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자들이 떠도는 곳
에이미 하먼 지음, 김진희 옮김 / 미래지향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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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때는 1850년대.

어린 나이에 과부가 된 나오미와 백인 아버지와 인디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 존의 여정.

그러나 그 여정이 순탄치만은 않다.

콜레라에 원주민 공격까지 뭐 하나 쉽게 쉽게 흘러가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 험난한 여정을 이겨내고 새로운 삶을 위해 전진하고자 하는 이들의 의지가 매우 대단하다.

과연 그들은 원하는 종착지에 도착하였을까?


저자, 에이미 하먼은 월스트리트 저널, USA 투데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다.

하먼의 책들은 총 18개국 언어로 출판되었다. 유타 출신의 작은 시골 소녀의 꿈이 이루어진 것이다.

하먼은 그동안 총 열다섯 권의 책을 썼고, 그중에는 월스트리트 저널과 워싱턴 포스트 베스트셀러 『왓 더 윈드 노즈(What the Wind Knows)』, USA 투데이 베스트셀러 『더 스몰리스트 파트(The Smallest Part)』, 『메이킹 페이스(Making Faces)』, 『런닝 베어풋(Running Barefoot)』 그리고 아마존 역사 소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프롬 샌드 앤 애쉬(From Sand and Ash)』가 있다.

『프롬 샌드 앤 애쉬(From Sand and Ash)』의 경우 2016년 휘트니 어워드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소설 『디퍼런트 블루(A Different Blue)』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USA 투데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판타지 소설 『더 버드 앤 더 스워드(The Bird and the Sword)』는 2016년 굿리즈 최고의 책 부문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하먼의 향후 책 출간 일정과 하먼의 포스팅을 보고 싶다면 www.authoramyharmon.com을 방문해 보기 바란다.




존과 나오미의 첫 만남


넓은 도로 한복판,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다소곳이 앉은 노란 드레스의 그녀는 마치 한 송이 꽃과도 같았다.

모두가 먼지와 불만에 둘러싸인 채 부지런히 어디론가 가고 있는데 홀로 가만히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호기심이 일렁였다.

존은 이내 그녀와 눈이 마주쳤는데 계속해서 눈을 맞추고 있자 그녀는 순간 놀랐다가 방긋 웃어주었다.

그리곤 한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나오미 메이라고 해요. 저희 아버지가 당신 아버지 존 라우리 씨께 노새 두 마리를 사셨거든요. 혹시 당신과 아버지 두 분 다 존 라우리라고 불리시는 거예요? 저희 아버지가 그런 이야기를 하셨던 것 같아서요."

내민 손을 바라보니 손바닥은 얼룩덜룩하고 손가락 끝은 새까매 단정한 외모와는 부조화스러워 내민 손을 끝끝내 잡지 않았다.



존의 이야기


존의 아버지는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아들에게 물려주었다.

아들의 존재를 민망해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본인 스스로가 부끄러웠던 것이다.

존의 어머니가 속해있는 부족 원주민들은 그를 이렇게 불렀다.

"두 발", 즉 한쪽 발은 백인의 발, 다른 쪽 발은 포니 족의 발이라는 뜻으로 양쪽 세계에서 존은 낯선 이임을 의미했다.

존은 어머니에게 어머니라 부르지 않았다. 제니라 부를 뿐이었다.

제니는 존의 친어머니가 아니다.

이복 여동생들은 존의 아버지의 파란색 눈을, 머리카락 색은 제니보다 조금 더 밝은 빛을 띠고 있는데 존의 눈과 머리카락 색은 제니보다 조금은 더 짙은 색깔이었다.

주변에 사람이 없을 때는 제니라 불렀고 주변에 사람이 있으면 호칭을 사용하지 않거나 그냥 부인이라고 부를 뿐이었다.

제니를 어머니라 부르는 순간, 머리숱 많고 비뚤어진 미소를 지녔던 포니 족 여인을 부정하는 것이 되어버리니깐.

어느 날, 아버지가 존에게 이런 말을 꺼내게 된다.

"그녀를 사랑했었다."

