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건 없이 나를 사랑한다
지에스더 지음 / 체인지업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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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10대에는 집에서 뛰쳐나오고 싶었지만 부모님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고 20대에는 그토록 바랐던 특수교사가 되었지만 꽃길은 착각이었고 30대에는 두 아이 독박 육아로 죽을 만큼 힘들었다.

자연스레 내면에 비평가를 키우게 된 저자는 어느 날 깨닫게 된다.

"나를 힘들게 한 건 나였다!"

저자는 깨우침을 얻고 새벽에 홀로 일어나 고전을 필사하고 글을 썼다.

그 글이 모여 탄생한 것이 바로 『나는 조건 없이 나를 사랑한다』이다.


저자, 지에스더는 아홉 살, 다섯 살 남매를 키우는 워킹맘이다.

2007년부터 초등학교 특수교사로 일했고, 현재는 광주에 있는 특수학교에 재직 중이다.

고요한 새벽 4시, 홀로 깨어 고전을 읽고 필사하는 시간을 사랑한다. 온전히 나를 느끼고 찾아가는 여정을 즐긴다.

아이와 엄마가 함께 자라는 균형 육아를 지향한다. 엄마로만 사는 것이 아닌 나답게 성장하는 삶을 중요하게 여기며 나 자신의 팬으로 살고 있다고 한다.




Ⅰ 나를 지키는 마음


어린 시절 부모님이 싸울 때마다 두려웠던 저자는 남편과 약속을 하게 된다.

트러블이 생겼을 때 과거의 일은 언급하지 않고 현재 사건에 대해서만 다뤄야 하며 아이들 앞에서는 절대 싸우지 말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10년 동안 그 약속을 지켜냈는데 그런 그녀가 아픈 남편에게 괜스레 화를 낸 일이 발생하고 만다.


평소의 저자였다면 꾹 참았겠지만 저자는 달라지고 싶었다.

꾹 참기만 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었고 건강한 감정 처리 방법도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 친정엄마가 화를 받아준 적이 별로 없었던 데다 오히려 친정엄마 쪽에서 화를 더 크게 내다 보니 꾹 참는 게 일상이었던 그녀는 오히려 화를 내기보단 숨기는 게 편했다고 한다.

이렇다 보니 단순히 보이는 평화만 유지하는 게 정답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또한 그녀는 타인에게 버림받고 싶지 않을뿐더러 착한 사람이 되려고 했기에 더더욱 감정을 숨길 수밖에 없었다.


타인에게는 착하지만 자신에게는 못된 사람으로 살았던 그런 그녀가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먼저 자신의 감정을 알아주는 것이 그 시작이었다.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소리를 들으며 그녀 자신을 진심으로 존중해주었다.

또한 상대에게 요구해야 할 것이 있으면 말이나 글로 정확하게 전달했다.

상대의 행동을 비난하지 않고 어떻게 해줬을 때 편안하고 사랑받는 기분인지에 대해서만 전한 것이었다.


그녀는 그녀에게 말한다.

"그동안 미안해, 이제 나부터 챙길게."



저자의 첫 책은 <하루 15분, 내 아이 행복한 홈스쿨링>이다.

첫 책을 출간하고선 존경하는 교수님께 책 출간에 대한 소식을 전하며 선물하고 싶은 마음을 내비쳤고 이때 친구에게 용기 내어 교수님께 연락드렸단 사실을 말하게 된다.

"너무 바쁘신 분인데, 네 책을 살 시간이나 있으시겠냐?"

한 방 맞은 기분이 들게 한 친구의 말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나 바빠서 네 책 읽을 시간 없어. 읽으라고 강요하지 마!"

애써 웃으며 당장 읽을 필요 없고 여유 있을 때 보라곤 끊었지만 저자의 마음은 이미 시퍼렇게 멍이 든 상태였다.

남편과 부모님을 제외하면 책을 썼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전한 첫 친구였다.

이후 그 친구와는 연락이 끊어졌지만 쌓였던 관계가 무너져 받아들이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 복직한 이후 책을 썼다는 사실이 직장 동료들에게 퍼지게 되었고 그 중 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

"휴직해서 왜 책을 썼어?"

"두 아이를 집에서 키우면서 너무 우울하고 힘들어서요. 살고 싶어서요."

"그렇게 힘들었으면 복직을 했어야지."


앞서 말한 친구나 직장 동료는 가까이 하지 않아도 될 분류에 속한다.

응원은 아니더라도 비난은 하지 말아야 하는 게 관계의 당연한 이치이기 때문이다.

여러 종류의 사람이 있다보니 우리 주변에도 상처와 비난을 주는 이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에게 그 누구도 상처입힐 수 없다.

자신의 멘탈을 깨부셨다는 말을 할지라도 그 파편 하나라도 나를 해치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 사람의 말이 옳다고 받아들일 때 상처입는 것이니 타인의 말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타인의 말에 끝없이 휘둘릴지 아닐지는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니깐.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어떠한 생각이나 행동에 정답을 내릴 순 없다.

즉, 한 사람의 판단이 진리는 아니라는 것이다.

멘탈을 부수려는 사람을 만난다면 나를 지킬 수 있도록 관계를 끝내는 용기가 필요하다.

"내 멘탈을 깨부수는 당신과는 손절하겠습니다."




Ⅱ 조건 없이 나를 사랑하는 법


'지겨워. 제발 부탁이야. 이제 좀 그만하자. 또 시작이니.'


내면의 비평가는 쉴 틈 없이 비평한다.

조금이라도 외면하거나 눈 돌려버릴 것만 같으면 이렇게 말을 한다.


