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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퀘스트 2024 - 대한민국 과학기술과 산업의 미래에 ‘질문’을 던지다
서울대학교 국가미래전략원 외 지음, 이정동 기획 / 포르체 / 2023년 11월
평점 :
『하나, 책과 마주하다』
그랜드 퀘스트 Grand Quests 란, 각 분야에서 오랜 시간 해결하지 못했으나 거대한 분야로 성장할 최초의 씨앗이 되는 도전적 문제를 의미한다.
이정동 교수는 각 분야마다 두 사람의 전문가를 초빙하였다. 깊이 있는 토론으로 도전적 질문을 탄생시킴과 동시에 그 답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렇다면 국내 최고 석학들이 전하고자 하는 10개 분야의 그랜드 퀘스트는 과연 무엇일까?
저자, 서울대학교 국가미래전략원은 한국과 세계가 직면한 주요 이슈를 연구하고 중장기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으로 세계적인 수준의 정책 싱크탱크를 지향하고 있다.
다양한 전공 분야와 전문성을 보유한 서울대학교의 학문적 자산을 기반으로 학문의 구분을 넘어선 융복합적 연구, 증거 기반적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한국, 인구, 민주주의, 팬데믹, 과학과 기술의 미래, 경제안보, 탄소중립이란 주제를 다학제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7개의 연구클러스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이 당면한 지정경 리스크’, ‘다시 쓰는 민주주의’, ‘교육 개혁’ 등 주요 현안을 분석하고 정책을 제시하기 위한 프로젝트 연구를 진행해 왔다.
그랜드 퀘스트
☞ 초미세·초저전력이면서 아날로그 방식의 계산도 수행할 수 있는 차세대 반도체를 만들 수 있을까?
☞ 한 번 충전에 10,000km, 10년 가는 배터리를 만들 수 있을까?
☞ 수소 생산을 위해 인체 내 효소처럼 활성과 선택성 및 안정성이 뛰어난 금속촉매를 만들 수 있을까?
☞ 변화된 환경을 인지하고, 이에 맞추어 행동을 적응시켜 나갈 수 있는 로봇을 만들 수 있을까?
☞ 인간의 뇌와 같이 동적인 환경과 상호 작용하고, 인지 구조를 형성하면서 성장해 나가는 새로운 인공지능 패러다임을 구현할 수 있을까?
☞ 인간이 납득할 만한 인과관계를 추론하고 설명을 제시할 수 있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만들 수 있을까?
☞ 암호화된 상태의 데이터로 인공지능을 학습시킨 뒤, 암호화된 질문으로 암호화된 답변을 받을 수 있는 궁극의 동형암호를 만들 수 있을까?
☞ 노화 세포가 인체 각 조직에 노화를 전파하는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제어할 수 있을까?
☞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것을 넘어 항체를 설계하고 생명체의 적응 면역계를 이해하는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을까?
☞ 양자 큐비트의 조작 가능성과 계산의 신뢰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면서, 한국의 강점인 반도체 집적회로 기술을 기반으로 양자 컴퓨팅 플랫폼을 만들 수 있을까?
혁신의 시작은 도전적인 질문에 있다.
최초의 도전적 질문은 의지만 가득할 뿐 실상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적 질문이 없으면 새로운 길을 결코 만들 수 없다.
서울대학교 이정동 교수는 10개의 과학기술을 주제로 그랜드 퀘스트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각 분야에서 두 사람의 전문가를 초빙해 도전적 질문을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이정동 교수는 10개의 그랜드 퀘스트가 도출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좋은 질문이 만들어지는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첫째, 탁월한 질문들은 기초과학과 응용 기술의 접점에서 탄생한다.
둘째, 제시된 아이디어는 흥미롭게도 한국의 강점을 잘 살려 해법을 구해 나갈 수 있는 것들이었다.
셋째, 탁월한 질문의 이면에서 발견할 수 있는 우연한 조우다.
질문을 출제하기 위해선 다른 분야도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우연히 도출된 질문과 연관된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도전적 질문을 생각해보게 된 것이다. 질문이 진화해 나가는 넓은 대지가 바로 가능성의 공간이다.
경계를 알 수 없는 넓은 가능성의 공간에서 탄생하여 진화하는 그랜드 퀘스트는 의문이 들 법한 연구를 많이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즉, 단기적인 성과로 끝내지 않고 장기적인 시각에서 꾸준한 국가 연구 개발 투자가 필요하다.
해법을 구하는 과정에서 질문 자체가 진화하기 때문에 대한민국이 진정 선진국으로 가고자 한다면 국가 정책 방향은 물론 과학기술에 적극 투자하려는 사회 분위기가 자리잡혀야 한다.
