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아나는 다시 플라이 브릿지로 올라가려다가 너무 허둥대는 바람에 사다리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갑판으로 떨어진다. 잠시 머릿속이 아득해졌다가 눈을 떴을 때 햇빛을 막고 서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실루엣이 눈에 들어온다. 검은색 잠수복을 착용한 괴한은 쇠꼬챙이인지 부지깽이인지 모를 무기를 손에 들고 있다. 얼굴에 복면을 뒤집어쓰고 있었지만 오리아나는 괴한의 정체를 알아보았고, 그 순간 숨이 멎을 것 같은 공포감이 밀려든다. 그녀가 대적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괴한이 휘드른 쇠꼬챙이가 머리와 목을 가격했고, 오리아나는 마치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그녀의 몸에서 흘러나온 피가 갑판을 적시는 동안 갈매기 울음소리만이 하염없이 울려 퍼진다.
밀라노에서 태어난 오리아나 디 피에트로는 저명한 기업가 카를로 디 피에트로의 딸이다. 1984년 6월 18생인 그녀는 이복동생 스테파노보다는 아홉 살 연상으로 알려져 있다. 로마실험영화센터를 졸업한 오리아나는 학창 시절에 모델로 활동했다. 이후에는 2005년 《RAI(이탈리아 공영방송)》에서 지역 문화계 소식을 전하는 프리랜서 기자로 사회활동을 시작한 뒤 줄곧 해외 특파원을 지냈다. 과거 유고슬라비아 내전과 체첸공화국의 전쟁 당시에는 종군기자로 명성을 떨쳤다. 《코리에레 델라 세라》에 보코 하람의 반란, 멕시코 정부가 펼친 마약과의 전쟁, 수단 다르푸르에서 자행된 참혹한 인종 학살 등을 다룬 기사를 기고해 세계 전액에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