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호승 시인의 대표 시 「수선화에게」, 이 한 줄의 시가 오늘의 나를 붙들었습니다.
오늘은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를 함께 읽으려 합니다.
수선화에게 –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 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 해설 및 주제 분석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더 이상 숨기거나 지워야 할 것으로 보지 않고 오히려 인간 존재의 핵심으로 정면 돌파하는 시입니다.
"울지 마라 /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의 반복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 외로움 속에서 인간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의미를 다시 바라보게 만듭니다.
시인은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는 일이나 눈길, 빗길을 걸어가는 모습처럼 일상의 작고 고요한 장면들 속에 외로움을 배치합니다.
그리고 그 외로움은 인간만의 것이 아님을, 갈대 숲의 도요새, 하느님의 눈물, 나뭇가지 위의 새들이 증명합니다.
이 모든 존재들이 외로움을 품고 있기에 우리는 그 감정으로부터 소외되지 않습니다.
그 어떤 고독도 우리를 이상한 존재로 만들지 않으며 오히려 외로움은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가 됩니다.
■ 하나의 감상
마치 오랜 시간 마음속 어두운 곳에 잠겨 있던 감정을 꺼내어 조용히 안아주는 시였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문학 선생님께서 유독 애정하셨던 시로 기억하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마주하니 그 시절에는 미처 닿지 않았던 위로의 무게가 느껴집니다.
외로움을 피하거나 부정하지 않고, 조용히 받아들이는 것.
그것은 고통을 참아내며 살아가는 모두에게 주어진 일상이자 숙명인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참고 견디는 시간들, 외롭지만 그래도 걷는 발걸음 속에 인간의 빛이 숨어 있습니다.
누군가 보지 않을 거라 믿었던 그 길 위에서, 이 시는 조용히 그렇게 속삭입니다.
당신이 느끼는 외로움이 결코 혼자만의 것이 아님을, 모두가 같은 이유로 숨을 쉬며 걸어가고 있음을 말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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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당신은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다음엔 김용택 시인의 「그 여자네 집」을 함께 읽어보려고 합니다.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이 선사하는 감정의 깊이를 기대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