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검사들 - 수사도 구속도 기소도 제멋대로인 검찰의 실체를 추적하다
최정규 지음 / 블랙피쉬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나, 책과 마주하다』


수사도 구속도 기소도 제멋대로인 검찰의 실체를 추적하다!

‘상식에 맞지 않는 법’과 싸우는 변호사가 있으니, 바로 최정규 변호사다.

그가 바로 신안군 염전 노예 사건, 유령 대리 수술 사건을 맡았던 변호사로, 무소불위의 권력 ‘검찰’의 흑역사를 되짚고 나아가 ‘진짜 검찰 개혁’이 무엇인지 근본적 물음을 던진다.


저자, 최정규는 권리는 저절로 주어지는 게 아니라 쟁취하는 것이라는 믿음 아래 ‘상식에 맞지 않는 법’과 싸우는 변호사 겸 활동가이다.

공익 법무관,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로 일하며 부당하고 불공정한 법 때문에 고통받는 수많은 사람을 만났고, 이에 국민을 대표해 나쁜 법과 불량한 판결에 이의를 제기하는 변호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2014년 신안군 염전에서 100여 명의 지적장애인을 상대로 행해졌던 노예 사건을 긴 싸움 끝에 승소로 이끌었지만, 평소에는 판례상 패소할 것이 뻔한 사건에 맞서는 게 일상이다. 기득권의 논리로 가득한, 틀에 박힌 판례를 거부한다.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국경 없는 마을’ 안산 원곡동에 2012년 원곡법률사무소를 연 것을 시작으로 이주민, 장애인, 국가 폭력 피해자, 공익제보자 등 사회적 약자의 기본권과 공익을 위해 변호사로서 눈치 보지 않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Ⅰ 검찰, 그들은 누구인가


"검찰은 법과 상식에 맞게 진영을 가리지 않고 나쁜 놈들을 잘 잡으면 된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장관 후보 지명 이후 검찰 개혁 과제와 관련된 질문을 받고선 답한 말이다.


검찰과 경찰의 차이를 대부분 다 알고있지만,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마주한 검사들의 모습에 간혹 혼동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검사는 피의자를 법원에 기소하는 일을 담당한다.

당연히 총기를 소지하지도 않고 경찰과 함께 현장에서 뛰는 일도 없다.

검찰제도의 시작은 '인권보호'에 있다.

과거, 집행관 역할을 맡았던 원님은 잡혀 온 자가 자백할 때까지 그 어떤 고문도 서슴치 않았으며 이 과정에서 반인권적인 행태를 자행하였었다.

이 때를 규문주의 시대라고 하는데, 유럽에서는 중세시대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시대까지 이 제도가 유지되었었다.

그러다 르네상스 시절 유럽에서 인권 문제가 대두되면서 규문주의에 대한 반성이 일었고 소추기관과 재판기관을 권력과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검찰제도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검찰제도의 핵심은 첫째는 시민들의 인권보호, 둘째는 정치 권력으로부터 분리다. 이 두 핵심을 가장 잘 담은 표현은 "공익의 대표자"다.

즉, 공익의 대표자로서 검찰은 사법부에 버금가는 독립성을 부여받고 있다.


어느 날, 서울지방검찰청에서 수사를 받던 피의자가 사망을 하게 된다.

헌법 제12조 제2항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는다.'라고 규정되어 있는데, 당시 검사와 수사관들이 물고문을 자행했고 이 과정에서 피의자가 사망했던 것이었다.

독재시대 이야기가 아니다. 무려 2002년에 일어났던 일이다.

2002년 서울지검 고문치사 사건은 많은 것을 시사하며, 특히 검사가 범인 잡는 일에만 몰두하여 인권보호를 소홀히 했을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물론 범인을 놓쳐서도 안 되고 명백한 범죄를 저지른 범인이라면 동정도 가지 않겠지만, 중요한 것은 99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1명의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고문을 견디지 못해 허위자백한 피해자들은 생각보다 꽤 많다. 힘이 없다는 이유로, 배움이 없다는 이유로….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검찰이 탄생했으며, 범인을 잡아들이는 일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며 검찰의 존재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현재의 검찰은 그 마음을 잃어버렸다. 아니, 변질되었다.

공익 대표자 역할을 수행하도록 만들어진 검찰제도!

대한민국에서는 그 시작이 매우 비정상적이었다.

1895년 재판소구성법에서 검찰제도가 시작되었다.

일제강점기 일본은 식민 통치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영장 없이 검찰에 독자적인 강제 수사권을 부여하였고 검찰은 일본을 등에 업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손에 쥐게 되어 시민들의 인권을 탄압하였다.

'급속한 처분을 요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때'라는 조건이 달렸지만, 사실상 허락없이 마음대로 집으로 들어가 강제적으로 증거 수집을 할 수 있었고 의심되는 사람을 붙잡아 최장 20일 동안 죄를 추궁할 수도 있었다.

