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디의 우산

저자 황정은

창비

2019-01-20

소설 > 한국소설




너의 고통이 더 이상 낯설지 않아. 이제는 그 고통이 내 안에도 있으니까.




■ 끌림의 이유


연작 소설인 『디디의 우산』에는 「d」와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 두 편이 실려 있습니다.

이 두 이야기는 상실과 기억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부조리한 사회, 갑작스러운 이별, 사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고통을 조용히 되짚습니다.

저자 특유의 절제된 문장은 감정을 직설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오히려 그 침묵의 결이 독자의 마음을 묵직하게 누릅니다.

문장 하나하나가 조심스레 다가와 긴 여운을 남기고 연민이나 비애를 넘어서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고요한 연대의 감정에 이르게 합니다.



■ 간밤의 단상


「d」

동창회에서 다시 만난 d와 dd는 연인으로 발전해 동거를 시작합니다.

그러나 dd는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남겨진 d는 상실감에 휩싸인 채 회사를 그만두고 택배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어느 날, 작업장에서 여소녀를 만나게 되고 오래된 오디오를 통해 음악을 듣고는 dd와의 시간을 천천히 떠올립니다.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

김소영은 서수경, 김소리, 정진원과의 과거를 떠올리며 여러 장면을 회상합니다.

그 기억들 속에는 세월호, 박근혜 탄핵 등 우리가 함께 겪은 한국 사회의 거대한 사건들이 자연스럽게 겹쳐지며 등장합니다.

사적인 기억과 사회적 트라우마가 겹쳐지는 지점에서 말해지지 않은 감정들이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깊은 새벽, 『디디의 우산』을 다시 펼쳐 들었습니다.

처음 이 책을 읽은 것이 벌써 6년 전이었고 리뷰 요청을 받아 재독하게 되었지만 감정의 잔향은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황정은 작가의 문장은 말하지 않아도 감각되는 슬픔, 말보다 강한 침묵의 힘을 보여줍니다.

이 책을 북모임에서 함께 다룬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 호불호가 나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반응조차 이 작품의 미묘한 감정선을 반영한 결과였던 것 같습니다.

문장과 문장 사이의 여백조차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이 작품은 어떤 날엔 무겁고 또 어떤 날엔 다정하게 느껴지곤 합니다.

이야기 속 우산은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누군가에겐 위로가 되고 또 누군가에겐 잊고 있던 기억을 꺼내게 만드는 매개체로 작용합니다.

저자는 특정 사건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지만 사회의 균열과 고통이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읽다 보면 문득 우리가 얼마나 많은 고통을 모른 척하고 살아가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저도 지금 몇 편의 소설을 구상하고 쓰고 있는 중인데 이 책은 제가 '소설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떠올릴 때마다 참고하게 되는 책 중 하나입니다.

어쩌면 소설이란, 닿을 수 없는 타인의 고통을 상상하고 잊히지 않도록 조용히 꺼내어 놓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 건넴의 대상


슬픔이라는 감정을 조용히 마주하고 싶은 분에게

사회적 상처에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모든 분에게

말보다 침묵이 더 깊게 전해지는 소설을 찾는 분에게



필요한 건 거창한 위로가 아닙니다.

가끔은 조용히 우산을 건네는 일, 그걸로 충분한 날이 있으니까요.

이 책을 읽고 떠오르는 장면이나 문장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함께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질 때, 이 공간은 조금 더 깊어지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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