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어드 - 인류의 역사와 뇌 구조까지 바꿔놓은 문화적 진화의 힘
조지프 헨릭 지음, 유강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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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였으며, <뉴욕타임스> 선정 주목할 만한 책에 선정된 책이 있다.

제로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잇는 대작의 주인공! 바로 『위어드』이다.

범위는 광범위하지만 구체적인 참고 자료를 토대로 현대 서구 문명의 번영을 가져온 다섯 가지의 키워드를 재미있게 살펴볼 수 있었던 그 이야기로 한번 떠나보자!


저자, 조지프 헨릭은 하버드 대학의 인간진화생물학 교수이며 동시에 문화·인지·공진화 분야 캐나다 석좌연구자Canada Research Chair 자격으로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에서 심리학과와 경제학과 교수를 겸임하고 있다.

공저로 『왜 인간은 협력하는가』와 『사회규범 실험』이 있다.




Ⅰ WEIRD란 무엇인가


인류학자 클리퍼드 기어츠는 "서구 사회가 가지고 있는 개인 개념은 사람을 다른 이들과 자신을 구분하고, 독특하며, 어느 정도 통합된 동기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의식, 감정, 판단, 행동의 역동적 중심으로서 다른 사람들과는 물론이고 사회적, 자연적 배경과 구분되는 자신만의 고유한 세계를 구성하는 하나의 인지적 우주로서 파악한다. 이것은 우리에게는 결코 바뀔 수 없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세계의 다양한 문화적 맥락 속에서 다소 독특한 관념이다."라고 했다.

이상할 만큼 개인적이고 분석적인 사람들, WEIRD!

아마 책을 읽고 있는 우리들 중 누군가도 WEIRD에 속할 지 모른다.

WEIRD Western-Educated-Industrialized-Rich-Democratic 약자로, 서구의, 교육 수준이 높고, 산업화된, 부유하고, 민주적인 사회에서 자란 사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WEIRD란 어떤 특징은 가지고 있을까?

지금까지 대부분의 사람들과 달리 WEIRD는 개인주의적이고 통제 지향적이고 일반적인 관행을 따르지 않는다.

즉, 사회적 역할이 아닌 자신의 성취, 열망에 초점을 맞추며 어떤 상황에서든 '자기 자신'이고자 한다.

권위적인 인물에 동조는 하나 자신의 믿음이 상충된다고 하면 남들에게 순응하려고 하지 않는다.

추론을 할 때 보편적 범주와 규칙을 찾아 패턴을 파악하고 추세를 예상하기 위해 머릿속에 그리곤 하는데, 복잡한 현상을 별개의 구성 요소들로 분해하고 이 요소들에 특정 속성을 부여해 단순화하다보니 각각의 나무들은 잘 알고 있지만 종종 숲을 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인내심이 많아 대부분 부지런히 일하는 타입에 속하는데 고된 노동에서 쾌락을 느끼곤 한다. 강한 자기규제를 통해 현재의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는 대가로 만족을 미래로 유예하기 때문이다.

앞서 잠깐 언급했듯이 개인주의적이고 자기 집착이 강하다고 했는데 그럼에도 공평한 규칙이나 원칙을 고수하고 낯선 이를 상당히 신뢰하고 타인에게 정직하고 협조적인 태도를 취하기도 한다.


감정적으로 볼 때, WEIRD는 그들이 속한 문화에서 장려되지만 대개 자신이 세운 기준과 열망에 맞게 살지 못하면 죄책감에 시달린다. 대다수 비WEIRD 사회에서는 (죄책감이 아닌) 수치심이 사람들의 삶을 지배한다. 사람들은 자신이나 친척, 심지어 친구들이 공동체에서 그들에게 부과하는 기준에 따라 살지 못할 때 수치심을 느낀다. …… 죄책감은 개인의 기준과 자기 평가에 좌우되는 반면, 수치심은 사회적 기준과 일반적 판단에 좌우된다.


WEIRD가 가진 독특한 심리는 어떻게 갖게 된 것이며 그들은 왜 다른 것일까?

저자 또한 이 물음에 의문을 품고 고대 후기까지 거슬러 올라가 살펴보았는데, 기독교의 한 교파가 특정한 묶음의 사회 규범과 믿음을 확산시켰음을 확인하여 이에 대해 살펴보게 되었다.

