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엄마가 미워진다 - 상처받은 줄 모르고 어른이 된 나를 위한 심리학
배재현 지음 / 갈매나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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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과거를 바꿀 수는 없지만 다르게 바라볼 수는 있다.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이 지금까지 발목을 붙잡고 있는가?

큰 충격과 아픔이어서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영향을 미치는데, 정작 사소한 일상생활이었다고 생각하며 그 때의 상처가 된 사건들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지금의 어른들이 많다.

저자는 상처받은 줄 모르고 어른이 된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저자, 배재현은 임상심리전문가로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임상심리학을 전공했고 현재 서울 EMDR 트라우마센터 부센터장이다.

2005년부터 트라우마의 주된 치료법인 EMDR을 통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어린 시절 반복적인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이들을 치료해 왔으며 정신 건강 전문가들의 EMDR 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부모님의 사랑으로 태어난 것이 바로 '우리'다.

생명으로 만들어진 그 순간부터 태어나고 보호받아야 할 시기까지는, 부모님이 세상의 전부다.

세상의 전부가 되어줄 것이라는 부모님을 믿고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나게 된다.

즉, 우리에게 가까운 존재는 부모이다.

하지만 모든 부모가 세상의 전부가 되어주진 않는다.


예전부터 아동 학대와 관련된 사례는 많았고 사회적 관심도 높긴 했으나 작년에 발생한 정인이 사건으로 인해 모두가 더 큰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정인이 사건과 같은 입양부모에게, 천안 계모 아동학대 사망사건과 같은 계부 혹은 계모에게 그리고 친모, 친부에 의해 학대당하거나 방치되어 사망하게 된 사건들은 잠잠하다가도 끊임없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학대받은 아이들이 있는가하면 알게 모르게 정서적 학대를 받은 아이들도 굉장히 많다.

정서적 학대를 가하는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있어서 부모들이 가까운 존재이기에, 오히려 모든 것을 이해시키고 받아들이기를 종용한다.

보이는 신체적 학대와는 달리 정서적 학대는 보이지 않는 학대와도 같다.



Ⅰ 어린 시절 상처는 그냥 괜찮아지지 않는다


내담자들과 상담 중 어린 시절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면 하나같이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제가 이상하고 유별난 거 같아요. 다 제 잘못이죠.'

그저 자신이 부족하고 못났다고 자책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한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크고 작은 일들을 겪으며 성장하는 것이 '사람'인데, 이제 걸음마 뗀 아이들에게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겠는가.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특히, 부모님께 듣는 말로 인해 스몰 트라우마가 생길 수도 있는데 이는 성인이 되어서까지도 영향을 준다.

한번 자리잡은 트라우마는 시간과 상황이 변한다해도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외모 때문에 가족에게 반복해서 놀림 받은 경험, 여행 중 엄마를 잃어버렸다가 찾았는데 정작 엄마는 왜 딴청을 피웠냐고 혼내서 서러웠던 경험, 아끼던 반려견의 갑작스러운 죽음, 준비물을 안 가져가서 친구들 앞에서 선생님에게 맞고 창피당한 경험 등 일상 생활에서 겪었을 법한 일들이 개개인에 따라 지금까지 감당하기 버거운 상처로 남아있을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물론 사소한 일상생활일 수 있다.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는데 누군가는 왜 상처가 되느냐 묻는다면 이렇게 답할 수 있겠다. 당시, 위로와 공감을 충분히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은영 박사님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봐도 알 수 있는 것이 첫번째 솔루션의 대부분이 공감 능력 결핍 등을 원인으로 들며 부모의 행동부터 고치는 것을 조언으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정신과 의사 앨리스 밀러가 말하길, "몸은 의식과 보조를 맞추지 못한다. 그러므로 질병이라는 언어를 통해 말을 건네는 것이다. 하지만 어린 시절 자신의 진정한 감정이 부인되고 억압되었다는 사실을 간파하지 못한 사람은 내 몸의 언어를 좀처럼 이해하지 못한다."라고 했다.

스스로 기억에서 지워버렸다해도, 몸은 기억할 수 있다.

