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를 만났습니다 - 하버드 의대 정신의학과 레지던트 성장기
애덤 스턴 지음, 박귀옥 옮김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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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인간의 정신은 불안정한 자신을 바로잡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느라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는 자기 자신에 대해 잘못 판단하는 경우가 있다. 정신과 의사는 이런 사람들의 감춰진 부분을 밝히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레지던트 과정을 수련하면서 혼자만 따로 노는 기분이 들었다는 저자는 자신이 지향하고 있는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확신이 없었다.

마치 다른 곳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저자는 미국 최고의 레지던트 과정을 거치고 있음을 인지한 채 지구로 돌아와 꿈을 실현시킬 수 있을까?

4년 동안 동료, 교수님들과 함께 어떤 과정을 거치며 성장해 나갔는지를 보면 아마 그 답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책에서는 어떤 에피소드들을 들려줄까?


저자, 애덤 스턴은 현재 하버드 의대 베스 이스라엘 디코니스 메디컬 센터(Beth Israel Deaconess Medical Center)의 정신과 의사로, 하버드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조교수이기도 하다. 뉴욕타임스, 보스턴 글로브, 뉴잉글랜드 의학저널, 미국의학협회 저널 등 다양한 매체에서 정신과 전문의로서 경험한 글을 쓰고 있다. 현재 보스턴 인근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Ⅰ 1년 차


하버드 메디컬 캠퍼스의 정신의학고 보호병동.

환자의 병실에 들어선 순간 아드레날린이 분출되었지만 애써 감추며 환자에게 다가갔다.

세 명의 경비원이 저자를 둘러싸고 있었고 환자는 180cm 높이의 서랍장 위에서 찬찬히 바라보았다.

"내려오세요. 저희는 당신을 도와드리러 왔어요."

"당신 에이전트지? 악마들의 CIA 에이전트!"

"제발 내려오셔야 합니……."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환자는 경비원 둘에게 제압당했고 간호사는 그의 엉덩이에 진정제를 주사했다.


오랫동안 의사라는 꿈을 마음에 품었던 저자는 그 꿈을 이루게 되었고 의대생 시절 실습을 통해 정신의학과가 가장 잘 맞는 분야임을 깨닫게 된다.

모든 환자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으며 그 본질을 이해하고 파헤치면 분명 이상적인 치료가 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버드 의대에 오기 위해 보스턴으로 온 저자는 뉴욕의 주립대학교 중에서도 북부 주 의과대학교 출신이었다.

의사인 가족들 사이에서 자란 아버지는 심장병 전문의였고 그 영향으로 형은 브루클린에 있는 남부 주 의과대학에, 저자는 뉴욕주립대학교의 북부 주 의과대학에 합격하게 된 것이었다.

아무튼 시러큐스라는 소도시에서는 최고의 학교라고 하지만 보스턴에서는 아는 이들이 거의 없었다.

의대생들이 레지던트 과정을 어디에서 이수할지 결정하는 프로그램인 '매치'가 있는데, 혹시 오류가 나 자신이 보스턴에 있게 된 건 아닌지 가끔 의문을 품기도 한 그였다.

하버드의 명망은 물론이고 저자도 나름 공부를 한 수재라고 생각했지만 그곳에 있는 이들은 수재 중에서도 수재였으니깐.

선배 레지던트 레베카가 동기들을 소개시켜 주면서 안면을 트기 시작했는데 그 때 누군가의 질문이 날아들어왔다.

"애덤은 어디에서 왔어?"

"아, 뉴욕 주립 북부 주 의과대학입니다. 시러큐스에 있어요."

그 순간 침묵이 흘러 어떻게 선발되었는지 모르겠다는 말로 방어를 하니 레베카가 입을 열었다.

"이곳은 꼭 필요한 사람만 선발해. 그 점을 항상 명심하도록 해. 어떤 이유에서든지 오류가 생겨서 네가 여기에 있는 게 아니야. 너는 이제 이곳에 속한 사람이야."


일주일간의 오레엔테이션 캠프로 레지던트 과정을 시작되었다.

레지던트 훈련과장인 캐롤 레딩 교수님이 부드럽지만 단호한 어조로 수련생들에게 말했다.


"첫째, 여러분은 이제 여기 소속입니다. 그 점을 명심하세요. 우리는 여러분을 원해서 선택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 레지던트 선발 프로그램에 포함되지도 않았겠죠. 둘째, 아직 스스로 정신과 의사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을 겁니다. 괜찮습니다. 원래 그럴 수 있어요. 그러니까 여기에 배우러 오게 된 것 아니겠어요?"