수세기에 걸쳐 사회 규범과 믿음은 결혼과 가족, 유산, 소유의 개념을 극적으로 바꿔놓았으니, WEIRD 심리학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WEIRD의 가족, 결혼 그리고 종교의 독특한 특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________________다.

이 질문에 WEIRD라면 '열정적이다', '순수하다', '피부과의사다', '승무원이다' 등으로 완성했을 것이다.

'하나의 아빠다'나 '하나의 엄마다'라는 식으로 대답했을 가능성은 현저히 적다.

개인적 특성, 이상화된 사회적 집단의 소속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세계적 관점에서 볼 때 그들이 다소 독특해 보이는 것이다.


사람의 역할과 관계보다 특성과 성취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내가 개인주의 복합체 individualism complex 또는 간단히 개인주의라고 뭉뚱그려 이야기할 심리적 성향의 핵심 요소다. 개인주의는 사람들이 자신의 지각과 관심, 판단과 감정을 조절하여 WEIRD 사회라는 세계를 잘 헤쳐나갈 수 있게 해주는 심리적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주의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가족'에 대해 알아야 한다.

태초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은 먼 친인척까지 포함하는 가족 연결망에 얽매인 채 성장하였다.

규제-관계적 세계에서 사람들의 생존과 정체성 그리고 결혼과 성공이 친족에 기반한 연결망이 얼마나 번성했는지에 달려 있었으며 이는 씨족, 혈족, 가문과 같이 별개의 제도를 형성하였고 촘촘한 그물망 같은 관계를 맺으며 의무, 책임, 특권을 물려받았다.

이러한 사회적 상호의존은 정서적 상호의존을 낳게 되고 사회적 상호연결에 근거해 내집단과 외집단을 구별하니 먼 사촌을 모른다 해도 가족관계로 얽혀져 있는 여전히 내집단의 성원이 되는 것이다.

반면에 얼굴을 안다해도 사회적 유대가 연결되지 않았다면 사실상 이방인이다.

여기서 성공과 존중은 이러한 친족에 근거한 제도를 능숙하게 헤쳐나가는 데에 있어 동료 내집단 성원들에게 순응하고, 연장자나 현자 같은 권위자를 따르고, (이방인을 제외한) 가까운 사람의 행동을 단속하고, 내집단을 다른 모든 이들과 분명하게 구분하고, 가능하면 언제나 자기가 속한 연결망의 집단적 성공을 도모해야 한다.

오늘날 심리적 개인주의와 정부의 효율성 사이에서 나타나는 긍정적 상관관계는 일방적인 인과적 과정을 반영한다고 가정한다.

즉, 경제적 번영이나 자유로운 정치제도가 개인주의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 차원의 심리적 변이를 계속 살펴보기 전에 먼저 기억해두어야 할 네 가지 중요한 논점이 있다.

1. 우리는 심리적 다양성을 비롯한 인간의 다양성을 찬양해야 한다. WEIRD의 특성을 강조한다고 해서 내가 WEIRD 인구 집단이나 또다른 인구 집단을 모독하는 것은 아니다. 나의 목표는 심리적 다양성의 기원과 근대 세계의 뿌리를 탐구하는 것이다.

2. 머릿속으로 WEIRD와 비WEIRD를 이분법으로 구분해선은 안 된다. 여러 지도와 도표에서 살펴보겠지만, 전 세계적 심리적 변이는 지속적이면서도 다차원적이다.

3. 심리적 변이는 나라들 사이에서만이 아니라 모든 차원에서 나타난다. 그럼에도 나는 국가별 평균을 비교할 수밖에 없는데, 내가 얻을 수 있는 데이터가 그런 것들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 전체에 걸쳐 종종 지역, 지방, 마을, 그리고 심지어 다양한 출신의 이민 2세들과 같이 하나의 국가 내부에서 나타나는 심리적 차이를 검토할 것이다. WEIRD 인구 집단들은 대체로 전 세계적 분포의 한쪽 끝에 몰려 있지만, 우리는 유럽, 즉 '서구 사회'와 산업 세계 내부의 흥미롭고 중요한 변이도 탐구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4. 우리가 관찰하는 인구 집단 사이에서 나타나는 차이 중 어떤 것도 민족이나 부족, 종족 집단이 가지고 있는 고정적이고 본질적인 불변의 특징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따라서 이 책은 우리의 심리가 역사적으로 어떻게, 왜 변화했으며, 앞으로도 계속 진화할지를 살펴보기 위한 것이다.