난 유난히 소리에 민감하다. 평소 집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넋 놓고 편하게 있지는 않는다. 항상 집중한다.

트라우마와 스몰 트라우마, 이 두 가지를 다 겪어봤다.

몇 몇 사건들이 있었는데 크게 한 가지씩만 꼽자면, 중학교 때 차가 뒤에서 치는 바람에 맥없이 슝 날라간 적이 있었다. 그 때 이후로 뒤에서 다가오는 오토바이, 차 소리에 굉장히 예민하다. (트라우마)

어린 시절, 아빠께서는 유난히 내 공부에 집착하셨는데 수학경시대회라도 있는 날에는 감시 아닌 감시를 하셨었다.

그 때마다 밤에 공부하고 있는지 잠자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방문을 벌컥벌컥 열었었는데, 그것이 내게는 스몰 트라우마가 되어버려 지금까지도 문소리에 놀란다. (스몰트라우마)

싫은 기억들은 점점 마음 저편에 묻어간다고 하는데 나도 가끔씩 나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잊어버릴 때가 있다.

그런데 기억할 수밖에 없는 것이 몸이 기억을 한다. 몸이 기억해, 어느 한 켠에 숨겨두었던 그 기억을 끄집어낸다.

즉, 어린 시절 상처는 그냥 괜찮아지지 않는 것이다.


'불안하고 편안한 적이 없으며, 내 감정 또한 잘 모르겠다.'라는 사람들을 보면 실제 자신의 감정 상태가 어떤 상태인지 정확히 말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움만 느낀다.

내면을 잘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 상태를 잘 파악할 수 있다고 하니, 즉, 자신의 감정 상태가 어떤 상태인지 혼란스럽고 불안한 사람들은 통제력을 쉽게 잃을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부정은 끊임없이 부정을 낳아 긍정 회로로 돌리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통제력을 잃은 사람들이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찰 때 결국은 위험한 생각에까지 이른다는 것이다.

자신의 내면을 자각할 수 없는 데에는 여러 원인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어린 시절 부모와의 정서적 공감을 받지 못해서이다.

정서적 공감을 충분히 받지 못한 사람은 결국 유대감이 부족한 사람으로 성장해 어떻게 그 감정을 다스려야 할지 몰라 그저 피하기만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저자는 어린 시절 부모는 아이의 감정을 외면하고 무심히 지나쳤을지 모르지만, 어른이 된 나는 그 감정을 알아차려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감정의 신호인 내 몸의 언어를 스스로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공포에 갇힌 과거의 어린아이가 안심하고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정서적 학대는 우리 사회에도 나쁜 바이러스처럼 만연해 있어 아이들의 정신 건강을 심각하게 파괴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그 심각성을 잘 모른다.

아이에게 밥을 주지 않으면 살 수 없는 것처럼, 내 마음을 알아주고 공감해 주는 누군가와 정서적 연결감이 없으면 그건 사실 인간답게 성장하는 것을 방해하는 치명적인 요소가 된다.



Ⅱ 상처받은 줄 모르고 어른이 되었다


우리는 크게 세번의 애착을 경험하게 된다.

첫번째는 태어나서 엄마와의 관계에서 맺고 두번째는 이성과의 친밀한 관계에서 맺게 된다.

세번째는 부모가 되어 자녀와의 관계에서 애착을 경험하게 된다.


모든 부모는 아빠, 엄마의 자리가 처음이다

나의 부모님도 아빠, 엄마라는 직책이 처음인지라 당연히 서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허나 부모의 위치에 서게 되었다면 꼭 아이를 위해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

육아책을 보는 것도 좋지만 책 볼 시간이 없다면 육아와 관련된 프로그램이라도 보면서 '성장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시간이 없다면, 잠깐이라도 휴대폰 만질 시간에 오은영 박사님의 프로그램을 챙겨보는 것도 좋다. 그 자체로도 공부라 생각한다.

남자도 아빠가 처음이고 여자도 엄마가 처음이다.

