다니는 것도 해볼 만하다. 큰일일수록, 중요한 일일수록 명분이 있어야 한다는 것도 세상이 만들어 낸 관념일 뿐이다. 이유 없이 그냥 하는 것, 웬만한 용기 없이는 감히 엄두도 못 내겠지만, 가끔은 세상이 만든 길에서 벗어나 볼 필요도 있다. 당신은 자격이 있다.
■ 끌림의 이유
누구나 한 번쯤은 모든 짐을 훌훌 벗어던지고 당장이라도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는 충동을 느낍니다.
하지만 현실은 바쁘고 여행은 늘 계획보다 어려운 일이죠.
『짐 챙겨』는 그런 우리에게 떠나는 마음만 있다면 어디서든 여행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저자인 김영희는 방송가에서 수많은 혁신적인 프로그램을 기획했던 프로듀서입니다.
그런 그가 여행 에세이로 돌아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책은 특별합니다.
그는 여행이 단지 풍경을 옮겨보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중압감에서 자신을 회복하는 방법이었다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직접 밟은 거리, 마주한 사람들, 낯선 곳에서 마주친 나 자신을 재미있게 풀어냅니다.
■ 간밤의 단상
여행 작가로 변신한 김영희 PD. 과연 그의 도전은 어디까지일까? 가볍게 읽다가 푹 빠진다! 김영희 작가님 파이팅! _유재석
김영희 PD의 센세이셔널한 세계 여행담, 여행 떠날 땐 『짐 챙겨』 챙겨! _강호동
획기적 기획의 대가, 김영희 PD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왔을까? 답은 『짐 챙겨』안에 있다. _박명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나는 가수다』, 『양심 냉장고』, 대한민국 방송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김영희 PD가 이번에는 여행지에서 만난 순간들을 우리에게 선물합니다.
책 곳곳에는 저자가 직접 그린 드로잉이 담겨 있어 보는 즐거움도 큽니다.
『짐 챙겨』는 여행 에세이를 넘어 삶과 창의력의 여정을 함께 담은 기록입니다.
전세계 곳곳, 저마다의 감성과 풍경이 저자의 경험과 함께 엮여 있어 여행을 기록하는 방식이 이렇게 따뜻할 수도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되는 문장들도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그가 아이디어의 원천을 일상과 여행 사이의 긴장감에서 찾았다는 점입니다.
떠난다는 것은 단순한 탈출이 아니라 나 자신을 낯선 곳에 놓고 새로운 시선을 갖는 훈련이라는 것이지요.
읽는 내내, 책장 옆에 놓인 여행가방이 제 시선을 계속 사로잡았습니다.
이번 여름 휴가는 일에 치인 덕에 가뿐하게 생략했었는데 어쩌다보니 강원도에 잠시 오게 되었습니다.
(새벽녘에 읽었던 『짐 챙겨』의 영향도 약간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마냥 놀러온 것은 아니지만 공간이 바뀐 것만으로도 여유라는 선물을 받은 듯합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떠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도 괜찮아. 마음이 움직였다는 것, 그걸로 이미 여행은 시작된 거야.
■ 건넴의 대상
일상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은 분에게
지금 당장이라도 휴식이 필요한 분에게
떠나고 싶지만 차마 용기가 나지 않는 분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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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