"개인주의적 사회에 적응한다는 것은 다양한 맥락과 관계 속에서 개인적 특성을 지속적으로 갈고닦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일본,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등의 다양한 사회의 심리학적 증거를 보면 이러한 양상이 잘 드러난다.

WEIRD는 어린 동료, 친구, 부모, 교수, 낯선 타인과 같은 각각 다른 유형의 관계 속에서 일관된 방식으로 행동한다.

그런데 대조적으로 한국, 일본은 오직 관계의 맥락 안에서만 일관성있게 행동한다.

즉,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부모님, 친구, 교수를 대하는 행동이 달라진다.

친구에게는 장난도 치고 농담도 주고받지만 교수에게는 자신을 낮추는 언행과 행동을 보인다.

한국인에게는 이러한 행동이 익숙하지만 미국인이 보기에는 이러한 행동의 유연성을 두고 양면적이거나 위선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을 하는 것을 우리는 지혜, 나아가 사회적 능숙함이라고 여긴다.

이렇게 다양한 사회에서 나타나는 규범적 기준이 독특한 심리적 반응을 형성하는 것이다.

즉, 심리학에서 자존감과 긍정적 자아관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WEIRD적 현상이라 할 수 있겠다.

소수의 비WEIRD 사회에서는 높은 자존감, 긍정적 자아관이 삶의 만족이나 행복이 강한 상관관계를 나타내지 않는다.

많은 사회에서 자존감이 아닌 타인의 평가를 중시하지만, WEIRD 사회에서는 관계, 상황에 상관없이 일관된 특성을 길러내는 압력이 성향주의로 이어진다.




Ⅱ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집단의 탄생


WEIRD 사회에서의 가족은 역사적 관점에서 볼 때 매우 독특하고 이국적이다.

사방으로 뻗어나가면서도 어떤 씨족에 속해있는 지에 대한 여부부터 친족 연결망에서 차지하는 당사자의 위상까지 신경쓰지 않는다.

한 배우자하고만 관계를 맺으며 친척과 결혼하지 않고 중매결혼이 아닌 연애결혼을 하며 신혼부부는 독립거주를 한다.

재산은 개인이 소유하고 유산 증여는 개인이 결정하며 형제가 소유한 땅에 대해 권리를 행사할 수 없고 형제가 땅을 팔기로 결정한 것을 거부할 수 없다.

WEIRD 친족 관계는 아버지와 어머니 양쪽으로 혈통을 추적하여 계산한다.

정리하자면, (1) 부모 양계 출계 (2) 사촌 간 결혼을 거의 또는 전혀 하지 않음 (3) 일부일처제 (4) 핵가족 가구 (5) 독립 거주가 바로 WEIRD이다.

대부분 WEIRD 가족의 독특한 성격은 산업혁명, 도시화, 근대 국가 차원의 제도가 낳은 산물이라 생각하고 있으며 오늘날 세계화를 통해 그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

같은 맥락으로, 비WEIRD 사회들이 WEIRD 사회의 공식적인 세속적 제도를 채택함에 따라 집약적인 친족 기반 제도가 서서히 퇴화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전 지구적인 경제, 정치적 힘이 습격하는 가운데 친족 기반 제도는 상당한 회복력이 있음이 밝혀졌다.

유럽의 경우, 역사적 순서가 정반대였다.

서기 약 400년에서 1200년 사이에 유럽의 많은 부족적 인구 집단들이 지닌 집약적 친족 기반 제도가 퇴화하고 해체되었으며 결국 파괴되었다.

로마 가톨릭교회로 발전한 기독교의 한 분파가 주범이었다.

