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사람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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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책장 한 켠을 그에게 내주었다.

『오베라는 남자』가 출간되고서부터 그의 작품을 안 읽은 것이 없다.

에디션별로 전부 소장하고 있을 뿐더러, 그의 작품을 모두 소장하고 있으니 내 책장의 한 켠은 배크만에게 내주었을 정도이다.


저자, 프레드릭 배크만은 스웨덴의 한 블로거에서 전 세계를 사로잡은 초대형 작가가 되었다.

데뷔작이자 첫 장편소설인 『오베라는 남자』는 그의 블로그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수많은 독자들이 ‘오베’라는 캐릭터에 반해 이야기를 더 써볼 것을 권했고, 그렇게 『오베라는 남자』가 탄생했다. 프레드릭 배크만은 2012년 이 소설로 성공적인 데뷔를 했다. 출간 즉시 굉장한 인기를 모았고, 인구 9백만의 스웨덴에서 84만 부 이상, 전 세계 28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미국 아마존 소설 분야 1위를 기록하며 77주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리스트를 지켰고, 2017년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의 자리에 올랐다. 44개국에 판권이 수출되며 독일, 영국, 캐나다, 노르웨이, 덴마크, 아이슬란드 등에서 베스트셀러로 등극했고, 2016년에 영화화되어 스웨덴 영화제에서 다양한 부문의 상을 휩쓸고, 유럽영화상 코미디 부문을 수상했으며, 톰 행크스 주연으로 할리우드 영화화를 앞두고 있다.

뒤이어 출간한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와 『브릿마리 여기 있다』 역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전 세계적인 초대형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완전히 달라진 스타일의 작품 『베어타운』으로 돌아온 배크만은 이 소설로 “『오베라는 남자』를 뛰어넘었다” “이 시대의 디킨스다”라는 언론의 열광적인 찬사와 함께 아마존 올해의 책 Top 3, 굿리즈 올해의 소설 Top 2에 오르며 또 한번 커다란 도약을 이루어냈다.

그 뒤를 잇는 이야기 『우리와 당신들』 역시 아마존, 굿리즈 올해의 책에 오르며 매번 자신의 정점을 찍는 작가의 성장세를 증명했다.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과 『일생일대의 거래』는 사랑하는 가족과 나누는 마지막 작별인사를 그린, 짧지만 여운이 길게 남는 소설이다. 삶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두 따뜻하고 환상적인 이야기는 ‘인생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자리매김하며 독자의 마음을 깊이 울리고 있다.

최신작 『불안한 사람들』은 배크만이 『우리와 당신들』 이후 3년 만에 집필한 장편소설로, 그간 기다려온 독자들에게 부응하듯 2020년 아마존, 굿리즈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서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다. 특히 총 25만 개가 넘는 평점과 웃음과 눈물이 황금비율로 녹아든 필력은 배크만 소설만이 도달할 수 있는 독보적인 영역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인질극, 은행 강도 그리고 하우스 트릭스


은행 강도. 인질극. 아파트를 급습하려는 경찰들로 가득한 계단. 이 지경에 다다르기까지는 수월했다. 생각보다 훨씬 수월했다. 정말 한심한 발상 하나만 있으면 됐다.


무장 강도가 은행에 침입해 돈을 요구했지만, 하필 현금이 없는 은행을 급습했기에 아무것도 얻을 수 없었다.

삐뽀삐뽀, 사이렌 소리에 허둥지둥 당황하던 강도는 무작정 도망치다 한 건물로 들어가게 되었다.

알고보니 그곳은 오픈하우스였고 오픈하우스를 방문하고 있던 고객들을 인질로 잡게 된다.


사실 은행 강도가 항복했을 때 모든 인질-부동산 중개업자와 잠재 고객 전원-이 동시에 풀려났다.

그렇다. 앞서 인질로 잡혀 있던 고객들을 구출하려 진입했을 때, 이미 인질들은 그 자리에 없었다.

인질 중 한 명이 은행 강도의 도주를 도왔다던가 혹은 은행 강도가 아예 도주하지 않았다는 결론이다.



목격자 진술서


야크: …… 은행 강도의 첫인상이 어떻던가요?

런던: 좋아요. '은행 강도'가 완전 덜떨어진 인간 같아 보였다는 게 내가 느낀 '첫인상'이에요.


야크: …… 어떤 근거로 은행 강도가 덜떨어졌다는 인상을 받으셨나요?

런던: "6천5백 크로나 내놔!"라고 쓴 쪽지를 주더라고요. 6천5백을 훔치려고 은행을 털다니 도대체 뭐예요? 천만, 뭐 이 정도는 노리고 은행을 털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 원하는 금액이 정확히 6천5백이라니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거 아니겠어요?


사라: 이러다 날밤 새우겠네. 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 내가 그냥 간단하게 요약해줄게요. 총을 든 정신병자가 나랑 나보다 못사는 가난한 사람들을 반나절 동안 붙잡아놓는 동안 경관님과 그 동료들은 건물을 에워쌌고, 모든 상황이 텔레비전으로 중개됐는데도 경관님은 은행 강도를 놓쳤어요. 지금 나가서 앞서 언급한 그 은행 강도부터 먼저 찾을 수도 있을 텐데 자음이 세 개 이상 들어가는 성을 본 적이 없어서 여기 이렇게 앉아 진땀을 흘리고 계시네요. 내가 경관님의 상사한테 성냥을 쥐여준다 한들 내 세금을 이보다 더 빨리 날려 버리지는 못할 거예요.


야크: 율리아하고 로요?

안나레나: 네!