하지만 아이는 부모님을 믿고 세상에 태어난 것이니 아이가 온전히 성장할 때까지 외면하거나 방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학교, 학원을 다니면서 알아서 크겠거니 생각하곤 훗날 '나는 널 이렇게 가르치지 않았는데...', '얘 교육을 어떻게 시킨거야...'와 같은 말을 한다는 것은 분명 모순일테니깐 말이다.



Ⅲ 내 부모를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본다


나도 알고 전문가도 아는데 왜 부모님은 몰랐을까?

부모를 원망하거나 모든 것을 부모 탓으로 돌려선 안 된다. 또 부모를 반드시 용서하라는 것도 아니다.

다만,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 어린 시절의 나와 부모를, 지금 어른이 된 내가 다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포유동물이다. 포유류를 보면 모성애가 남다른데, 자녀 양육을 할 때 '감정의 뇌'라 불리는 변연계가 주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사랑의 호르몬이라 부르는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이 뇌의 화학물질을 분비해 부모가 자녀를 사랑의 마음으로 보살피게 한다.

즉, 자녀를 온전하고 건강하게 키워내는 데에는 뇌의 정서적 부분이 훨씬 더 많이 작동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좋은 부모의 조건은 바로 이렇다. 자신의 마음 상태를 잘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할 줄 모르는 부모는 본의 아니게 언제든 자녀에게 상처를 주고 정서적 학대를 준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Ⅳ 과거를 바꿀 수는 없지만 다르게 바라볼 수는 있다


여기서 트라우마 치료에 효과적인 치료법인 EMDR이 나온다.

EMDR Eye Moment Desensitization Reprocessing이란, 안구운동 민감소실 재처리를 의미하며 좌우 양측으로 눈을 움직이는 안구운동이 고통스러운 기억에 대한 민감도를 감소시키는 치료법이다.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없애지는 못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복잡하게 얽혀있어 풀리지 않는 과거 기억들을 안구운동으로 풀어내, 보다 현실적이고 회복될 수 있는 기억의 망으로 연결되도록 촉진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저자의 실질적인 조언들이 담겨있다.




☞ 조금씩, 털어놓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말로 하자니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는 않아 글로 대체하는 것도 좋다고 조언해주셨다.

그래서 가상의 인물을 덧대어 감정 표현을 마음껏 해놓은 소설, 그간 겪었던 사건들과 함께 무너져내렸던 감정 그리고 이를 극복했던 마음가짐을 담은 에세이를 꾸준히 작성하고 있다.

그렇다. 나도 가족과 관련해 아픔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이 문제로 상담도 많이 받았는데, 실제 당시 느꼈던 감정부터 시작해 실질적인 조언해주시는 것까지 책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 놀라긴 했다.

장녀인 나는 유난히 첫째로서의 책임감이 매우 컸는데, 상담 결과 나와 부모님의 위치가 바뀌었다며 솔루션 중 하나가 조금은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라는 것이다.


학교에서 혹은 학원에서 그리고 가정에서 크고 작게 상처받는 일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을 돌려 사건이 일어날 수 없도록 하지 않는 이상, 과거의 기억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어른이 되고 난 지금, 가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 중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라. 문제점 중 일부는 알게 모르게 어린 시절에 겪었던 사건들이 원인이었을 수도 있으니깐.


이미 성인이 되었고 성인이 된 이 시점에 누구에게 위로받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 것이다.

심각하게 얽혀있는 것이 아니라면 책으로도 충분히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허나 심각하게 얽혀있는 이들에게는 필요한 것이 바로 '사람'이다.

트라우마로 자리잡게 된 원인을 분명하게 파악하고 치유해야만, 정서적으로 '건강한' 나로 살 수 있다.


어른이 되었고 어린 시절의 '나'는 이미 지났다. 그런데 왜 굳이 원인을 생각해보고 개선해야 하는 거죠?

언젠가 '나'도 부모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좋은 부모의 조건은 자신의 마음을 잘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허나 자신의 감정도 통제할 줄 모른 상태에서 부모가 되어버리면 또 나는 나의 부모처럼 행동하게 되는 것이고 아이는 지금의 나가 될 것이다.

부모가 될 계획이 없다해도 앞으로 살아갈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앞으로 부모가 될, 이제 막 부모가 된 그리고 어린 시절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 모두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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