이후 전통적 사회 구조의 폐허 위에서 이해나 믿음에 근거하여 자발적 결사체를 형성하기 시작하였는데, 친족 관계의 강화라는 경로와 차단된 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여기서 알아야 할 점은, 유럽에서 집약적인 친족 기반 제도가 해체되고 독립적인 일부일처제의 핵가족의 모습이 드러나게 된 것이 근대 세계로 나아가는 어마어마한 눈사태를 일으킨 하나의 조약돌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WEIRD 가족의 뿌리는 교회가 점진적으로 채택하였던 교리, 금기, 규정들이 서서히 확대되는 과정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이는 서로마 제국이 종언을 고하기 전에 시작되었다.

교회의 믿음과 관행은 유럽인들의 마음과 생각을 놓고 많은 신들과 의례, 제도 등에서 경쟁했다.

오늘날의 시점에서, 서방교회가 이러한 종교 경쟁에서 수월하게 승리를 쟁취하였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서방 교회가 유럽의 전통적인 여러 신과 의례를 절멸시키고 다른 형태의 기독교를 앞지르면서까지 그들을 압도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결혼과 가족을 둘러싼 금지, 규정, 선호 등의 극단적인 교리에 있다.

기독교의 성서에 이러한 교리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의 방침들이 초자연적 위협, 세속적 차별과 결합되면서 점차 의례로 포장되어 모든 것에 전파되었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이러한 관행이 기독교인들의 내면에 자리잡아 이후 세대들에게 상식적인 사회 규범으로 전달된다.

"서구 기독교가 우연히 갖게 된 특별한 능력은 친족 기반 제도를 해체하는 동시에 기독교 제도의 확산을 촉진하는 법을 '알아낸' 것이었다."


참고로 교회의 영향력이 미치기 이전에 유럽 부족들은 이러한 양상을 나타내었다.

1. 사람들이 부족 집단이나 부족적 연결망 안에서 친족 기반 조직에 얽혀서 살았다. 확대가족 가구는 지펜 sippen(게르만족)이나 셉트 septs(켈트족)라고 불리는 (씨족, 가문, 혈족 등) 더 큰 친족 집단의 일부였다.

2. 상속과 혼인 후 거주는 부계 편향적이었다. 사람들은 종종 확대 부계 가구에서 살았고, 부인이 남편 쪽으로 거주지를 옮겨서 남편 친척과 함께 살았다.

3. 많은 친족 단위가 영역을 집단적으로 소유하거나 통제했다. 개인적으로 영역을 소유하는 곳에서도 종종 친척이 상속권을 보유했고, 따라서 친척들의 동의 없이 땅을 팔거나 양도할 수 없었다.

4. 규모가 큰 친족 기반 조직들이 개인에게 법적, 사회적 정체성을 부여했다. 친족 집단 내부의 분쟁은 관습에 따라 내부적으로 판정되었다. 공동으로 책임을 지기 때문에 친족 집단 간 분쟁에 대해 처벌이나 벌금을 부과할 때 의도성은 거의 중요하지 않았다.

5. 친족 기반 조직이 성원들을 보호하고 안전을 보장했다. 이 조직들은 노인뿐만 아니라 병들거나 부상당하거나 가난한 성원들까지 보살폈다.

6. 친척과 중매결혼을 하는 것이 관습이었고, 혼인 지참금이나 신부값 (신랑이나 신랑 가족이 신부의 값을 지불한다) 같은 혼인 지불금도 관습이었다.

7. 신분이 높은 남성의 경우에 일부다처제가 흔했다. 많은 공동체에서 남성은 보통 동등한 사회적 신분의 '본처'를 한 명만 얻을 수 있었지만, 이후에는 사회적 신분이 낮은 후처를 더 얻을 수 있었다.


가족 조직과 사회적 연결망에서 일어난 변화에서 비롯된 심리적 변화를 살펴보면 새롭게 형성된 제도, 조직이 왜 일정한 방식으로 발전하게 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새로운 수도회, 도시, 대학은 점점 개인에 초점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으로 법률과 규범을 구축하면서 각 구성원에게 특권, 의무, 책무를 부여했다.

이러한 자발적 조직들이 번성하기 위해 유동적 개인들을 끌어모아야 했기에, 상호 합의한 원칙을 고수하게 된 것이다.

