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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공식
양순자 지음, 박용인 그림 / 가디언 / 2024년 1월
평점 :
『하나, 책과 마주하다』
2014년 향년 73세로 세상을 떠난 저자는 인생이 힘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나이 먹을수록 인생이 힘들어지면, 그것은 인생공식을 모르기 때문이야!"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위로와 돌직구 조언이 우리를 깨우쳐 줄 것이다.
저자, 양순자는 서울구치소 교화위원으로 30년간 사형수들을 상담해왔다. 영암군청 사회복지과 상담실장으로 일했으며, 법무부 교정대상(박애상), 국무총리 인권옹호상, 법무부 장관상 등을 수상했다. 또한 안양교도소 정신교육 강사 군부대 강사 활동을 하면서 양순자심리상담소를 운영했다.
남을 돕는 일에는 계산하지 말고, 누군가 넘어지면 빨리 일으켜줘야 한다가 신조인 그녀는 누군가가 SOS를 치면 언제든 달려가는 열혈 상담가였다. 버스를 타거나 지하철을 탔을 때 그녀 옆자리에 앉기만 해도 그녀의 긍정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만다. 그래서 그녀를 한 번이라도 만난 사람들은 사는 게 우울하거나 위로받고 싶을 때 가장 먼저 그녀를 떠올 린다. 그녀는 2010년 대장암 판정을 받았지만 두 번의 수술 후 항암치료를 포기하고 행복할 때도 슬플 때도 암세포와 함께한다는 생각으로 살다가 2014년 7월, 향년 73세로 마지막 숨을 거두었다.
인생 기본 基本 공식
인생이란 놈이 그렇게 혼란스럽지만은 않다는 거야.
다른 좋은 점도 있지만 나는 이게 제일 좋아. 지혜가 생긴다는 거, 그리고 마음이 평온해진다는 거 말이야. 내 식대로 말하자면 인생의 공식을 터득하게 되는 거라. 이건 아무리 지식이 많아도 소용없는 거거든. 반드시 그만한 경험을 쌓아야 하는 거란 말이지. …… 나잇값을 못 하는 사람들이 있긴 있단 말이지. 이런 사람들은 나이를 먹은 게 아니라 그냥 늙은 거야. '어른'이 아니고 그냥 '늙은이'란 거지. 나이가 들수록 쌓이는 경험과 지식을 잘 버무려서 소화를 해야 자꾸 성숙해지는데, 그걸 못했으니까 고집불통에다가 욕심만 많은 늙은이가 돼버리는 거라.
이제 '나이 먹는 것도 괜찮아,'라는 말의 진짜 뜻은 알겠지? 그냥 나이 먹는 게 괜찮은 게 아니라 '나이 먹는 것도 괜찮을 만큼 잘 살아야 한다.'는 뜻이란 말이지.
사실 어른이 된다고 해서 다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저자의 말처럼 나잇값을 못 한다면 어른이 될 순 없다.
'옛날 사람이라 그런 거야.'
'어쩔 수 없어. 그건 네가 눈 감아줘야 해.'
'왜냐고? 옛날 사람이니깐.'
잘못된 말 혹은 행동을 나이로 방패삼는 게 과연 어른다운 행동일까?
평생을 불행하게 살아온 사람들도 한 번은 행복해야 해.
길게 오랫동안 행복하게 해줄 수 있으면 좋은데 그건 너무 어려운 일이니까 잠깐이나마 행복한 순간을 주자는 말이야.
돈과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아도 돼.
경우에 따라서는 과자 한 봉지로도 평생 잊지 못할 행복한 순간을 줄 수도 있거든.
이 말이야말로 '어른'이 우리에게 해주는 진정어린 말이 아닐까.
당연시 여기게 되면 무심코 지나가 버리게 되는데, 그렇게 지나가는 것이 분명 행복의 한 순간일 수도 있다.
알면서도 애써 모른 척 하며 지나 보낸다면 그것은 결국 행복으로 연결될 순 없다.
그래서 자연스레 생각하게 된다.
이 말이야말로 '어른'이 우리에게 해주는 진정어린 말이 아닐까.
쓰레기라고 그냥 버리는 게 아니야. 버리는 데도 기술이 필요하고 노력이 필요한 거거든. 쓰레기라고 마음대로 버리지 말고 성의껏, 최선을 다해서 버려야 한단 말이지.
"청소도 의미를 새겨 가면서 하고 버리는 것도 정성을 다해서 버려봐. 그러면 당신이 사는 곳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으로 변할 테니까.
마음이 어지럽고 복잡하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주변 정리다.
청소라는 것이 단순히 쓸고 닦는 게 아니다.
쓸데없는 것을 버려야 깨끗해지는 것이기에 쓸데없는 것을 쌓아놓고 있다면 진정한 청소라고 말할 순 없다.
저자의 말처럼 인생 단수를 올리고 싶다면 버리는 연습을 자꾸 해야 한다.
윤회란 게, 업이란 게 당신을 힘들게 하는 거면 '그런 게 어디 있어?'하면서 갖다 버려.
그런데 그게 사는 데 도움이 되면, 고된 인생을 사는 당신 마음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한다면 받아들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뭐든지 당신 마음을 편하게 하는 거면 받아들여.
