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쓰레기는 재활용되지 않았다 - 재활용 시스템의 모순과 불평등, 그리고 친환경이라는 거짓말
미카엘라 르 뫼르 지음, 구영옥 옮김 / 풀빛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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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분리수거를 일상화하며 최대한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환경보호에 힘쓰고 있지만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 양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코로나가 발생한 이후, 전세계적으로 쓰레기의 양이 급증해 전문가들을 더더욱 우려를 표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는 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친환경 정책과 재활용 산업의 모순, 쓰레기 식민주의로 인한 불평등의 실태를 담은 이 르포에 주목해야 한다.

재활용 쓰레기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제자리를 찾기 위해 눈을 떠야 할 때가 왔다.


저자, 미카엘라 르 뫼르는 인류학 박사로, 엑스-마르세유대학에서 사회학 및 정치학을 가르치고 있다.

2011년부터 폐기물, 플라스틱 재료, 재활용에 대해 연구 중이며, 이 주제로 2019년에 논문 「플라스틱씨티: 베트남의 삶과 생태학적 변혁에 관한 연구」를 썼다.

플라스틱 재료(특히 가방과 포장)의 생애주기를 추적하며 생태, 도시 및 정치의 중요성에 중심을 두고 있다. 학계 안팎의 다양한 집단에서 활동하며 시청각·사운드 다큐멘터리, 사진, 전시회, 대중 교육 워크숍에 참여하고 있다.




Ⅰ 플라스틱 블랙박스


탄소발자국 보고서에 힘썼던 저자가 베트남 하노이에 가게 되었다.

사회주의 공화국이기에 외국에서 온 연구자들에 대한 감시가 심했지만 쓰레기와 플라스틱에 대한 진실을 찾고자 택한 길이었다.

쓰레기의 출발점과 도착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데에 몇 주가 걸렸는지 모른다.

철부터 종이박스, 유리병 등 수명을 다한 물건들이 철문 앞에 쌓여 있었으며 심지어 강 주변, 지붕 위, 바나나 나무 아래에도 쓰레기 천지였다.

(베트남 주택들은 대부분 철문이다.)

저자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쓰레기더미도 발견하게 된다.

수천 톤의 쓰레기 형태는 컨테이너에 실려 긴 바다 여행을 마쳤다는 것을 의미했다.


나는 민 카이 재활용 마을이 속해 있는 누 꾸인 지역의 쓰레기 유통에 대한 넘쳐나는 정보에 질식할 듯했고, 플라스틱 소재의 사회적 삶과 환경적 측면을 재구성하는 데 적합하지 않은 더러운 종이 상자를 보자 이 사실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플라스틱 시장과 플라스틱 가공 시장에 관련된 서구 및 아시아 대형 그룹들은 생산시설을 대부분 해외로 이전해서 그들의 쓰레기 처리 방식처럼 이 소재들을 무수히 많은 자회사 중 한 곳에서 빠져 나가게 만든다.

구체적인 증거가 없어 폐기물이 북반구 국가들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것은 추측에 불과했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해야 했다.

통역을 돕는 스노우와 저자가 다닐 때면 때로는 환영받지 못했고 경찰에게 고함을 듣기도 했다.

허나 남녀 노동자들을 시작으로 여성 주민들 일부는 입을 열어 그간의 이야기들을 꺼내 주었다.

특히 베트남 농민이 가지고 있던 상자 안에서 구체적인 증거를 찾을 수 있었다.

바로 아일랜드에서 사용한 생활 쓰레기로 평소 저자가 분리수거함에 버렸던 쓰레기인 것만 같았다.

즉, 플라스틱과 종이, 종이 상자 등 항구를 통해 들어오는 것들이 산업 쓰레기만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역으로 '원천적 쓰레기 분류'와 '환경을 위한 작은 실천'이라는 법령 속에서 개인의 사생활과 일상에 쓰레기 관리 문제가 정치적으로 끼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세계적으로 불평등한 무역이 이뤄진다는 명백한 사실과 더불어, 아일랜드에서 출발한 더러운 종이 상자를 분리하는 베트남 농민의 두 손을 통해 드러난 것은 바로 정치적 문제다.


먼 곳에서 화물선에 실려 하이퐁 항구에 도착한 쓰레기 컨테이너들은 이곳에 매일 하역되어, 쓰레기 더미 위에 중산층 집들이 들어서는 민 카이 마을에서 해체되고 분리되어 팔리고 재활용된다.




Ⅱ 쓰레기 패러독스


민 카이 하이, 제 2의 민 카이라고도 불리는 2000년대 말에 조성된 새로운 수공업 지역의 맞은편 공터 가장자리에 플라스틱 보따리들이 높이 쌓여져 있다.