집약적 친족 관계의 구속을 받는 중세 유럽인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보편적 도덕, 개인적 책임 의식, 강한 자유의지 개념을 가진 기독교였다.

즉, 이러한 독특한 토양에서 사회 규범의 씨가 발아해 점차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Ⅲ 근대 세계의 문을 열다


몇 세기에 걸쳐 서구의 과학, 법률, 유럽의 종교들이 세계 각지로 퍼져 나가게 되었는데, 이러한 유력한 공식 제도와 세계 각지에 스며든 종교들은 정확히 어디서 온 것일까?

많은 이들은 이러한 거대한 제도가 이성의 소산이자 합리성의 중대를 대표한다고 보는데 이는 교회의 교리를 벗겨내고 이성을 적용하면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유럽 각지의 파편화된 공동체에서 등장하기 시작한 WEIRD 심리는 이에 속한 사람들이 특정한 종류의 사고, 규칙, 믿음, 관행 등을 고안하고 지지하고 채택하기 쉽게 만들었다.

이러한 새로운 사고, 법률, 정책은 자발적 결사체들 사이에 끊임없이 벌어진 집단 간 경쟁에 의해 걸려지고 선별된다.

공식적 제도에 폭넓게 영향을 미쳤을 WEIRD 심리의 네 가지 측면은 바로 이렇다.

1. 분석적 사고: 촘촘한 사회적 상호연계가 부재한 채 개인들로 이루어진 세계를 더 잘 헤쳐나가기 위해 사람들은 점차 전체론적(관계론적) 사고를 버리고 분석적으로 사고하기 시작했다. 좀 더 분석적 사고를 지향하는 사람들은 개인, 사건, 상황, 사물을 설명할 때 그 관계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그것이 가진 속성에 따라 관련된 범주로 분류하는 것을 선호한다. 따라서 개인은 행동이나 사물을 ('그것은 원자다' 혹은 '그는 외형적인 사람이다'와 같이) 그 속성이나 범주에 따라 분류하여 분석적으로 설명한다. 분석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은 모순을 걱정하기 때문에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 더 높거나 낮은 범주나 구분을 찾으려 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전체론적 사고를 하는 사람은 모순을 보지 못하거나 포용해버린다. 유럽에서는 분석적 사고방식이 점차 전체론적 사고방식보다 우월한 것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다시 말해 분석적 사고가 규범적으로 옳고 높게 평가된다.

2. 내적 속성: 사회적 삶을 이루는 핵심이 관계에서 개인으로 이동함에 따라 개인의 내적 속성의 유의미성이 점차 강조되었다. 여기에는 성향, 선호, 인성 같은 안정된 특성뿐만 아니라 믿음과 의도 같은 정신 상태도 포함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법률가와 신학자들은 심지어 개인이 '권리'를 갖는다고 상상하기 시작했다.

3. 독립성과 비순응성: 자기만의 독특함을 배양하려는 동기를 자극하는 가운데 전통과 오랜 지혜, 현명한 연장자들에 대한 사람들의 공경심이 서서히 약해졌다. 타당한 진화적 이유 때문에 모든 곳의 인간은 또래에 순응하고, 연장자의 의견에 동의하고, 지속적인 전통을 따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친족 간의 유대가 약하고 비개인적 시장이 존재하는 사회에서는 이런 경향을 강하게 밀어내면서 자기 과신과 자기 자랑은 말할 것도 없고 개인주의와 독립성, 비순응을 선호한다.

4. 비개인적 친사회성: 관계가 없는 사람이나 낯선 사람을 대하기 위한 비개인적 규범이 점차 삶을 지배함에 따라 사람들은 사회적 관계나 부족적 정체성, 사회 계급과 무관하게 자기 집단이나 공동체(도시, 길드, 수도원 등)에 속한 사람에게 적용되는 공평한 규칙과 비개인적 법률을 선호하게 되었다. 물론 이런 맹아적인 느낌을 근대 세계에 만개한 권리나 평등, 공평 등의 자유주의적 원리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


중세 성기, 교회와 자유도시에서 더 WEIRD한 심리가 등장하니 서구적 정부와 법률 개념을 뒷받침하는 관념이 더욱 직관적으로 쉽게 떠올릴 수 있게 되었으며 집약적 친족이 해체되고 부족적 소속 관계가 사라지면서 개인을 다스리는 법률이 더 쉽게 시행되고 대표의회가 더 수월하게 발전했다.