그게 다른 사람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만 않는 거라면.
윤회를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거구나.
어른을 통해 이렇게 마음을 다잡아볼 수도 있음을 배워본다.
사람 사는 것이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있어야 재미있는 것인데 성인은 다 통달 해버렸으니 기쁘고 슬픈 것이 없다.
즉, 너무 슬퍼하지 말고 너무 기뻐하지 않는다면 사는 게 재미있을 거란 뜻이다.
윤회가 주는 또 다른 선물은 바로 사람을 덜 미워하는 것이며 무슨 일이든간에 빠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가족 사이 家族間 공식
자, 그럼 뭘 준비해야 할까? 돈을 준비하겠어, 아니면 차를 준비하겠어? 마음을 준비해야지. 어떤 마음이냐 하면 남자는 머슴이 될 마음, 여자는 식모가 될 마음을 준비해야 해.
머슴이 하는 일이 뭐야? 어떡하든 부지런히 농사지어서 한 톨이라도 더 거둬서 창고에 쟁여 넣어야 하는 게 머슴이야. 지붕에 구멍은 안 뚫렸나, 농사지을 연장들이 휘지는 않았나, 늘 살피는 거야. 밤중에 식구들 다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 대문을 걸어 잠그는 것도, 집안에 아픈 사람이 생기면 업고 병원으로 달려가는 것도, 손님이 찾아오면 제일 먼저 달려 나가 맞이하는 것도 다 머슴의 몫이지. 말하자면 집안의 파수꾼 같은 거야.
그럼 식모의 몫은 뭘까? 머슴이 든든하게 기반을 다져 놓으면 그 위에 평화와 부드러움의 숨결을 불어 넣는 게 식모의 일이야.
남자는 머슴 될 마음 없으면 결혼하지 마. 그리고 여자는 식모 될 마음 없으면 결혼하지 마. 요새는 뭔 놈의 공주, 왕자가 그렇게 많은지.
왜 이 이야기를 하냐 하면, 왕자하고 공주는 머슴이나 식모가 될 수 없거든. 마음이 온통 왕자, 공주인 사람들이 어떻게 머슴이나 식모가 될 수 있겠어.
사랑하는 상대에게 헌신하는 마음가짐만으로는 결혼 생활이 잘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배우자의 가족과의 결합으로 또다른 가족이 생긴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저자의 말 따라 마음이 온통 왕자와 공주인 사람들은 결혼 생활 내내 트러블이 끊임없이 생길 수밖에 없다.
'나' 자신만을 생각해선 안 되며 항상 배려와 존중을 바탕으로 배우자를 대해야 한다.
파릇파릇하고 생생하다 싶다가도 한순간에 시들어버리는 게 정이라는 놈이야.
벌써 시들어버린 놈 붙들고 원망해 봐야 아무 소용없는 일이야.
그러지 않으려면 미리미리 관리를 잘해야 하는 거야.
예외없이 남자도, 여자도 사회생활은 꼭 필요하다.
할머니께서 고모집으로 옮기시고 나서야 엄마는 근래 들어 동창회를 나가셨다.
결혼하고나서 엄마는 동창회에 나가질 못 했고 친구들과의 연락도 자연스레 끊어졌었다.
할머니가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내는 바람에 외할아버지 제사에도 딱 한 번 가보고 못 가봤다고 한다.
어렸을 때 이걸 깨닫고 나니 뭐, 이런 집안이 다 있나 싶었다.
동창회에 다녀와 집에 온 엄마는 설렘과 신남이 묻어난 열 여덟살 소녀의 표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래서 여고 동창회가 열린다고 하면 이제는 등 떠밀며 나가라고 부추기곤 한다.
예외없이 남자도, 여자도 사회생활은 꼭 필요하다.
자식이 정말로 행복하기를 원한다면 통장의 잔고가 아니라 행복을 물려주는 게 좋아.
부모들이 행복하면 아이들 인생도 행복할 수밖에 없어.
그러니 자신들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어떻게 자녀들에게 보여줄까 그 궁리나 해.
생각해보면, 온전히 우리 가족들만 있을 때 마냥 웃고 떠들기 바쁜데 친가쪽 친척들이 모일 때면 간간히 트러블이 일어나곤 했다.
어린 시절 아빠와 고모들이 크게 싸운 적이 있었는데 장면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박혀 있다.
나와 동생들이 자고 있었다고 생각했겠지만 나는 깨어 있었다.
그나마 동생들이 자고 있어서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옆에서 말리던 엄마가 조용히 방에 들어왔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이불을 들춰 누우라는 제스처를 취했었다.
7살밖에 되지 않았던 내가 보고 들었던 그 장면들은 얼마나 두렵고 무서웠는지 모른다.
그래서 이 말이 더 크게 와닿았다.
가정을 꾸린 여동생에게도 항상 당부하곤 한다.
어려서 기억하지 못할 거라 생각하겠지만 절대 아니라고.
(조카 앞에서) 웃고 떠드는 모습만 보여줘도 부족하다고.
아이에게 온전히 행복을 물려준다면 엄청난 자존감을 무기로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진짜 어른으로 행복하게 사는 법이 이런 것들이 아닐까 싶다.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삶의 가치와 자세는 두고두고 배웠으면 좋겠다.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