"셋째, 내가 여러분을 방으로 불러 복장을 더 단정히 하라고 지적하는 상황을 만들지 마세요. 제가 싫어하는 일입니다."

"내가 적절성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게 만들지 마세요. 여러분들은 성인입니다. 명심하세요. …… 여러분은 레지던트 프로그램 역사상 가장 높은 점수로 선택된 사람들입니다. 그만큼 전설적인 인물들이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환영하는 말을 전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그렇게 레지던트 생활이 계속되었고 어느 날은 저자 또한 자신이 만났던 입원 환자들과 비슷해져 간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식사를 거르게 되고 희망도 없고 소외된 기분이 드는 등 우울증과 불안증의 초기 증상이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속해 있는 집단이나 공간에 놓이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물들어버린 본인을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주의환기이다.

세 번의 소개팅을 하게 된 저자는 레이첼에게 시시콜콜 보고하게 된다.

레이첼, 처음 저자가 그녀를 봤을 때, 당황 그 자체였다.

앞서 말했던 공식 오리엔테이션을 시작할 때 뒤늦게 동기 한 명이 합류하게 되었는데, 그 인물이 바로 레이첼이었다.

"안녕. 만나서 반가워."

"레이첼이야."

반갑게 먼저 인사했지만 심드렁한 그녀의 표정이 무안을 주기까지 했었으니깐.

레이첼은 "다 별로야, 그런데 앞으로 더 최악일걸."이라고 답하는 것에도 불구하고 그런 레이첼에게 세 번의 소개팅에 대해 시시콜콜 보고하는 저자였다.


이런 저런 일들이 많이 펼쳐지는, 모든 것이 새로운 1년차의 레지던트 과정이었다.

덧붙여, 레이첼과의 관계를 진전시키고 싶은 저자의 마음도 함께.

그렇게 2년차로 향하고 있었다.




Ⅱ 2년 차


저자는 1년 차의 마지막을 멕시코 여행으로 마무리 지은 덕분에 동기들과의 유대감은 끈끈해졌으며 2년차가 되기 전에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필요했음을 느꼈다고 한다.


2년 차 때도 1년 차 때와 마찬가지로 환자들과의 여러 에피소드가 생기며 개인적으로는 제시와 공식적으로 헤어지게 되고 대부분의 시간을 레이첼과 함께 보내게 된다.

어느 날, 둘은 함께 와인을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레이첼의 허락이 떨어지자 몸을 기울였고 저자는 그녀에게 말했다.

"너하고 사랑에 빠지지 않겠다고 맹세할게."

물론 첫 만남부터 얼빠진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진지하게 고백해 거절당할 경우에는 그 수치심을 감당하지도 못할 것 같아 저자가 한 말은 그녀뿐만이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내뱉는 말인 셈이었다.


아동심리 쪽으로 마음이 기우는 레이첼은 항상 가고 싶은 지역으로 따뜻한 지역을 언급했다.

그 말은 레이첼이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임의를 택한다면 하버드 롱우드에서 그녀와 지내는 것이 마지막이고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것이 현실이었다.


2년차 과정이 끝날 무렵, 저자와 레이첼은 함께 하는 시간이 1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품어둔 채 매일 같이 밤을 보냈다.

미란다와 에린에게는 레이첼과의 사이를 털어놓고 싶어 저자는 레이첼에게 물었지만 레이첼의 답은 단호했다.

"아직은 아니야. 우리가 잘 지내다가 결혼하게 되면 그때 말하자."

헛헛한 마음을 부둥켜안고 있던 그 때, 미란다가 저자에게 다가와 레이첼과의 사이를 물었다.

지하철에서 함께 내리는 모습을 봤다는 것이다.


레이첼 미란다는 너를 되게 이상한 애로 생각하고 있어. 얼마 전 너랑 나눈 해괴한 대화 대문이래. 이상한 사람처럼 굴지 마.

나 그래, 내가 왜 사람들한테 말하길 두려워하는지 이제 알겠지. 곧 소문날 거야. 잠깐, 확인할 게 있는데 미란다가 '애덤이 이상해졌어'라고 말했고, 너는 '애덤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건지 나도 몰라'라는 식으로 말했다는 거지?