'다 너 잘되라고 그러는 거야.'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만드는 내면의 비평가는 잘해보겠다는 다짐도 무색하게 만든다.

우울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생각의 전환이다.

'나는 왜 이렇게 부족하지?'라는 마음과 함께 최종 목적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길을 잡는 대신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하지?'라는 마음으로 내가 가야 할 방향으로 분명히 가야 한다.

이때 저자는 고전 필사했던 노트를 살펴보았다고 한다.


'너무 완벽한 목표와 기준을 잡은 거 아닌가?'

그래. 나는 그동안 너무 높은 기준을 세워왔다.

'남에게 있고, 나에게 없는 것에 집중한 거 아닌가?'

그래. 다른 사람들과의 결과물에 비교하며 내가 노력한 과정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내 안에서 나온 판단으로 계속 나를 힘들게 할 것인가?'

그래. 나를 힘들게 한 생각은 바로 내 안이다.


저자는 고전 필사를 통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끊임없이 답을 얻었던 것이다.

세 가지 질문은 꼭 고민하고 있는 자신에게 던져봐도 좋을 질문들이다.

내면의 비평가가 하는 방해에서 벗어나 오늘을 살아야 하기에.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발전하는 과정을 즐기며 살아야 하기에.




사랑받고 싶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맞추며 애쓸수록 내 존재는 희미해졌다. 더 외로웠다. 시간이 갈수록 나를 사랑하는 힘이 점점 사라졌다. 결국 내 곁에 아무것도 남는 건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어른이 되었지만 나를 사랑하지 못했다.


나 자신에게는 유독 엄격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기에, 유독 저자의 말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어린 시절 가정과 학교에 대한 영향으로 인해 나 자신이 아닌 타인을 먼저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다.

특히 가정에 작은 잡음이라도 나는 것이 싫어 유난히 나는 속으로 삼키는 훈련을 본의 아니게 받아왔었다.

힘들면 힘들다고, 슬프면 슬프다고, 아프면 아프다고 말할 줄 알아야 하는데, 속으로 삼키고 또 삼켰다.

아마 엄마가 그래왔던 것을 첫째인 내가 그대로 따라 했을지도 모른다.

훗날 성인이 되고 나서야, 잘못되었던 일은 잘못되었다고 확실하게 말하지 못했던 내가 참 야속했다.

그게 결국 마음의 병이 되었다는 것도 너무 늦게 깨달았었다.


그나마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꾸준히 써왔던 일기와 독서가 유일한 안식처였다.

어느 날, 선생님과 상담과도 같은 대화를 나누고선 집으로 돌아왔었다.

일기와 다이어리를 싹 모아놓고 보니 72L의 상자에 가득 찰 정도였는데, 이내 정리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지나고 나면 추억일 텐데 아깝지 않냐는 말도 많이 들었다.

당연히 아깝다. 그때 그 시간에 한 자, 한 자씩 적었던 소중한 일기인데 안 아깝겠냐마는 굴레에서 조금은 벗어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기억에 남기고 싶은 특별한 일이 있었던 일기장은 그대로 상자에 넣어놓고 벗어나고 싶었던 그 순간이 담긴 일기장들은 싹 버렸다.


책을 읽던 도중에 좋은 구절이 보았을 때,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좋은 대사를 들었을 때, 누군가와의 대화에서 인상깊었던 말을 들었을 때, 책을 읽고 난 뒤 수기로 서평을 작성했을 때…….

이럴 때, 바로 꺼내 드는 게 '글쓰기 노트'이다.

분홍빛 바인더에 꽉 채워져 있는 기록물들은 나의 가장 소중한 보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독서하는 도중에 커피를 쏟게 되었다.

곧장 발견하지 못하고 조금 늦게 인지하는 바람에 눈앞에 마주했던 것은 축축해진 바인더였다.

바인더를 펼쳐놨고 바인더 자체는 튼튼했기에 상관없었지만 속은 이미 다 젖어있었다.

한 장, 한 장 분리해 말려보려고도 했지만 앞쪽은 이미 축축해져 있어 통째로 뜯겨졌고 뒷부분도 성치않았다.

나의 실수로 나의 보물이 사라져 며칠을 끙끙 앓으며 자책했었고 한동안은 버리지도 못하고 선반 위에 올려놨었다.

며칠은 무슨, 몇 주를 끙끙 앓았다. 근 10년간의 기록이 사라졌던 것이니깐.

기록물에 대한 애착이 강했던 나였기에 더더욱 힘들었었다.


그런 내가 일기장을 과감하게 버렸다는 건 나름의 큰 결정이었다.


"삶의 주도권을 나에게로"

새해 다짐에 필사를 넣은 것은 책의 영향이었다.

예전에 논어 등 동양고전을 서너 번 필사한 적이 있었는데, 이후 인상깊었던 구절을 글쓰기 노트에 옮기는 것만으로도 조금 벅차 필사 노트는 따로 만들지도 못했다.

저자가 3년 넘게 필사하면서 모은 필사 노트만 무려 총 다섯 권이라고 하는데, 나 또한 내 마음 돌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필사를 택하려고 한다.

사실 12월 31일에 다짐했던 것이 무색하게 1월 첫째 주부터 병원에 왔다갔다하며 검사하고 컨디션이 좋질 않아 귀한 일주일을 통째로 날렸었다.


1일 2포는 무리더라도 1일 1포는 하고 싶었는데… 그럼에도 노력해본다.

이 책도 1일이나 2일에 올라갔어야 할 서평이었… 지만 지금이라도 올렸다.

3권 정도 추려놨는데 2023년 첫 필사책을 어떤 책으로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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