"법이라는 외피를 두르기는 하였으나 그 자체 폭압적 깡패집단에 다르지 않았다."

그랬다. 검찰은 허울일뿐, 하나의 깡패집단이나 다름없었다.

이후 1949년 12월 20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 제정과 동시에 시행된 검찰청법은 검사의 직무를 설명하며 그제야 '공익의 대표자'라는 칭호를 붙이게 된다,




Ⅱ 최고 수사기관 검찰의 문턱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3년간 법무부 소속 공무원으로 대체복무하게 된 저자는 2년 차에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민원 전담관실에서 공익 법무관으로 근무하게 된다.

고소장 접수를 받고 민사소송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가지고 형사고소장을 써오는 분들을 바로 옆에 위치한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울중앙지부 출장소에 연계하는 일을 맡았다고 한다.

어두컴컴한 지하 단칸방에서 세상에서 가장 억울하다고 외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15년이 지난 현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민원실은 아직도 지하 1층 단칸방 신세를 면치 못했다고 한다.


검찰청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는 "국민중심 검찰, 신뢰받는 검찰, 공정한 검찰"이라는 말이 새겨져 있다. '국민중심 검찰'이라는 문구를 보며 나는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시민들이 가장 많이 드나드는 민원실을 햇볕도 들지 않는 지하실에 처박아 두었으면서 무슨 국민중심 검찰인가? 국민중심 검찰이라면 검사장실과 차장검사실이 위치한, 이른바 로열층인 13층을 시민들에게 내어줄 수는 없단 말인가?"

거창한 제도 변화가 아닌, 직접 느낄 수 있는 변화가 있어야 시민들을 위한 검찰 개혁이라고 생각하는 저자는 이런 구호를 내민다.

"검찰 개혁은 민원실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WWE 시작하기 전에는 항상 이 문구가 나온다.

[PLEASE DO NOT TRY THIS AT HOME]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혹여나 출연자들이 위험한 행동을 할 때, [함부로 따라 해서는 안 됩니다]라는 문구가 화면에 나오기도 한다.

출연자들에게는 위험을 방지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있지만 시청자의 경우는 예방책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2019년 6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수사로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알려지게 되었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란, 2018년 1월 2일 수사의 절차 및 결과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재고하기 위해 검찰 스스로 도입하여 실시하고 있는 제도이다.

학식과 지혜를 겸비한 시민들이 개입하여 결정을 내리며 표면적으로 권고 효력만 있으나 검찰이 대부분 받아들일 만큼 실효성있다고 볼 수 있다.

저자 또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하게 된다.

그렇게 첫 번째로 요청하게 된 사건이 이른바 사찰 노예 사건이다.

서울 노원구의 한 사찰에서 주지스님이 지적장애인을 32년 동안 폭행하고 노동력을 착취했던 사건으로 경, 검은 물론 노동청까지 수사가 진행되었지만 12건의 폭행만 약식기소되어 벌금 500만 원으로 끝나게 된다.

이후 시민단체에 의해 확인되어 주지스님을 다시 수사해 처벌해달라는 고발장을 제출하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수사 결과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32년 동안 13시간의 노동력 착취는 물론 폭행과 폭언을 당하며 살아왔는데 절에서 이루어지는 협동 관행인 '울력'이라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20년 1월 29일, 경찰은 명의 도용한 사실만 추가로 처벌할 수 있다는 의견으로 가해자를 검찰에 송치하게 된다.

하지만 담당 검사는 시민단체 및 피해자에게 단 한 차례의 연락도 하지 않았고 결국 5개월의 기다림에 지친 피해자와 시민단체가 2020년 7월 1일 검찰 수사와 기소 과정에서 시민들의 개입을 요청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서를 제출하게 된 것이다.

사실 신청서를 제출해도 빠르게 진행되지 않는다고 한다.

삼성 경영권 승계 의혹, 검언유착 사건 등은 5일, 9일 만에 진행되었지만 이 사건만큼은 진행조차 되지도 않았다.

결국 보도가 되고 나서야 부랴부랴 검찰은 피해자를 다시 불러 조사를 하며 수사를 서두르게 된다.

2020년 8월 중순, 종이 한 장이 든 검찰청 봉투가 하나 사무실로 날아온다.

이름도, 낙인도 없이 듣도 보도 못한 형사5부장이 보낸 공문서 같지도 않은 문서 한 장이었다.


검사는 사건의 결정 권한을 가진 사람이니 왈가왈부할 순 없지만 상식과 공정을 저버리기도 한다.

그것이 눈에 보일 정도니깐.

간혹 정보공개를 청구할 때 검찰 입장에서 난감할 때면 공소장과 송치 의견서가 모두 그들의 소유물인 것처럼 행동할 때가 있다.