레이첼 미란다가 너한테 나랑 사귀고 있는지 물어봤다던데. 그런데 네가 모호하게 대답하면서 나중에 나한테 물어보라고 했다며? 난 아무것도 모른다고 대답했어. 네가 온라인에서 만난 여자들에 대해서 언급한 적은 있다고 둘러댔어.

나 너무하잖아.


과연 저자와 레이첼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렇게 3년차로 향하고 있었다.




의학이라는 소재가 멀게만 느껴지지는 않는 것은 아마 미드의 영향이 큰 것 같다.

이 책을 보고선 「Grey's Anatomy」와 「Chicago Med」가 번뜩 떠올랐다.

환자들과의 에피소드를 볼 때는 「Chicago Med」가, 저자의 개인적인 에피소드를 볼 때는 「Grey's Anatomy」가 떠올랐다.

저자가 미국인이라서 그런건지 「Chicago Med」의 에피소드와 흡사했으며 극 중 주인공들을 통해 정신건강의학과의 고충을 간접적으로나마 이미 보았기에 책 읽는 내내 익숙함같은 것을 느꼈다. (물론, 한국과 미국은 약간의 차이가 있다.)


잭 니콜슨이 출연한 「One Flew Over The Cuckoo's Nest」,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를 본 적이 있는가?

사실 내게는 충격의 연속이었던 영화였던지라 한 번 보고선 더 보지는 않았지만 영화 내용의 일부분은 아직도 기억 속에서 선명하게 그려져 있다.

자극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 내용에서는 생략했지만 그 때의 전기충격요법이 지금도 쓰인다는 것이 새삼 놀라웠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나라의 정신과 병동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감이 잡히질 않아 잘 모르겠지만) 책 속에서 보는 환자들과의 에피소드는 미드 「Grey's Anatomy」, 「Chicago Med」와 흡사해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래도 전기경련요법인 ECT는 익숙치 않다;


소설 읽듯이, 단숨에 읽었던지라 문득 서평을 작성하고 있던 내가 줄거리를 몽땅 털어놓는 것 같아 2년차 때는 굵직굵직한 사건들만 언급했었다.

레이첼과의 관계 진전이 있기에 저자는 제시라는 인물과도 관계가 있었는데 내게는 조금 답답함을 주었던지라 내용에서는 생략했다.

사실 이들은 다 실존인물인데 레베카, 에린, 미란다, 레이첼 등 저자의 주변 인물에 대한 에피소들과 함께 읽다보면 문득 내가 미드를 보는 건지 소설을 읽고 있는 건지 순식간에 구분이 안 갈 정도였다. (그만큼 재미있게 읽었다는 것 아닐까.)

다 써내진 못했지만 애덤과 환자들의 에피소드, 동기들과의 에피소드 그리고 레이첼과의 에피소드는 결국 주변에서 펼쳐질 법한 소소한 인생 이야기이기에 재미있게 빠져들었으면 좋겠다.

사실 애덤과 레이첼의 관계도 주목할 만하다.

뭔가 나아갈 것 같은데 자꾸 미적지근하고, 시원하게 가는 것 같다가도 답답해 미치겠고.

그 둘의 관계를 보면서 「Grey's Anatomy」와 「Chicago Med」의 커플들이 절로 생각나 '이것이 현실인가, 미드인가' 라는 물음을 몇 번이나 던지기도 했다.

(그 둘의 관계는 꼭 책에서 확인해보기를 바란다.)


책을 펼칠 때면, 저자 소개를 시작으로 목차와 프롤로그를 꼭 챙겨보고 내용으로 들어간다.

사실 그 때까지만 해도 이러이러한 느낌을 서평으로 녹이면 되겠구나 했는데 막상 본문을 읽고나니 무겁게 흘러가지를 않아 생각했던 것과 달리 조금은 다르게 흘러간 것 같다.

에세이인데 소설같은 이 책은 정신건강의학과에 관심 있는 혹은 직업으로 삼고 싶은 이들뿐만 아니라 메디컬을 소재로 하는 미드나 글을 좋아한다면 추천해주고 싶다.

문득 다 읽고 나면 '미드를 보는 것인지, 아니, 내가 현실이 아닌 소설을 읽고 있는 것인지'라는 나의 물음에 왜 이렇게 생각했는지 알게 될 테니깐.

덧붙여, 4년 동안 저자가 동료, 교수님들과 함께 어떤 과정을 거치며 성장해 나갔는지를 보면 개인의 성장은 물론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해서도 또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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