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예술로 여행하기

저자 함혜리

파람북

2025-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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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나라, 하면 떠오르는 나라가 프랑스다. 프랑스의 수도 파리는 그 핵심이다. 코로나가 잠잠해지고 여행길이 자유로워지면서 오랜만에 찾은 파리에서 그걸 제대로 실감했다. 오랜 세월 공들여 가꾼 도시 파리는 아름답다. 잘 정비된 도로변으로 아름다운 건물들이 줄지어 있고, 그 모든 길이 만나고 헤어지며 만들어지는 지점에는 광장이나 분수, 조각 같은 역사적 기념물이 있다. 겉만 조형적으로 아름답다고 하면 파리가 아니다. 파리에 있는 수많은 미술관이 소장한 다양한 미술품은 인류가 지금까지 이뤄놓은 문화와 정신의 빛나는 결정체들이다. 세계의 문화수도라는 자부심 또한 무리가 아니다.



진귀한 보석을 품은 광산과도 같은 미술관은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배우기에 가장 좋은 장소다. 미술관과 박물관 등 문화자산이 빼곡한 파리는 아름다움을 찾는 사람들이 최고로 치는 도시다. 가볼 곳이 너무 많아서 어디부터 가야 할지 모르겠다면 가장 핵심부터 공략하는 것이 방법이다. 파리에서 가장 중요한 미술관과 박물관 세 곳을 꼽아보자면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그리고 퐁피두 센터다.



세계 최고의 박물관인 만큼 소장 작품과 해외 유수의 박물관과 연계한 기획전도 볼 만하다. 지난 2022년 가을에 갔을 때 ‘세상의 사물들’이라는 주제로 정물화 특별전을 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현대까지 물건을 표현하는 인간의 심리와 기법을 다 모아놓았던 전시였다. 세상의 모든 물건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진풍경이었다.

루브르 박물관은 브랜드화에 앞장서 프랑스 국내와 해외로 확장하고 있다.



오르세 미술관은 원래 철도역이었다. 국제박람회에 맞춰 철도역의 기능은 물론 박람회 참관인들이 묵을 호텔 테르미누스까지 갖춘 도심형 역으로 지어졌다. 건축가 빅토르 랄루는 거대한 기관차 홀의 쇠 박공을 비롯해 모든 구조와 장식이 주변의 우아한 건물들과 조화를 이루도록 세심하게 설계했다. 2년 만에 세워진 건물의 홀은 유리로 덮이고 측창은 아치 형태를 이뤘으며 여행자들의 신메르퀴르(머큐리, 그리스 신화의 헤르메스)가 기관차 홀의 쇠 박공 꼭대기를 장식했다. 하지만 자동차가 보급되면서 철도역은 곧 운영난을 맞았고, 장거리 노선은 1939년 중단됐다. 1945년에는 포로로 잡혔다가 귀향하는 군인들을 위한 임시 숙소로 쓰이기도 했으며, 1962년에는 오슨 웰스의 영화 <심판>의 배경이 되기도 했으나 결국은 철거를 고려하게 된다.



오르세 미술관에는 서구의 근대가 시작된 19세기 후반부터 낭만주의, 사실주의를 거쳐 인상주의와 20세기 초 후기 인상주의, 즉 큐비즘 직전까지 회화와 조각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좀 더 학구적인 산책을 원한다면 프랑스 국립도서관(BNF, Biblio-theque nationale de France)을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문화의 나라답게 도서관도 정말 멋지다. 파리에는 현대식 건물인 미테랑 도서관과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리슐리외 도서관 등 2곳의 국립도서관이 있다. 미테랑 도서관은 미테랑 대통령의 대업인 ‘그랑 프로제(Grands Projets)’ 중 하나로 건립되어 1995년 개관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 ‘직지심체요절’이 보관되어 있는 곳이다. 국제적인 설계 공모에서 우승한 도미니크 페로(Dominique Perrault)의 설계로 지어진 거대하고, 미니멀한 건축물은 현대의 프랑스를 대표하는 건축물로 꼽힌다.



루이뷔통 재단 미술관은 계획이 발표됐을 당시 많은 논란이 있었다. ‘명품기업에 파리의 귀중한 공간을 내준다.’, ‘영혼을 팔았다.’ 등 반론도 있었지만 이제 그런 비난을 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개관 이후 상설 컬렉션 전과 함께 훌륭한 기획전을 선보이면서 트렌드를 선도하는

파리의 문화명소, 나아가 건축이 아름다운 세계적 미술관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현대 예술의 창조를 촉진하고 지지하기 위한 열망으로 만들어진 이 미술관이 성공하면서 ‘문화기업’이라는 LVMH의 이미지는 더욱 강화됐다. 이런 멋진 미술관을 파리에 세움으로써 루이뷔통이 얻게 된 무형의 가치는 수치로는 환산할 수 없을 것이다.



가론 강변을 끼고 우아하고 고전적인 파사드가 길게 늘어서 있는 길이 매력적이다. 건물의 1층은 대부분 카페와 레스토랑이어서 테라스에서 차 마시고, 식사하는 사람들을 보며 길을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보르도의 상징과도 같은 피에르 다리 역시 우아하고 아름답다. 특히 해 질 녘 노을빛이 가로등에 비칠 때의 다리는 꿈속에서 본 듯한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와인 향을 품은 부드러운 바람이 코끝을 스치고 바로크 양식의 아름다운 도시에 가스등 불이 켜질 때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미술관을 돌아보면서 강하게 다가온 것은 위대한 모성의 힘이었다. 툴루즈-로트레크의 어머니 아델 백작 부인은 재산이라면 남부러울 것이 없었지만 불구의 몸이 된 큰아들에게 늘 마음의 짐을 안고 있었을 것이다. 로트레크가 그린 아델 부인의 초상화를 보면 어딘가 어두운 그늘이 있고, 조심스러운 표정이다.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사람이 파리의 사창가에서 여자들과 어울리며 그림을 그리는 것을 로트레크의 아버지는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어머니는 걱정하면서도 늘 모성애로 감싸며 아들을 응원했다.



모더니즘 건축의 거장 르코르뷔지에의 작품을 놓고 우열을 가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각 작품이 나름의 스토리가 있고 건축사에서 차지하는 의미가 그만큼 특별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라투레트 수도원’을 최고로 꼽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와 빛으로 빚어진 영성의 공간, 라투레트 수도원은 자연광을 건축의 기본으로 삼고 빛을 능숙하게 사용했던 르코르뷔지에의 예술혼과 재능이 만들어낸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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