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베라는 남자
저자 프레드릭 배크만
다산책방
2015-05-14
원제 : A Man Som Heter Ove (2012년)
소설 > 북유럽소설
고독은 인간을 조금씩 깎아내리지만 누군가와 연결된다는 건 그 조각들을 다시 맞춰보겠다는 의지다.
■ 책 속 밑줄
오베는 59세다. 그는 사브를 몬다.
아내가 죽은 지 6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오베는 하루에 두 번, 라디에이터에 손을 얹어 온도를 확인하며 집 전체를 점검했다. 그녀가 온도를 몰래 올렸을까 봐.
그는 흑백으로 이루어진 남자였다. 그녀는 색깔이었다. 그녀는 그가 가진 색깔의 전부였다.
누군가를 잃게 되면 정말 별난 것들이 그리워진다. 아주 사소한 것들이. 미소, 잘 때 돌아눕는 방식, 심지어는 방을 새로 칠하는 것까지도.
세상 사람 모두가 그녀가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알아야 한다. 그게 사람들이 했던 얘기였다. 그녀는 선을 위해 싸웠다. 결코 가져본 적 없는 아이들을 위해 싸웠다. 그리고 오베는 그녀를 위해 싸웠다. 왜냐하면 그녀를 위해 싸우는 것이야말로 그가 이 세상에서 제대로 아는 유일한 것이었으니까.
사람이란 근본적으로 시간에 대해 낙관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 우리는 언제나 다른 사람들과 무언가 할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말할 시간이 넘쳐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무슨 일인가가 일어나고 나면, 우리는 그 자리에 서서 '만약'과 같은 말들을 곱씹는다.
자기가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란 어렵다. 특히나 무척 오랫동안 틀린 채로 살아왔을 때는.
■ 끌림의 이유
이기적이고 고집이 센 노인의 이야기인 줄 알겠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그의 행동과 말투를 전적으로 이해하며 깨닫게 됩니다.
오베의 삶이 단순히 규칙이 아닌 사랑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요.
『오베라는 남자』는 이별을 맞았던 인간의 결핍과 충돌을 깊게 그려낸 작품으로 『베어타운』과는 또 다른 결의 감동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상실을 경험했던 한 인간이 누군가에게 다시 마음을 열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지 이해하게 됩니다.
슬픔이란 감정은 그 자체로 시간이 되어버린다는 듯한 오베의 하루하루가 여운 깊게 남습니다.
■ 간밤의 단상
새벽녘, 『오베라는 남자』를 다시 읽으며 한 사람의 무뚝뚝한 얼굴 뒤에 숨어 있는 긴 이야기들을 따라가 보았습니다.
누군가를 잃은 사람은 결국 스스로도 잃어버리는 법입니다.
오베는 아내 소냐를 잃고 나서 세상에 홀로 남은 사람처럼 이웃과의 교류없이 살아갑니다.
하지만 삶은 우연처럼 문을 두드리곤 하죠.
새로 이사 온 이웃을 계기로 뜻밖의 동행들이 오베의 마음을 천천히 흔들어 놓습니다.
출간되자마자 읽고선 벌써 서너번이나 더 읽어본 것 같습니다.
심지어 영화 『오베라는 남자』와 『오토라는 남자』 두 편 모두 챙겨봤었으니, 제가 이 책을 얼마나 좋아하는 줄 아시겠죠?
어쩌면 고집이란 말은 어떤 이들에게 방식이 아니라 방어일지도 모릅니다.
이것은 그들에겐 삶의 균형을 겨우 유지해주는 마지막 방패일 수도 있으니깐요.
그 방패를 내려놓기까지의 시간과 그것을 지켜봐주는 사람의 존재는 그들에게 정말 귀한 생명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오베는 우리 모두 안에 숨어 있는 내면의 어떤 부분일지도 모릅니다.
상실을 견디고 다시 사랑을 믿는다는 것.
그것이 이 소설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아닐까요.
■ 건넴의 대상
진정한 사랑을 잃고 회복하고 싶은 분에게
대화가 단절된 삶 속에서 고독감을 느끼는 분에게
마음속 온기를 느끼고 싶은 분에게
♥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