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한 식물의 세계
저자 김진옥, 소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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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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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은 움직이지 않지만 그 누구보다 먼 여정을 준비하고 있었다.
■ 책 속 밑줄
식물은 참으로 경이로운 생물입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자이언트 라플레시아의 최대 크기는 지름 1.1m이며, 무게는 11kg이라고 합니다. 이 꽃은 양배추처럼 생긴 꽃봉오리에서 피어나는데, 이 꽃봉오리만 해도 지름이 최대 43cm나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거대한 꽃을 피우는 자이언트 라플레시아는 독특하게도 잎도, 줄기도, 심지어 뿌리도 없습니다. 아무것도 없이 그저 땅바닥에서 거대한 꽃 한 송이를 피우는 게 전부입니다. 이런 상태로 꽃을 피우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요? 그것도 세계에서 가장 큰 꽃을 말이죠.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아무리 땅에 바짝 엎드려 살아간다고 해도 북극 지역에서 살아가는 것은 힘겨운 일입니다. 추위와 바람을 막아주는 집이나 두꺼운 옷이 없다면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이런 환경이기에 그곳의 생물들에게는 경쟁할 상대가 없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거기서 사는 것에 적응만 한다면 드넓은 평야가 다 내 것이기 때문에 이보다 더 좋은 곳도 없습니다. 물론 난쟁이버들이 그 이름을 갖기까지 수많은 형제가 살아남지 못하고 사라졌을 것입니다. 결국 이들이 처한 환경에 맞서서 살아남은 개체들만이 난쟁이버들이라는 이름을 달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다른 경쟁 상대와의 싸움이 아닌 자신과의 싸움을 해오고 있는 것이죠.
난초는 씨앗을 최대한 작고 가볍게 그리고 많이 만들기 위해 배젖을 없앴습니다. 그리고 배젖을 대신할 균류와 손을 잡았죠. 자원이 무한하다면 배젖이 풍부한 씨앗을, 그것도 많이 만들면 좋겠지만 환경이 그렇지 못하니 든든한 균류와의 공조를 통해 배젖이 없는 씨앗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이 전략은 난초과가 거느린 종의 숫자가 말해주듯 대성공이었습니다.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의 식물들은 산불을 번식의 기회로 만들어 살아가는 방법을 진화시켰습니다. 그런데 이들처럼 산불을 이용하는 것에서 나아가 마치 산불이 나도록 부추기는 것처럼 보이는 식물이 있습니다. 식물 중에서 가장 ‘산불 친화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식물은 바로 코알라가 즐겨 먹는 잎을 가진 유칼립투스입니다.
■ 끌림의 이유
현재 우리가 식물이라 부르는 생물의 가장 원시적인 단계는 이끼식물인데, 최초의 식물부터 지금의 식물까지 알고 싶다면 45억 7000만 년이라는 지구의 역사와 지질시대를 훑어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그 많은 식물들 중 가장 크고 작은 식물은 무엇이고 가장 빠르고 느리게 자라는 식물은 무엇일까요?
문득 식물의 세계가 궁금해졌습니다.
『극한 식물의 세계』는 우리를 식물의 생존 투쟁 한가운데로 데려다 줍니다.
사막부터 극지대, 고산지대 심지어 방사능 지역까지 인간이 살 수 없는 곳에서도 자라는 식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죠.
막상 식물을 보면 정적인 느낌이 강하지만 실상은 온몸으로 환경과 싸우며 자기 종을 이어가기 위해 집요하게 진화해 온 생존자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책을 읽고나면 무심히 지나쳤던 잡초 하나조차 다르게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 간밤의 단상
날씨가 무더운 요즘, 마당 한켠의 식물들도 저마다 더위를 견디느라 애쓰고 있습니다.
새벽이면 독서를 마친 후 마당으로 나가 화분에 물을 주는 일이 어느새 일상이 되었습니다.
오늘 아침엔 유난히 반려식물들이 기특하게 느껴져 조용히 속삭이듯 말을 걸었습니다.
"오늘도 고마워. 잘 버텨줘서."
혹시 알고 계셨나요? 식물도 사람의 감정을 느낀다는 사실을요.
희한하게도 제가 몸이 아파 기운이 없을 때면 그동안 잘 자라던 반려식물들도 이유 없이 시름시름 앓곤 합니다.
그러다 제가 다시 회복해 진심을 담아 애정을 건네고 물을 주기 시작하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건강을 되찾습니다.
처음엔 믿기 어려웠지만 반복되는 경험 끝에 이제는 믿게 되었습니다.
생명은 느끼고 서로를 닮는 법이니까요.
『극한 식물의 세계』는 출간 직후에 읽고선 오래도록 인상 깊게 남았던 책입니다.
3년 만에 다시 펼쳐보니 그때보다 더 깊이 감탄하게 됩니다.
자연은 위대하다, 그 말도 모자랍니다.
이 책은 가장 작고 연약해 보이는 존재들이야말로 가장 단단한 생존 전략을 갖고 있다는 진실을 들려줍니다.
극지방의 이끼부터 황산의 늪에서 자라는 부처손까지, 우리는 이름도 알지 못하는 수많은 식물들이 인간이라면 상상도 못할 환경에서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들은 말 대신 뿌리로, 잎으로, 생명으로 자신을 증명합니다.
자연 앞에서 인간은 가장 많은 것을 의존하며 살아가는 존재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오늘도 무심히 지나쳤던 가로수 한 그루, 공기 중의 이끼 하나가 수억 년 동안 생존해 온 존재라는 사실을 떠올려 보세요.
그 순간, 이 평범한 풍경이 새삼 경이롭게 느껴질 것입니다.
이전에 쓴 리뷰가 있어 간략하게 작성한 것이니, 조금 더 자세하게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아래 리뷰를 읽어주세요.
극한 식물의 세계 ▶ https://blog.naver.com/hanainbook/222897728053
■ 건넴의 대상
식물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싶은 분에게
일상의 자연이 더 이상 평범하게 느껴지지 않는 분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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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