거기로부터 꽤 떨어진 곳에서 저자는 파란 셔츠를 입은 여성들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웅크린 채 서서 색깔별로 봉투를 분리하고 있었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자 조심스레 다가가 재활용에 대한 박사 연구 중이며 프랑스에서 왔다고 저를 소개했다.

그러나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일용직으로 일하는 중인 그들이 끊임없이 허리를 굽혔다 펴기를 반복하며 일하다보니 우호적인 분위기로 이끌어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심지어 사진 촬영 허락도 받았지만 한 여성이 큰소리로 묻기도 했다.


"프랑스에도 이런 일이 있나?"

"아뇨, 없는 것 같아요."

"그럼 날 좀 프랑스로 데려가."


베트남에서는 거대한 친족관계 안에서 상대방의 위치에 나를 비교하면서 호칭하는 특징이 있다.

참고로, 호찌민은 '엉클 호'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독립운동 지도자가 고령인 데서 비롯된 경칭으로, 권력에서 밀려났긴 했지만 그의 사후 인격과 이미지는 공산주의 국가가 만들어냈었다. 이러한 호칭은 모든 베트남인들을 조카 또는 조카딸로 만드는데 즉, 거대한 가족으로 국가를 이룬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스노우는 20대 초반이고 저자는 20대 후반이다.

(스노우는 통역을 위해 저자와 함께 동행한 경제학과에 다니는 학생이다.)

쓰레기 더미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50-70세이니, 그들은 자식뻘인 젊은 여성들에게 불평하고 있는 것이다.

긴 대화가 아닌 공감 어린 경청과 어른에 대한 공경을 바란 것이다.


"우리도 베트남이 좋아요. 하지만….'

이러한 우상 파괴적인 대화 속에는 답답한 마음에 약간의 유머가 섞여 있었지만, 나는 민 카이 마을의 플라스틱 더미에서 일하는 여성들과 나눈 대화에서 은연중에 깔린 그 모순적 유머의 뜻을 간파하지 못했다.

그들에게는 일상의 편안한 미소가 없었다. 무언가가 무력화시킨 것이다.

재활용 과정에서 꼭 필요한 것은 바로 '수작업'이다.

민 카이 마을의 재활용 공장은 미비한 시설은 물론 저장, 운송, 생산수단이 중국 중고시장에서 갖고온 것이기에 매우 초보적인 수단이였다.

낡은 트럭, 3륜 오토바이가 가장 흔한 운송수단이며 지게차가 없으니 팔심으로 짐을 실어야 한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창고로 가기도 전에 플라스틱 재료들은 도로의 갓길에 뿌려지고 그 형태를 잃어 구별할 수 없게 되니 이 모든 것을 노동자들이 정리해야 하는 것이다.

플라스틱 재활용은 대부분 가족 사업 혹은 전통 가계 사업이라 이에 속하지 않는다면 지위나 젠더에 따른 계층을 기준으로 업무 자리가 배정된다.


어느 날, 저자와 스노우가 한 도로에서 간이 진열대를 설치해 생활용품들을 팔고 있던 한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

저자가 그에게 이 물건들이 옆 마을인 민 카이에서 만든 것이지 묻자 그는 화를 내며 답했다.

"당연히 아니죠! 내가 파는 물건들은 품질이 좋다고요!"

여기서 남자의 반응으로 우리는 짐작할 수 있다.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은 실상 판매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주변 재활용 공장의 명성때문에라도 대량 유통이나 재판매 과정에서 청결함을 고집한다는 것을.


재활용된 광석처럼 품질이 낮고 안전하지 않은 제품에 대해서 선진국들은 매우 제한적인 수입 기준을 적용한다. 그래서 그 판로는 베트남 내 혹은 민 카이 지역 내 시장으로 국한된다. …… 오염된 재료의 비중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근원적 정화가 이뤄져야 한다. 보물로 둔갑하여 숨기려고 하는 것은 곧 '쇠퇴'라는 것을 잊지 말자. 형태만 바뀔 뿐 특성은 변하지 않는다. 플라스틱 가공을 할 때 색 배합에는 교훈이 숨어 있다. 근본을 숨기기 위해 변에 무엇을 섞어도 그 구린내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한 대량으로 녹이면 제품을 정제하는 정화 투입물이 사라지면서 사용된 원료의 대부분을 추출하지 못하게 된다. …… 쓰레기 더미에서 시작된 플라스틱은 마치 땅속 바위틈에서 추출한 석유처럼 유동적이고 파악하기 어려운 원천을 끊임없이 만들고 있다.




Ⅲ 순환이라는 거짓말


호찌민시 박람회장, 저자는 베트남 포장 산업 박람회와 플라스틱 및 고무 산업 박람회를 보고 있는 참석자 중 하나였다.

정장을 입진 않았지만 젊은 백인이 작은 수첩을 들고있으니 기자처럼 보였으리.