☞ IT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초미세·초저전력 반도체를 만들 수 있을까?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현재 컴퓨팅 서비스들이 요구하는 반도체 계산량과 에너지 소모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그러므로 현 세대의 반도체가 아닌 새로운 반도체가 개발되어야 한다. 신개념 반도체는 지금보다 매우 작아져야 하고, 동시에 전력 소모량도 함께 줄어야 하며, 반도체의 정보 계산 및 저장 원리로 기존의 디지털 방식뿐만 아니라 아날로그 방식까지 적용해야 한다. 이런 반도체를 개발할 수 있을까?
☞ 한 번 충전에 10,000km, 10년 가는 배터리를 만들 수 있을까?
이차전지의 에너지 밀도와 긴 수명은 상충관계이다. 에너지 밀도가 높으면서 수명을 길게 하려면 극단적으로 가벼운 소재에 기반하면서도 가역적인 전기화학 반응이 가능한 시스템을 찾아야 한다. 현재의 리튬이온배터리 기술의 한계는 어디일까? 리튬을 대체할 다른 금속을 주기율표에서 다시 찾을 수 있을까?
☞ 효소처럼 뛰어난 수소생산촉매를 만들 수 있을까?
효율적인 촉매 없이는 물을 전기 분해해서 수소를 대량으로 얻을 수 없다. 지구상에 가장 효율적인 수소생산촉매는 인체 내의 효소다. 효소가 탁월한 촉매의 역할을 하는 메커니즘은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효소처럼 효율적으로 작용하는 금속촉매를 만들 수 있을까?
☞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로봇을 만들 수 있을까?
제한된 환경에서 주어진 명령만을 수행하는 로봇은 재난 상황처럼 복잡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서는 쓸 수 없다. 변화된 환경을 인지하고, 이에 맞추어 행동을 적응시키면서 임무를 수행하는 로봇을 만들 수 있을까?
☞ 뇌와 같이 인지 구조를 적응적으로 생성하고 활용하는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을까?
닫힌 환경의 한정된 데이터 기반으로 학습하는 현재의 인공지능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불확실한 환경과 문제에 스스로 대응하지 못한다. 반면, 사람의 뇌는 발달 과정에서 경험을 통해 인지 구조를 변형하고 성장시키면서 적응한다. 인간의 뇌와 같이 동적인 환경과 상호 작용하며 인지 구조를 형성하며 발달해 나가는 아기의 마음을 가진 인공지능을 구현할 수 있을까?
☞ 인과관계를 완전히 추론하는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을까?
대답과 함께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면 인공지능을 믿고 쓸 수 없다. 신뢰할 수 있는 인공지능은 인과관계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하지만 현재의 인공지능 패러다임에서는 인과관계 추론이 불가능하다. 인간이 납득 할 수 있는 인과관계를 추론하고 제시할 수 있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만들 수 있을까?
☞ 암호화된 데이터로 인공지능과 소통할 수 있을까?
개인이나 조직의 중요한 정보를 인공지능에게 제공하지 않으면서도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암호화된 상태의 데이터로 인공지능을 학습시키고, 암호화된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궁극의 동형암호체계를 만들 수 있을까?
☞ 노화 세포를 탐색하고, 제어할 수 있을까?
노화 세포가 인체 각 조직에 노화를 전파하는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제어할 수 있다면 노화와 관련된 많은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가 열릴 수 있다. 노화 전파의 메커니즘을 과학적, 실험적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 단백질 구조 예측 인공지능을 넘어 항체를 설계하고 생명체의 적응 면역계를 이해하는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을까?
인류는 아직 적응 면역계의 메커니즘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 메커니즘을 완전히 이해한다면 수많은 질병에 대해 맞춤형 신약을 만들 수 있다. 획기적인 규모의 항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학습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만들 수 있을까? 이를 통해 인간의 적응 면역계 작동 메커니즘을 새롭게 해석하는 것일 가능할까?
☞ 반도체 집적회로 양자 컴퓨팅을 구현할 수 있을까?
양자 컴퓨팅을 실용적으로 쓸 수 있으려면 고전 컴퓨터만큼 오류가 낮아야 한다. 큐비트의 조작 가능성과 계산의 신뢰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면서 반도체 집적 회로 분야에서 축적된 한국의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집적 회로 기반의 양자 컴퓨팅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풀어야 할 문제가 무엇일까?
체화 인지 구조 인공지능
인공지능 기술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기계학습이라는 강력한 학습 알고리즘의 개발에 힘입어 다양한 패턴을 인식하고 예측하는 기술 분야에서 엄청난 진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현재의 인공지능은 닫힌 환경의 한정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변화하는 불확실한 환경에 스스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반면, 인간의 뇌는 발달 과정에서 경험을 통해 인지 구조를 변형하고 성장시키면서 이와 같은 환경에 적응한다. 인간의 뇌와 같이 동적인 환경과 상호 작용하며 인지 구조를 형성하며 발달하는 인공지능을 구현할 수 있을까?
