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나에게 그 도시​를 알려주었다.

그 여름 해질녘, 우리는 달콤한 풀냄새를 맡으며 강을 거슬러올라갔다. 야트막한 물둑을 몇 번 건너고, 이따금 걸음을 멈추고서 웅덩이에서 헤엄치는 가느다란 은빛 물고기들을 구경했다.


"진짜 내가 사는 곳은 높은 벽에 둘러싸인 그 도시 안이야."

너는 말한다.

"그럼 지금 내 앞에 있는 너는 진짜 네가 아니구나."

당연히 나는 그렇게 묻는다.


"도시는 높은 벽에 둘러싸여 있어서 들어가기가 무척 어려워." 너는 말한다. "나가기는 더 어렵고."

"어떻게 하면 그곳에 들어갈 수 있는데?"

"그냥 원하면 돼. 하지만 무언가를 진심으로 원한다는 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야. 시간이 걸릴지도 몰라. 그사이 많은 것을 버려야 할지도 몰라. 너에게 소중한 것을. 그래도 포기하지 마.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려도, 도시가 사라질 일은 없으니까."

​

나와 너는 둘이서 보내는 시간만으로 충분히 만족하기에 다른 무언가를 곁들이고 싶은 생각이 없다. 순수하게 물리적인 관점에서 보아도 무언가를 곁들일 여지가 없다. 앞서 말했다시피 우리 사이에는 해야 할 이야기가 산더미처럼 많고, 둘이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연인 사이였을까? 간단하게 그런 이름을 붙여도 될까? 나는 알 수 없다. 어쨌거나 나와 너는 적어도 그 시기, 일년 가까운 시간 동안 서로의 마음을 티 없이 순수하게 한데 맺고 있었다. 이윽고 둘만의 특별한 비밀 세계를 만들어내고 함께 나누게 되었다-높은 벽에 둘러싸인 신비로운 도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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