그래서인지 저자는 기자 간담회에 제지당하지 않고 쉽게 입장할 수 있었다.

그렇게 첫 번째 베트남 강연자의 주제가 떴다.

첨단 플라스틱 가공 산업과 농산물 가공업 활용의 시너지 효과를 제시하기 위해 '사이공 투어리스트' 물병을 보여 주었다.

그 순간 저자가 필기한 내용이 화면에 클로즈업되며 아찔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영국 전시장을 소개하는 남성의 냉소적인 시선 속에서 의심을 받았는데, 그 남넝이 베트남 기자들에게 자신의 전시장에도 방문하라는 말에 저자도 슬쩍 참석하여 인스턴트 국수 용기 만드는 기계를 찍었다.

입구 단상을 제외한 나머지는 사진 촬영을 금한다는 벽보가 있었지만.


둘째 날은 유럽과 아시아 출품 회사 직원들과 재활용에 대한 기술적인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산화해체성 플라스틱 봉투, 이는 위험한 첨가물 혼합제를 사용하여 생산된다.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그들은 사용 기간이 끝나면 이 비닐봉투가 자연 속에서 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들의 화학적 분쇄 방식은 생분해와 관련이 없으며 오히려 생태계를 위험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그럼에도 산화해체성 플라스틱은 전 세계에 퍼져 있으며 심지어 베트남에서는 친환경 라벨을 붙여 배포하고 있었다.

재활용 산업에 쓰일 설비 회사소속의 이탈리아 대표는 쓰레기 마피아가 있다며 곁눈질로 한 부스를 가리켰다.

민 카이 마을에서만 볼 수 있었던 2차 원료였다.

컨테이너 운송을 위해 압축되고 성형된 플라스틱 알갱이들 사진으로 뒤덮인 패널로 장식된 부스는 영국의 재활용 전문업체이자 천연재료를 전세계에 수출하는 업체, 제이플라스였다.

영국이 폐플라스틱과 알갱이 자료들을 수출하는 유일한 선진국은 아니다.


1992년, 유해 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을 규제하는 바젤 협약이 발효되었었고 이후 2021년 1월에 폐플라스틱도 추가되었다.

이 협약의 실질적 목표 중 하나는 수출국이 컨테이너 발송 전에 수입국의 승인을 받도록 의무화하는 것이었는데 현재는 준국가적 주체들이 독자적으로 무역을 조직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2018년 미 언론에서 중국의 금지 조치 이후 창고에 쌓여 있는 쓰레기 보따리들을 보도하면서 쓰레기로 가득 찬 컨테이너 9000여개가 항구에 그대로 남게 되었었다.

베트남 정부는 이 쓰레기들을 다시 수출하든, 처리장으로 옮기든, 위반 기업 비용으로 처리하겠다고 했지만 쓰레기 산은 결국 영토를 점령하게 되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도 쓰레기 국제무역의 '아래로부터의 세계화'는 쓰레기의 유입을 규제하지 못하는 베트남 정부의 코앞에서 발생하고 있었다.


현재 쓰레기들은 폐기물 재활용의 수거 및 분리 경제에 관련된 기업들과 관계자들이 관리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관리한다고 하지만 품질 관리된 재료의 유통을 확보하기 위해 수출을 재고 조절을 위한 변수로 사용하고 있다.


넝마가 종이를 만들고 종이가 돈을 만들고 돈이 은행원을 만들고 은행원은 대출을 만들고 대출은 거지를 만들고 거지는 넝마를 만들고 넝마는 종이를 만든다네.

_18세기 동요 프로방스의 생 퐁스 수도원




우리집은 단독주택이라 쓰레기를 분리해 집앞에 갖다놓으면 쓰레기 수거해주시는 분들이 가져가신다.

예전에는 쓰레기 봉투값 아까워하는 사람들이 무단투기를 하고 가는 일들이 생겨서 애를 먹었었는데, CCTV가 생기고 난 후부터는 함부로 버리는 사람들이 없어졌다.

이렇게 우리는 오로지 '환경보호'를 위해 재활용에 힘쓰고 있다.

재활용을 장려하게 되면 삶의 질을 개선시키는 것은 물론 이와 연결된 환경보호를 기대하고 더 나아가 생태계에도 이로운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깐.

하지만 베트남으로 가 현장 취재한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선 무언가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베트남 민 카이 마을에서 복잡한 플라스틱 처리 절차로 인해 사람 사이와 기계 사이 그리고 재료 사이의 배치가 엉망진창이었기 때문이다.

"재활용이 지역적으로, 세계적으로 실행되지만 생태적 목적과는 거리가 먼 탓에 이런 복잡함을 낳는다."


애써 철저하게 분리수거 했지만,

결과적으로 우리가 버린 쓰레기들이 재활용되고 있지 않음을 우리는 꼭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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