1950년대 인공지능의 개념이 처음 정립되었지만 희망과 좌절만 반복되고 있었다.
그러다 2010년 무렵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의 정보를 수집하면서 빅데이터를 접할 수 있게 되자 컴퓨팅 파워가 획기적으로 커져 대량의 정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가 세계 최고의 바둑 기사인 이세돌을 이기는 사건은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는데, 이 무렵 나온 인공지능 기법들은 머신 러닝으로 분류한다.
최근에는 챗GPT가 등장해 사람처럼 말하고 글을 써주기까지 한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야 할까?
일단 기계가 학습하는 머신 러닝의 원리를 알아야 한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주면 학습시켜 모델을 만들고 그 모델을 사용해 문제에 대한 답을 도출하도록 시키는 것이 머신 러닝의 원리이다.
즉, 빅데이터를 학습시킬수록 답은 더욱 더 정교해진다.
우리의 뇌 세포들은 아파트처럼 층을 이루고 있는데 머신 러닝에서 말하는 뉴럴 네트워크도 이를 모방해 만들었다.
뇌에서 빌려온 여러 가지 원리들을 머신 러닝에 적용해 가면서 성능을 개선해 나가고 있는 중인데 생각보다 발전 속도가 빨라 전공자들도 따라가기 어려울 만큼 발전중이다.
하지만 기술이 빠르게 발전했다고 해도 아직 지도학습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인공지능이 학습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감독이 꼭 필요하다. 다만 학습한 데이터 세트에 없는 샘플이 나오면 엉뚱한 답변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모든 데이터를 학습시키고 감독하는 것 또한 한계이다.
비지도학습이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데, 학습 데이터의 영향을 많이 받다 보니 학습하지 않은 것에 대해 대응 능력이 없다는 것이 지도학습의 단점이다.
지금의 인공지능이 높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데 여기서 단순히 양만 많아선 안 되고 순도 높은 좋은 데이터여야만 한다.
좋은 데이터, 좋은 데이터를 준비해야 하는 것도 결국 인간이다.
우리의 뇌에도 인공지능과 같이 폐쇄된 시퀀스만 반복하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그래서 큰 힘 들이지 않고 같은 루틴을 반복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뇌에는 동적으로 움직이는 자극이나 환경에 대해서도 금방 인지하는 시스템이 함께 존재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결정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지금처럼 닫힌 환경 속에서 학습된 데이터만 수행시킬 것인지, 아니면 다양한 환경의 변화 속에서 적응할 수 있게 발전시킬 것인지.
초기 인공지능이 프로그래밍된 지식을 바탕으로 합리론적인 사고를 했다면 지금의 머신러닝은 극단적인 경험론적 사고를 하고 있어 데이터만 주어진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을 전부 만들 수 있다.
몸을 강조하기도 하고 행동을 강조하기도 하지만,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열린 세계에 들어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나의 선택으로 행해진 행동은 환경을 바꿔 끊임없는 불확실성의 세계에 놓이게 되는데, 지금의 머신러닝은 이 과정을 생략하고 일단 모든 데이터를 모아두고 학습을 시작한다.
텍스트에 기반한 문서 업무를 사람보다 훌륭하게 처리할 순 있어도 물리적인 영역에서는 사람의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
사람에게 쉬운 일은 기계가 잘하지 못하고 사람에게 어려운 일을 상대적으로 잘하는 것이 인공지능이 가지고 있는 아이러니다.
"궁극적으로 체화 인공지능이 등장한다면 가상의 세계를 넘어 물리적인 현실 세계와 상호 작용할 수 있게 된다."
근본적인 한계만 극복하게 된다면 인간이 하기엔 비효율적인 작업 또한 척 척 해내며 우리의 일상을 넘어 산업 전반에 어마어마한 혁신을 가져다 줄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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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퀘스트의 질문들은 결국 국가적 수요와 연계되어 있다.
질문과 해답은 분명 나와있다.
암호 문제는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이 있고 노화 문제는 고령화와 관련이 있으며 항체 설계는 (팬데믹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관련되어 있다.
즉, 그랜드 퀘스트와 국가적 수요를 연계한다면 혁신적 기술을 키우면서 국가 편익 또한 증진시킬 수 있다.
결국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 셈이다.
과학과는 먼 사람이어도 충분히 이해하며 따라올 수 있어 읽기에는 어려움이 전혀 없다.
그랜드 퀘스트 2024는 미래 산업을 예견하고 지속 가능한 세계를 만들고자 하는 이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