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석 시인의 시 「여승」, 이 한 줄의 시가 오늘의 나를 붙들었습니다.
오늘은 백석 시인의 「여승」을 함께 읽으려 합니다.
여승 - 백석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느 산 깊은 금덤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어린 딸아이를 때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섦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 해설 및 주제 분석
백석의 「여승」은 자유시, 서정시를 대표하는 시로 시인이 꿈꾸는 고요하고 정갈한 삶의 형상을 여승의 이미지를 통해 투영한 작품입니다.
서사적, 애상적, 감각적인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이 시는 불경을 외우며 살아가는 한 사람의 내면 풍경에 대한 절절한 응시이자 삶의 고요와 연민을 담아내려는 서정시입니다.
시 속 여승은 세속으로부터 떨어진 절간에서 살아갑니다.
그녀는 세상과 단절되었지만 그만큼 세상을 더 깊이 감각하고 수용하는 존재로 묘사됩니다.
시인은 여승의 쓸쓸함, 울음, 연민을 바라보며 내면의 고요함과 따뜻한 인간성을 엿보려 합니다.
시인은 외롭고 무명한 존재를 노래하면서도 그 안에 담긴 숭고함과 평온함을 놓치지 않습니다.
시적 화자의 시선은 동정도 애정도 아닌 깊은 공명에 가깝습니다.
그 여승의 존재가 오히려 우리 모두가 되찾고 싶은 조용한 힘처럼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 하나의 감상
이 시를 읽고 있자니 마음이 유독 조용해졌습니다.
화려하지도 않고 비극을 드러내지도 않지만 삶의 한 자락이 그대로 펼쳐지는 듯한 울림이 있었습니다.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는 어쩌면 한 사람의 여승이 살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대부분 외롭지만 괜찮고 고요하지만 견디며 아무 말 없이 누군가를 다정히 바라볼 줄 아는 내면의 시선을 가지고 있으니깐요.
시 속 여승은 현실을 도피한 존재가 아니라 현실을 가장 조용히 마주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세상과 떨어져 있으나 누구보다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려는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오늘 하루가 벅찼다면 이 시 한 편이 당신의 마음에 잠시 앉아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이 시가 떠오르는 사람이 있나요?
그렇다면 그 사람에게 이 글을 공유해주세요.
오늘, 당신은 누군가의 마음을 데워주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다음엔 이육사 시인의 「광야」를 함께 읽어보려 합니다.
당신이 지켜온 믿음과 고요한 다짐을 함께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