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요일의 기록

저자 김민철

북라이프

2021-07-06

에세이 > 한국에세이




기억은 언제나 그리움을 이기지 못한다.




■ 책 속 밑줄


자신에게 맡겨진 시간 안에서, 일상적인 세계의 일상적인 업무에 불후의 생명력을 불어넣을 것 같지 않은 그런 인물에게는, 진실이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는 일상을 살아가야만 한다.



소설을 읽으며,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 일어나는 사건을 통해 막연하게나마 인간을 배운다. 감정을 배운다. 왜 그 사람이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것인지, 왜 그런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것인지, 왜 분노하지 않는 것인지, 왜 그렇게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인지, 왜 나와는 다른지, 왜 나와는 다른 선택으로 다른 삶을 살 수밖에 없는지 짚어간다. 현실 속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는 희박한 이해의 가능성을 소설을 통해서 약간이나마 늘릴 수 있지 않을까 소망하면서 읽는다.



그러니 나는 잠시 짬을 내어 마시는 커피에 한숨을 돌리고, 학원에 가는 길에서 새벽이슬에 젖은 나무들에 감사하고, 회사 난간에 서서 저녁노을에 먹먹해진 가슴을 느껴야 한다. 누군가가 내 아이디어가 좋다고 말해줄 때 진심으로 웃을 수 있어야 하며, 내가 쓴 글이 아니다 싶을 땐 다시 쓸 열정을 가져야만 한다. 바람의 서늘함에 옷깃을 여미며 가을을 느껴야 하고, 흘러내리는 땀방울이 지긋지긋하지만 여름을 만끽해야만 한다. 나란히 앉아서 그 사람과 마시는 맥주에 행복을 느끼고, 그 사람의 눈빛 속에서 다시 나를 찾아, 다시 일상을 꾸려나갈 힘을 얻어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 그것이 나의 일상이기 때문이다. 여행은 일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꿈꾸는 그곳은 이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지금,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그곳에서도, 그때, 불만족스러울 것이다.



때론 책이 우리를 구원한다. 책은 전혀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는 책으로 구원받는다. 드물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곤 한다. 귀하게도, 고맙게도.



여행은 감각을 왜곡한다. 귀뿐만 아니라 눈과 입과 모든 감각을 왜곡한다. 그리고 우리는 기꺼이 그 왜곡에 열광한다. 그 왜곡을 찾아 더 새로운 곳으로, 누구도 못 가본 곳으로, 나만 알고 싶은 곳으로 끊임없이 떠난다. 그렇게 떠난 그곳에선 골목마다 프리마돈나가 노래를 한다. 이름 모를 클럽마다 라디오헤드가 연주를 한다. 나뭇잎까지도 사각사각 잊지 못할 소리를 들려준다. 햇빛은 또 어떻고. 들어본 적 없는 음악들로 세상이 넘쳐난다. 그 왜곡의 음악을 듣기 위해 오늘도 여행 계획을 세운다. 그 미세한 음악까지 놓치지 않을 정도로 귀가 열린, 마음이 열린 나를 만나기 위해 오늘도 어쩔 수 없이 여행을 꿈꾼다.



…… 뭔가 끊임없이 하고 있다. 그렇게 비옥하게 가꿔진 토양이 있어야 회사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도 내고, 새로운 카피도 쓰고, 새로운 뭔가도 시도할 수 있다고 믿는다. 무엇보다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내가 비옥한 토양을 가진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여기에서 어떤 나무가 자라날지는 모르겠지만 그 나무가 튼튼했으면,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물론 이미 카피라이터라는 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다. 그 나무를 튼튼하게 키우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모든 요일이 같지는 않다.

어떤 날은 사람이 두렵고 어떤 날은 사람 덕에 다시 살아난다.



■ 끌림의 이유


오래 바라보는 시선에서 나오는 조용한 일상이 어쩌면 이렇게 따스하고 아름다울 수 있을까요.

소중한 하루하루를 기록으로 남기는 이 이야기들은 읽다 보면 어느새 나도 펜을 들고 싶어집니다.

책장을 넘기는 동안 마음속 어딘가에 쌓여 있던 문장들이 조용히 떠오릅니다.

사랑했고, 미워했고, 기뻐했고, 후회했고, 그럼에도 살아냈던 나의 요일들.

『모든 요일의 기록』은 기억되지 못한 감정들에 조용히 불을 켜주는 에세이였습니다.



■ 간밤의 단상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한 주를 제대로 살았던 걸까, 아니면 그냥 ‘버텼던’ 걸까.


아직 제 인생은 작고 사소한 것들로만 가득하지만 그 작은 것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 저는 매일 글을 씁니다.

아프고 나서부턴 더 그렇습니다.

잊히는 날들이 늘 아쉬워 혹시라도 놓칠까 봐 더 천천히, 더 조심스럽게 하루를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기록은 단순한 글쓰기가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감각을 다시 세우는 일이라는 걸 이 책을 통해 다시금 느꼈습니다.

책에서도 말하듯, 기록은 자신을 놓치지 않기 위한 일상의 연습입니다.

그래서 오늘 하루도 잊지 않기 위해 저는 펜을 들어 조용히 마음을 적어봅니다.

지금 이 마음을, 지금 이 문장을 놓치고 싶지 않은 그런 새벽이었습니다.



■ 건넴의 대상


오늘 하루, 빨리 잊어버리는 느낌이 드는 분

지나간 감정들을 다시 꺼내 보고 싶은 분

일상의 무게를 글로 표현하고 싶은 분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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