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느질하는 고슴도치

저자 재발견생활

훨훨나비

2024-05-22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창작동화





'잘할 수 있을까?'


고슴도치는 밤새 걱정으로 뒤척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앉았어요.

오늘은 숲속 마을 체육대회가 열리는 날입니다.

고개 숙여 짧은 다리를 보니 저절로 한숨이 나왔지요.

두 팔을 앞으로 한껏 뻗어 봅니다.

역시나 가늘고 짧아서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주눅이 들었어요.


"어딜 그렇게 힘없이 가니?"


하얗고 보드라운 털을 가진 큰고니가 나타났어요.

하늘을 날다가 고슴도치를 발견하곤 우아한 동작으로 살포시 내려앉았지요.

큰고니가 앞에 서니 고슴도치는 가뜩이나 볼품없어 보이는 자신이 너무나 초라하게 느껴졌어요.


"달리기 경기하러 가. 잘해야 할 텐데 말이야."

"암, 잘할 수 있고말고. 네가 매일 달리기 연습하는 걸 하늘에서 지켜봤단다. 나도 참가하는 경기가 있어. 우리 함께 잘해 보자!"


고슴도치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하자, 큰고니는 웃으며 말을 건넸어요.


환호성 하나 없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정말이지 쓸쓸했습니다. 태양은 하늘 높이 빛나고 그림자 하나 없는데, 오직 고슴도치만 어둠을 뒤집어쓴 것 같았지요.


울다 보니 목이 말랐던 고슴도치는 두 손 모아 맑은 물을 떠 마셨어요.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요?


정신이 번쩍 든 고슴도치는 벌떡 일어났어요.

가슴에서 유난히 밝은 빛이 새어 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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