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훈 시인의 시 「승무」, 이 한 줄의 시가 오늘의 나를 붙들었습니다.

오늘은 조지훈 시인의 「승무」를 함께 읽으려 합니다.




승무 - 조지훈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깍은 머리

박사 꼬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에 황촉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이 접어올린

외씨버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뻗은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인데

얇은 사 하이얀 꼬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 해설 및 주제 분석


「승무」는 조지훈 시인의 대표작으로, 불교 의식 중 하나인 승무를 시적 언어로 형상화한 작품입니다.

이 시도 워낙 유명한 작품이다 보니 학창시절에 달달 외웠던 기억이 납니다.

시 속의 여승은 삶과 수행, 고통과 해탈의 경계에서 춤을 춥니다.

그녀의 몸짓은 고요하지만 그 안엔 세상의 번뇌와 고독이 녹아 있죠.

승무의 몸짓은 삶의 고단함, 내면의 갈등 그리고 초월하려는 의지를 상징합니다.

또한 여승의 하이얀 고깔, 외씨버선, 소매, 촛불이라는 상징을 통해 무속적이면서도 철학적인 분위기를 완성하며 한의 정서를 깊이 담아냅니다.



■ 하나의 감상


읽을 때마다 느끼지만, 이 시는 단지 무용을 묘사하기보단 존재에 대한 질문, 즉 고통을 안고 춤으로 승화시키는 인간의 형상이기도 합니다.

시에 표현된 모든 이미지들이 살아 있는 한 사람의 인생 그 자체를 드러내고 있죠.


우리들의 삶이 그런 것 같습니다.

늘 중심을 잃지 않고 걸어 나가야 해서 넘어지지 않기 위해 어떻게든 균형을 잡고 중심을 잡기 위해 자꾸만 발끝을 되짚는 것이죠.

그렇게 돌고 돌다 결국 한 겹의 고깔처럼 자신을 곱게 접어 올리는 순간이 맞이하는 것이지요.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고등학교 때, 문학선생님은 이 부분이 참 좋다고 하셨는데 지금 다시 읽어보니 왜 좋아하셨는지 알 것 같습니다.

우아하지만 단단한, 조용하지만 강인한 그 춤사위처럼, 우리의 하루도 그렇게 흘러가기를 바랍니다.




이 시가 떠오르는 사람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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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당신은 누군가의 마음을 데워주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다음엔 조지훈 시인의 「승무」를 지나 백석 시인의 「여승」으로 이어갑니다.

시간을 관통하는 한 편의 시가 당신의 하루에 작은 울림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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