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109세 찰리에게 배운 것들
데이비드 본 드렐리 지음, 김경영 옮김 / 동녘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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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109세 찰리에게 배운 것들

저자 데이비드 본 드렐리

동녘

2024-05-10

원제 : The Book of Charlie

에세이 > 외국에세이





저자는 밤이 되면 네 자녀에게 동화 속 세계를 선물해주었습니다.

조금 더 크면 이 시간도 사라지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그 시간이 빠르게 찾아오고 말았죠.

그런 그에게 네 자녀는 아빠가 작가 비슷한 사람인 것을 알고 자신들을 위한 책을 써달라고 조르게 됩니다.

저자는 네 자녀에게 선물할 인생 지침서를 집필하려는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험난한 폭풍우가 몰아쳐도 지혜의 열쇠가 될 수 있는 책을 말이죠.

저자는 책을 위해서라면 세상 어디라도 갈 심산이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만날 필요도, 어딘가 멀리 갈 필요도 없었습니다

바로 길 건너편에 그 열쇠를 지닌 사람이 있었으니깐요.

저자 앞에 운명처럼 나타난 한 노인의 이름은 찰리, 그의 나이는 109세입니다.



2007년, 워싱턴에서 캔자스시티로 저자는 이사를 오게 됩니다.

8월의 폭염으로 숨이 턱 턱 막히던 날씨였죠.

그런 그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 있으니 바로 새 이웃이 길 건너편에서 세차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트렁크 수영복 하나만 걸친 채 근육질 가슴을 드러내고 세차를 하고 있었죠.

찰리 화이트, 전직 의사인 그의 나이는 102세입니다.

며칠 전 옆집에 사는 그의 사위 더그에게 소개받았는데, 더그의 아내가 찰리의 막내딸입니다.

나이가 무색하게도 두 눈은 맑고 짙었으며 청력도 멀쩡했고 대화는 주제를 넘나들 정도로 매우 영민한 사람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자가 찰리의 길 건녀편으로 이사 오게 되면서 7년 우정이 시작된 것입니다.



의사였기에 남다른 수명을 보여줬다기보단, 그는 행복한 삶을 사는 비결만은 가장 많이 알고 있었습니다.

비극과 상실, 가난과 좌절, 그리고 때때로 기회를 날려버리는 경험을 하면서도 찰리는 꾸준함과 침착함, 그리고 요즘 말로는 회복탄력성이라고 부를 자립심을 잃지 않았죠.

찰리는 즐거운 순간을 누리고, 기회를 붙잡고, 중요한 것을 지키는 재능을 타고난 인물이었습니다.

심지어 더 어려운 일을 해내는 남다른 요령을 가지고 있었죠. 바로 다른 모든 일은 잊어버리기.

철학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철학자와도 같던 찰리의 조언에는 스토아 철학의 본질이 담겨 있었습니다.

스토아 철학의 평정심, 이것이 바로 오늘날의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토대입니다.



찰리는 삶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깨우쳤던 생각과 지혜뿐만 아니라 미국의 109년 역사의 산증인입니다.

저자는 몇 시간이고 한 자리에서 찰리의 인생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특히 아버지의 죽음 이후 찰리의 성격이 바뀌게 되었음을 알게 되죠.

참고로 찰리의 아버지는 젊은 나이에 승강기에서 운전원의 잘못으로 9층 높이에서 추락하게 됩니다. 비극적인 사고로 인해 큰 상실을 겪은 찰리는 밥 한 술 못 넘기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죠.

찰리의 크나큰 상실은 결국 시간이 해결해주었습니다.

이때 그는 깨닫게 됩니다. 몇 달이 몇 년이 되든 언젠가 시간이 지나면 컴컴한 우울의 파도가 지나가게 될 것이라고.

그리고 그는 이 순간을 계기로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다고 결심하게 됩니다.

찰리는 운명이나 시간을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바꿀 수 있는 것들을 바꾸기 시작합니다.

행동, 감정, 세계관, 정신력을요.



어느 날, 찰리는 저자와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보여줍니다.

뒷마당에 있는 이끼색 장난감 집부터 거실 한가운데 놓인 노래하는 큰 산타까지.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 치울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를 덧붙이며.