수사 기록의 소유권은 누가 가지고 있는 것일까?

검찰? 아니다. 바로 국민에게 있다.

즉,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한으로 수사를 한 검찰은 국민에게 수사기록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

꽁꽁 숨기는 관행을 내려놓고 적극적인 수사 기록을 국민들에게 공개해야 하며, 이러한 관행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종결된 수사 기록은 즉시 검찰청이 국가기록원 등 제3의 국가기관에 이관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Ⅲ ‘밥맛없는 검사들’과 검찰의 흑역사


제 식구 감싸주는 것은 검찰의 관행인 것일까?

검사님들을 위한 99만 원짜리 불기소 세트가 인터넷을 한 번 달군 적이 있었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검사들과 술을 마셨었는데 3명 가운데 검사 A씨만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적이 있었다.

덧붙여 검사 A씨에게 술접대한 김 전 회장, 술자리를 주선한 검찰 출신 변호사 B씨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그런데 이 술자리가 있기 전인 지난해 7월에도 김 전 회장은 A씨를 포함한 검사 세명과 변호사 B씨 총 네명에게 536만원 상당의 접대를 했었는데 검찰은 검사 세명 가운데 A씨만 100만원을 초과한 술·향응 접대를 받았다고 결론 내리게 된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1인당 접대 금액이 1회 100만원 이상인 경우에는 형사 처벌 대상이 된다.

그러나 검찰은 검사 두명이 그날 술자리에서 밤 11시 이전에 귀가해 밴드·유흥접객원 추가비 55만원의 접대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소하지 않았던 것이다.

검찰의 계산법에 따라 검사 2명은 각각 96만2000원 상당의 접대를 받은 것으로 됐고 처벌 금액 기준인 100만원을 넘지 않아 기소를 면하게 된다.

이 때 나온 풍자가 바로 검사님들을 위한 99만 원짜리 불기소 세트이다.

그렇다면 수사 결과에 따라 공직자가 부적절한 술접대를 받더라도 100만원 미만으로 미리 결제하면 죄가 안 된다는 이야기인데, 참 웃음밖에 나오질 않는다.


2020년 10월, 부산지방검찰청이 강제추행 혐의로 체포된 부산지방검찰청 부장검사에 대해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지난 5월, 부산의 한 길거리에서 술에 취해 피해 여성의 어깨에 손을 올리는 등 부적절한 접촉을 하며 이후 여성의 뒤를 700미터가량 뒤따라간 혐의였다.

경찰은 강제추행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검찰로 사건을 보냈지만 검찰은 피해자를 추행할 의도가 없었다는 이유로 불기소처분을 내리게 된다.

예컨대 부산지방검찰청 부장검사라는 직함이 없는 일반 남성이었다면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

사실상 제 식구 감싸기 한 셈이었다.

처벌을 피했지만 체면을 손상했다는 이유로 감봉 6개월 처분을 받긴 했지만 2021년 7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부부장 검사로 부임하게 된다.

제 식구 감싸기란 비판이 제기되었지만 검찰은 이미 불이익이란 불이익은 다 받았다며 비판을 일축했다.


검찰의 잣대는 그때그때 다르다.

뉴스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감자 5알로 지명수배를 당한 한 80대 노인의 이야기를.

5900원 족발세트 먹은 편의점 알바생이 무죄를 받자 검찰이 항소한 이야기를.

800원 횡령한 버스기사에게는 해임이 정당하다고 했고 85만원 접대받은 검사에게 면직은 매우 가혹하다고 말한 게, 바로 검찰이다.

과연 그 기준은 무엇인지 그들에게 묻고싶고, 매우 궁금하다.




대한민국의 한 시민으로서, 사법부에 관한 신뢰는 이미 바닥을 친 지 오래되었다.

BBK 주가 조작 사건부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건, 드루킹 여론 조작 사건을 지켜보면서 말이다.

최근 박수홍 친형의 116억 횡령 사건을 지켜보면서 특히나 많은 것을 느꼈다.

박수홍님이 친아버지에게 폭행을 당했던 그날, 지인의 글에 따르면 진행되는 2년 반 동안 검사가 몇 번이나 바뀌었다고 한다.

물론 정기 인사 과정에서 교체된다고는 하나, 이런 상황이다 보니 계속 제자리걸음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사건들은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더 많은 사건들을 보며 분명히 느낀 것은, 검찰의 잣대는 그때그때 다르다는 것이다.

분명 검찰 내에서도 법과 정의 실현을 위해 힘쓴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부일 뿐, 모두가 썩어보이는 것은 기분 탓인 것일까?

앞날을 알 수 없기에, 언젠가 법이 필요한 날이 분명 생길 것이다.

하지만 검찰 밥상에서 우리네 사건들은 뒤편으로 밀려난다.

역시나 대한민국에서 중요한 것은 인맥인건가라는 씁쓸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