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이 내는 묵직함과 청아함, 나의 가야금 (ft. 설유화)
질 좋은 설유화를 골라 집으로 데려온 뒤, 한 달을 잘 말렸다.
생각보다 드라이가 잘 되었다.
뭣 모르고 툭툭 쳤다가는 수많은, 얇은 꽃잎이 후두둑 떨어지기에, 조심스러운 손길로 어루만져야 한다.
매일같이, 연주하는 피아노와 가야금은 짝꿍인 것 마냥 항상 붙어있다.
피아노 옆에 가야금을 세워 보관하는데, 설유화 화병이 담긴 자리로 가야금을 옮기니 그렇게 조화로울 수가 없다.
나무 내음이 진하게 날 것 같은 나의 가야금은 보기만해도 참 예쁘다.
줄을 뜯는 순간순간은 모든 것을 잊게 해준다.
시끄러운 세상 속에서 들리는 건 오롯이 줄이 가져다주는 묵직한 음과 청아한 음일 뿐이다.
때로는 피아노 먼저, 때로는 가야금 먼저.
번갈아가며 그 날의 연주를 끝마쳤을 때, 요새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바이올린이나 해금을 배워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