"네가 나를 나쁜 사람이라 생각한다는 거 나도 안다. 나쁜 놈 맞아. 하지만 나는…… 네가 생각하는 모든 것들에까지 죄책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마리는 나와 함께하는 삶을 좋아하지 않았어. 마리가 떠나고 싶다고 했을 때 나는 그냥 보내줬다. 그리고 너도 보내줄 거다. 하지만 내가 마리를 억지로 보낸 게 아니라는 사실은 너도 알아둘 필요가 있어. 결코 아니었다. 단 한 번도 그런 거 없었어. 만약에 마리가 허락만 해줬다면 나는 평생 마리를 아껴줬을 거다. 그 후로 8년이 지나 마리가 너를 나에게 그리고 제니에게 데려오기 전까지 나는 너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존과 나오미 가족의 첫 만남


나오미에게는 와이엇, 윌, 웨브라는 남자 형제들이 있었는데 존이 바라보는 메이네 가족은 매우 솔직하고 직설적이었다.

존이 나오미 가족들을 만나고 있을 때, 나오미가 갈색 종이 꾸러미를 들며 다가왔다.

존은 다가오는 나오미에게 자연스레 "메이 아가씨."라 불렀는데 웨브는 이렇게 정정했다.

"누나 이름은 콜드웰 부인이에요, 라우리 씨."



나오미의 이야기


미주리 강의 강물은 웨브의 머릭카락처럼 소용돌이치고 있다.

마구용품점을 운영하는 사장님이자 최고 품종의 노새를 판매한다는 라우리씨께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미주리 강을 왜 빅 머디라 부르는 건지 물었다.

"강바닥이 모래로 덮여 있는데 그 모래들이 계속해서 이동하고 다시 자리를 잡으면서 수면 아래에 물길이 계속 새로 만들어진단다. 물거품이 일고 소용돌이치면서 강물을 흙탕물로 만들어 놓지. 그 물에 한 번 빠졌다가는 나오는 데 고생 좀 하게 될 거다."

나오미가 온 일리노이 주가 미주리 주와 별반 다를 것 없다고 생각했는데 세인트조지프에는 고요함과 탁 트인 땅이 없으니 기대 이하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북쪽으로 떨어져 있는 카운슬 블러프스에서 강을 건너 오리건 준주까지 갈 생각을 했지만 카운슬 블러프스는 싸움을 벌이는 곳에 지나지 않아 남쪽으로 출발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세인트조에는 마구점과 증기선 그리고 노새들이 있다고 했는데…… 온종일 존 라우리에 대한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다.


사실 서부로 가는 것은 나오미의 목표가 아니었다. 대니얼의 꿈이었다.

결혼한 지 세 달이 지나고 열아홉 생일이 며칠 안 남던 날 대니얼은 갑작스레 병에 걸려 일주일 후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가 죽었을 때 임신한 게 아닐까 걱정하기도 했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극심한 통증과 함께 피가 흘러 나오자 괜스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나오미는 과부인 동시에 어머니가 되고 싶지 않았다.

1년이 흘러 나오미는 대니얼을 묻기로 했다.

콜드웰 부부는 대니얼이 없어도 엄연히 콜드웰 가의 일원이라 했지만 나오미는 대니얼이 없으니 영속되어 있다는 의무감조차 느끼지 못했다.

그렇게 콜드웰 부부에게 자신의 가족들과 서부로 갈 계획이라고 말하자 콜드웰 씨는 격렬하게 반대했다.

이에 나오미는 간단하게 말했다. "저희 어머니께 제가 필요해요."

콜드웰 부부에게는 딸 루시는 물론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아담 하인스 그리고 열여섯 살 아들인 젭도 함께 할 것이니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대니얼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이 콜드웰씨에게 더 친절하게 대해주니 콜드웰 씨는 대니얼의 죽음으로 관심받고 싶어하는 사람인 것 마냥 행동했다.

무엇보다 중년의 시기는 살아보지 않고 노년으로 접어든 것마냥 과부 콜드웰이라 부르는 게 더더욱 싫었다.


붙임성 좋아보이는 그랜트 애벗이 존의 엄마 제니가 자신의 여동생이라 소개하며 존에 대한 짤막한 이야기도 덧붙였다.

나오미는 이해가 되질 않았다.

존 라우리 씨와 분명히 닮은 구석이 있긴 했지만 이국적인 생김새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했다.

피부는 태양에 그을린 색이었고 머리카락도 블랙커피 색깔이었는데.




여정의 시작


여정을 위해 총 마흔 가족이 그랜트 애벗과 계약을 맺었다.

막힘없이 나아갈 것 같은 여정은 말그대로 느릿느릿, 단조로웠다.

