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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한시 - 사랑의 예외적 순간을 붙잡다
이우성 지음, 원주용 옮김, 미우 그림 / arte(아르테)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로맨틱 한시
저자 이우성
arte
2015-07-06
반속요(현실로 돌아오는 노래) _설요
化雲心兮思貞淑 (화운심혜화정숙) 구름 같은 이 내 마음 정숙을 생각해보려 하지만
洞寂滅兮不見人 (동적멸혜불견인) 산골짜기 적막하여 사람 보이지 않네
瑤草芳兮思芬蒕 (요초방혜사분온) 아름다운 꽃은 피어날 생각을 하는데,
將奈何兮是靑春 (장내하혜청춘) 장차 어찌하리, 이 내 청춘은.
반속요는 출가했다 다시 속세로 돌아오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반속요를 지은 설요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삶에 환멸을 느껴 출가한 인물입니다.
그러나 계속된 얽매임 속에서 결국 수도의 길을 포기하게 되는데 이 때 반속요를 짓고 환속했다고 전해지며 훗날 당나라 곽진의 첩으로 살다가 죽었다고 알려졌습니다.
삶이 단순하지 않기에참 어렵습니다.
한 번 꼬인 실타래도 쉽사리 풀리지 않는 것이 곧 인생의 순리이기도 하니깐요.
美人怨(미인원) _이규보
腸斷啼鶯春 (단장제앵춘) 단장제 꾀꼬리 우는 봄날 애간장 타는데
落花紅簇地 (낙화홍족지) 꽃은 떨어져 온 땅을 붉게 덮었구나
香衾曉枕孤 (향금효침고) 이불 속 새벽잠은 외롭기만 하여
玉臉雙流淚 (옥검쌍유루) 고운 뺨엔 두 줄기 눈물 흐르누나
郞信薄如雲 (낭신박여운) 님의 약속 믿음 없기 뜬구름 같고
妾情撓似水 (첩정요사수) 이내 마음 일렁이는 강물 같누나
長日度與誰 (장일도여수) 긴긴 밤을 그 누구와 함께 지내며
皺却愁眉翠 (추각수미취) 수심에 찡그린 눈썹을 펼 수 있을까
대표적인 회문시인 '그대 마음 믿을 수 없어요'는 처음부터 읽어도, 뒤에서부터 읽어도 뜻이 통합니다.
翠眉愁却皺 (취미수각추) 푸른 눈썹은 수심 겨워 찌푸려 있는데
誰與度日長 (수여도일장) 뉘와 함께 긴긴 밤을 지내어 볼까
水似撓情妾 (수사요정첩) 강물은 내 마음인 양 출렁거리고
雲如薄信郎 (운여박신랑) 구름은 신의 없는 님의 마음 같아라
淚流雙臉玉 (누류쌍검옥) 두 뺨에 옥 같은 눈물 흐르고
孤枕曉衾香 (고침효금향) 외론 베개 새벽 이불만 향기롭구나
地簇紅花落 (지족홍화락) 땅 가득히 붉은 꽃이 떨어지고
春鶯啼斷腸 (춘앵제단장) 봄 꾀꼬리 우는 소리에 애간장 타누나
임을 그리워하는 여인의 감정을 부각시키며 여인의 처지를 자연과 대조시키고 있습니다.
미인원을 그대로 풀이해보면 아름다운 여인의 원망이란 뜻이지요.
즉, 이 한시는 말그대로 객지로 떠돌아다니는 임이 돌아오지 않아 원망과 함께 기다림을 나타내는 여인의 감정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로맨틱 한시』는 조선 시대 뛰어난 문사였던 박제가, 임제 등의 로맨틱한 한시들을 엮은 책이기도 하며 허난설헌, 황진이와 같은 여류 시인들의 시에는 불운한 현실 속에서 펼쳐낸 그녀들의 애달픈 삶과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책장을 넘길 때 옛날 방식을 고수하고자 왼쪽을 기준으로 책을 넘기게 되어있습니다.
대부분 학창시절에만 접하는 게 다인지라 어려워서 혹은 재미가 덜하다는 이유로 한시가 가깝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만, 알고보면 우리네 삶과 다를 게 없습니다.
시 한 구절에 담긴 사랑과 이별 이야기를 찬찬히 읽다보면 그 깊이감에 어느새 매료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