이러한 변화는 개인주의적 심리를 가진 보통사람들이 경쟁적으로 자발적 결사체를 이루면서 관념들이 서서히 형성되었다.

다른 조직과의 경쟁에서 신규 성원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자신들의 조직을 이끌어야 하니, 사회 규범은 점점 늘어가고 조직적 관행의 목록이 만들어지고 현장에 기록되고 성문법으로 정식화된 것이다.

12세기 문화를 특징 지은 개인적 의도, 개인의 동의, 개인의 의지에 대한 관심은 교회법의 여러 분야에 파급 효과를 미쳤는데, 12세기 말에는 두 당사자가 동의만 하면 어떠한 형식적 절차 없이 결혼이 유효하다고 여길 정도였다.

즉, 계약법에서 기본적인 요건만 갖춘 약속도 구속력을 갖는다고 간주했던 것이었다. 핵심은 약속한 당사자의 의도이다.


산업화 이전 몇몇 유럽 인구 집단에서 더 WEIRD한 심리는 인간 관계와 물리적 세계를 다루는 것을 포함해 일정한 종류의 법과 규범, 원리의 발전과 확산을 선호하였고 새로이 등장한 서구 법률과 과학은 거꾸로 WEIRD 심리의 측면들을 더 강화하였다.

새로운 법적 개혁의 영향을 살펴볼 때, 민주적 제도가 미친 심리적 효과에 관한 연구가 가장 적합하며 과학 또한 인식 규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부분도 분명하다.




우리는 어떤 종류의 동물인 것인가?

문화와 문화 진화의 역할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 것인가?

제도란 무엇이며, 어디에서 생겨난 것인가?

친족, 결혼, 의례가 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것인가?

사회의 규모와 복잡성이 왜 커진 것인가?

이러한 과정에서 종교는 어떤 역할을 한 것인가?


애덤 스미스가 말하길, "사회를 위해 인간을 만들 때, 조물주는 처음부터 인간에게 자신의 형제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다는 욕구와 그들을 불쾌하게 하는 것에 대한 혐오를 부여했다. 조물주는 인간에게 형제들의 호의에 기쁨을 느끼고 형제들의 혐오에 고통을 느끼도록 가르쳤다. 그리고 형제들의 동의를 가장 기쁘고 가장 유쾌한 것으로, 동시에 형제들의 반대를 가장 수치스럽고 불쾌한 것으로 만들었다."라고 했다.


문화적 학습 능력이 향상되면서 누적적인 문화적 진화가 강화되었고 복잡한 적응 과정의 범위가 지속적으로 확장되자 유전자와 문화 사이에 자가촉매 피드백이 형성되었다.

결국 인간은 공동체의 유산에 생존 자체를 의존하는 불가피한 문화적 학습자가 되었다.

어떻게 누적적인 문화적 진화 과정을 만들어내는지를 이해해야 앞서 언급했던 질문들에 대한 답을 밝힐 수 있다.


범위는 광범위하지만 구체적인 참고 자료를 토대로 현대 서구 문명의 번영을 가져온 다섯 가지의 키워드를 재미있게 살펴볼 수 있었다.

인간은 문화적인 종이기에, 오랜 시간동안 주적적인 문화적 진화의 산물인 기술, 언어, 제도 등을 흡수하면서 단순히 치아, 어깨, 발 뿐만 아니라 뇌와 심리까지 형성할 수 있었다.

즉, 우리는 매우 다양한 여러 문화적 심리가 이질적인 여러 사회의 저변에 흐른다고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


동물행동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생물학자인 최재천 교수님의 특별 추천사가 수록되어 있어 흥미로웠는데, 참고로 하버드대학교 에드워드 윌슨 교수님이 최재천 교수님의 스승이라고 한다.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 그것과는 결이 조금 다르고 「총, 균, 쇠」 다음으로 집중해 읽은 책 중 하나이다.

역사와 인문의 콜라보는, 나를 지루하게 만들지 않아 언제나 새롭고 짜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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