봄 야생화들이 습지대에서 빼꼼거리며 있고 강과 개울이 곳곳에서 흐르고 있었다.

얼마나 느리게 이동하는 건지 쉼 없는 덜컹거림 때문에 잠이 들어버린 사람들이 자기 마차에서 굴러 떨어지기도 했다.

나름 요령도 생기긴 했지만 지루함은 감출 수가 없었다.

그렇게 여정은 시작되었다.




관계의 전환


나오미는 엄마에게 세인트조지프의 거리에서 존 라우리를 처음 본 순간 사랑에 빠졌다고 고백했다.

놀란 반응을 보일 거라 예상했지만 엄마는 이미 다 알고 있었다.

"엄마가 라우리에 대한 꿈을 꿨어. 그 사람은 나쁜 사람이 아니야. 그렇지만…… 그 사람이 너에게 잡혀줄지는 엄마도 모르겠구나. 그 사람은 불신과 부정으로 가득 차 있어. 인내심이 필요할 거야, 나오미. 인내심과 이해심이. 그리고 네가 그 둘 중 하나라도 보여줄 수 있을 정도로 그 사람이 우리 곁에 오랫동안 있어 줄지는 모르겠구나."

매번 공책에 글을 쓰고 있다는 말로 포문을 연 존은 마음과 다르게 나오미에게 툴툴거리듯이 입을 열었다.

그러자 나오미는 웃으며 말했다.

"나는 좋은 대화를 좋아해요. 관심이 가는 사람과 나누는 대화를요. 당신은 관심이 가는 사람이에요. 당신과 이양기를 더 자주 나누고 싶어요."

"내가 입 다무는 법을 배우지 않으면 말 때문에 곤경에 처할 거라고 아빠가 그러셨어요. 존 라우리 당신 생각에도 내가 문제인 것 같나요?"

존은 제니 생각이 번뜩 나 나오미에게 존 라우리라 부르지 말라 했다.

그러자 나오미는 답했다.

"그럼 나는 당신을 존이라고 부르고, 당신은 나를 나오미라고 부르는 건 어때요?"




가을, 겨울 그리고 여정


여정은 계속되었다.

그러던 중 나오미의 엄마가 아이를 출산하였고 W로 시작해야만 하는 아기 이름은 울프로 결정 났다.

인물들의 갈등은 물론 콜레라도 행렬을 한 번 덮쳤었고 원주민 또한 큰 사건을 안겨다 준다.

그저 앞으로 나아 가면 아무 일 없을 것 같던 여정, 그 여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어린 나이에 과부가 된 나오미.

스무 살에 과부가 될 것이라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그렇게 자신의 꿈은 아니었지만 대니얼의 꿈이었던 서부로 가족과 함께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고 한다.

백인 아버지와 인디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 존.

그는 그 어디에서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참 외로운 존재이다.

그렇게 나오미도 존도 여정을 시작하게 되는데, 2천 마일에 달하는 오리건 트레일의 삶은 매우 힘들고 가혹하기만 하다.


우리는 밤에도 달빛에 의지해 빠르게 전진했고, 다음날 토마스 강에 도착했다. 우리는 수면과 풀 그리고 모기가 둥둥 떠 있지 않은 물이 너무나도 절실했다. 우리는 베어 강을 따라서 북쪽으로 이동 중이었고, 계곡에는 초록 풀들이 무성했지만 벌레들이 우리를 끈질기게 괴롭히고 있었다. 토마스 강을 지나자마자 메뚜기떼의 습격이 시작됐다. 우리는 머리 위에 이불을 뒤집어쓴 채로, 메뚜기들이 달라붙으면 소리를 꺅꺅 지르고 옷을 때려가며 길을 걸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 생존을 위한 투쟁이 있었으며, 길을 찾아내기 위한 용기를 필요로 했다."


결말을 살짝만 언급하자면, 모두가 그 땅에 도착할 순 없었다.

또한 앞서 설명했던 존이 두 발이란 별명을 가진 사실도 염두해두고 읽어야 한다. 나오미의 동생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소설이지만 참고로 저자 남편 조상인 존의 이야기를 참고하여 썼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글의 흐름이 더 자연스럽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새로운 삶을 살고자 시작한 여정 그 속에서 피어난 사랑, 투쟁 그리고 용기와 희망까지!

『길 잃은 자들이 떠도는 곳』에는 이 모든 것이 담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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