저자는 틈만 나면 찰리의 집을 찾아갔고 그때마다 놀라운 이야기를 듣고 오게 됩니다.

그리고 깨닫게 됩니다.

찰리가 느낀 향수는 어떻게든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고, 찰리가 지나온 과거는 미래를 위한 준비였다고.



저자가 찰리를 만나던 해가 애플이 처음 아이폰을 선보인 해였습니다.

글쓰는 게 업인데다 타자기로 작업을 해와서 단순히 아이폰을 값비싼 타자기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찰리는 달랐습니다.

라디오가 발명되기도 전에 태어났던 찰리는 어느새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대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는 언제나 변화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변화를 통한 성장은 새로움에 대한 열망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불확실한 시대(어느 시대나 그렇긴 하지만)에는 많은 사람이 단번에 답을 얻고 싶어 한다.

지금의 추세는 미래 세상을 어떻게 바꿔놓을까?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찰리는 우리가 사는 곳이 미래의 세상이 아님을 이해했다.

우리는 우리의 행동과 의지가 만들어낸 훨씬 더 작은 영역 안에서 현재의 순간을 살아간다.

우리는 내일을 통제할 수 없다. 그것이 현실주의다.

반면 낙관주의는 미래를 기다리며 미래를 이해하고자 노력할 수 있다고, 미래를 붙잡고 심지어 미래를 정할 수 있는 순간이 오면 도약할 수 있다고 가르친다.



찰리의 의붓딸인 린다는 예순여섯 살에 휴가를 다녀오고 몸이 좋질 않아 검사를 받아보니 몸 전체에 종양이 퍼져 몇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그녀가 죽고 몇 주 뒤에 찰리는 102세가 됩니다.

어느 날, 찰리는 현관 밖에서 얼음 조각을 밟고 미끄러져 발목이 부러졌는데 요양시설에 가보니 찰리는 유쾌하게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찰리가 106세 겨울이 되던 해입니다.

찰리는 발목 부상을 떨쳐내고 환각에도 동요하지 않았지만 폐렴에 걸려 입원하게 되는데, 잠시나마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잡담을 나누게 됩니다.

찰리가 107세가 되던 해입니다.

그리고 108세가 되던 해에, 찰리는 자립 능력을 잃어 연인인 메리 앤과 함께 로비를 걸을 수 있는 고급 요양원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급격히 쇠약해진 찰리는 이왕 버틴 거 109세까지 살아보자고 마음을 바꾸게 됩니다.

2014년 8월 17일, 찰리는 이른 새벽 생일 밤을 넘기고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삶의 교훈을 주는 어른과 대화하는 시간을 참 좋아합니다.

제게는 참어른 몇 분이 계시는데 그 중 한 분이 문학을 가르쳐주던 선생님이십니다.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삶 자체에 큰 깨달음을 얻곤 합니다.

마음가짐과 태도의 중요성을 항상 마음 속에 새기는 선생님은 나이를 먹을 수록 그 무게감도 비례하듯 책임감도 커져야 한다고 생각하신답니다.

특히 상대방의 말에 온 마음을 다해 귀 기울여주시죠.

그래서인지 선생님 주변에는 오랫동안 따르는 제자들이 끊이질 않습니다.

모두가 다같은 어른은 아니지요.

찰리의 이야기를 들으니 꼭 훗날 선생님의 모습을 미리 본 것만 같았습니다.

찰리의 인생은 희노애락이 가득했습니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교훈 그 자체였습니다.

페이지 수가 적어질수록 아쉬움이 진해졌고 그의 마지막 소식을 접할 때는 슬펐지만, 그가 남겨준 가르침은 보다 풍족했습니다.



자유롭게 생각해라.

인내심을 연습해라.

자주 웃어라.

특별한 순간을 마음껏 즐겨라.

친구를 사귀고 사이좋게 지내라.

사랑하는 이들에게 감정을 표현해라.

용서하고 용서를 구해라.

깊이 느껴라.

기적을 알아차려라.

해내라.

때로는 부드러워져라.

필요하면 울어라.

가끔은 실수를 해라.

실수에서 배워라.

열심히 일해라.

기쁨을 널리 퍼뜨려라.

기회를 잡아라.

경이로움을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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