야크: 그 두 사람은 '집을 장만하려는 사람들'이었다고 생각하세요?

안나레나: 그럼요. 그런 사람들은 거기서 살기만 하면 모든 게 괜찮아질 거라는 생각으로 집을 보러 와요. 거기서 살기만 하면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숨을 쉬기 어렵지 않을 거라고. 화장실 거울을 들여다볼 때마다 가슴속에 얹힌 보이지 않는 돌덩이가 느껴지지 않을 거라고. 덜 싸울 거라고. 맨 처음 결혼했을 때, 그러지 않고는 못 배겼던 그때처럼 서로 손을 자주 만지작거릴 거라고.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죠.


야크: …… 범인이 아직 아파트 안에 있다고 생각할 만한 근거가 있어서요.

……

로게르: 여기요. 두드려보면 알 수 있어요. 빈 공간을.

야크: 그 사이가 왜 비어 있을까요?

로게르: 예전에, 이 동네 사람들이 돈이 많고 아파트는 더 저렴했던 시절에는 이 집과 옆집이 한 집이었기 때문일 수 있어요. 요즘은 부동산 시장이 평범한 사람들의 돈을 우려내지 못해 안달이 났죠. 그건 부동산 업체들의 잘못이에요. 그리고 은행. 그리고 스톡홀름에서 온 사람들. 가격을 올려놓고 온갖 짓을 서슴지 않아요. 왜 그렇게 눈을 굴려요?

야크: 죄송합니다. …… 하지만 선생님과 부인께서도 최근 몇 년 새 투기의 일환으로 아파트 몇 채를 사고팔지 않으셨나요? 그것도 가격을 높이는 데 일조했을 텐데요.


로게르: 바보들이었으니까요.

야크: 그러고는 그 사이에 공간을 남겼다?

로게르: 그렇죠.

야크: 그러니까 범인이 벽 속으로 사라졌을지 모른다는 겁니까? 사이즈는 맞지 않을지 몰라도?


율스: 우리는 소파에 앉아서 피자를 먹었어요. 그게 질문에 대한 대답이에요.

야크: 감사합니다! 그때 아파트 안에는 누가 있었습니까?

율스: 저희 둘. 에스텔. 사라. 레나르트. 안나레나와 로게르. 은행 강도.

야크: 그리고 부동산 중개업자도 있었고요?

율스: 당연하죠.


야크: 인질극을 벌인 범인이 인질을 석방하기 전에 폭죽을 요구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거든요. 돈을 요구하는 것이 좀 더 일반적이죠.

레나르트: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애초에 인질극을 벌이지 않는 것이 좀 더 일반적이죠.

야크: 그럴지도 모르지만 폭죽이라니 좀 특이하지 않은가요? 범인이 인질을 석방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요구한 게 그거라니.

레나르트: 글쎄요. 새해잖아요. 그리고 폭죽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고요, 아닌가요?



진실은 무엇일까?


봄이 온다. 봄은 어떻게든 우리를 찾아오고야 만다. 바람이 겨울을 쫓아내고 나무는 바스락거리며 새들은 조잘대기 시작하고 몇 달 동안 눈이 모든 메아리를 삼켜버렸던 곳을 대자연이 귀청 터질 듯한 굉음과 함께 벼락같이 쓸고 지나간다.


날이 밝으면 또다른 하루가 시작되듯이, 결국 이야기는 해피엔딩이다.



배크만의 애독자들이 많은 탓인지, 『불안한 사람들』의 리뷰가 많아 줄거리는 생략하고 중요한 부분만 흔적을 살짝 남겼다.

자세한 이야기는 책 말미에 나와있지만 결국은 해피엔딩이었다.

『불안한 사람들』에서 등장한 인물들을 보며 자연스레 여럿이 떠올랐다.

현실에서의 야크와 짐, 사라, 안나레나, 로와 율리아, 로게르, 레나르트, 에스텔, 나디아, 부동산 중개업자 그리고 은행 강도.

아! 책을 읽기에 앞서, 등장인물란이 먼저 소개되는데 꼭 등장인물란을 자세히 살펴보고 책 속으로 들어가길 바란다.

각 인물들의 특성이 짤막하게 소개되어 있는데 이를 잘 생각하며 이야기를 따라나가야만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왜 제목이 「불안한 사람들」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비슷한 사건이 아니더라도 실제 일어났던 사건들 몇 개가 떠올랐는데, 왜 떠올랐는지에 대해 말해보겠다.

권총을 들고 은행에 들어가 돈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물론 잘못되었다. 이 과정에서 애먼 사람들이 희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책을 읽으면 알겠지만) 왜 인질로 붙잡혀있던 사람들이 은행 강도를 옹호 아닌 옹호했는지를 알 수 있는 게, (은행강도 시점에서) 그 누구도 손 잡아주지 않으려 했고 그나마 있는 것마저 빼앗길 판이었다.

사람이 극한에 내몰리게 되면 순간적인 판단 미스로 되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고 마는데 은행강도가 이에 속했다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레드릭 배크만의 첫 작품을 시작으로 그가 출간한 책 중 안 읽어본 책이 없다.

그의 작품의 애정을 갖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쓰고자 하는 소설의 방향과 매우 흡사하기 때문이다.

간간히 읽고 또 읽는 게 그의 작품인데, 그렇게 읽을 때면 언제쯤 나도 배크만처럼 내 이름 석 자를 걸고 책을 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 주변에는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등등 다양한 사람들이 '인연'이 되어 연결 지어지는데, 내 주변에도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는지라 책 속의 등장인물들이 자연스레 연관되는 건 웃어야 하는 건지, 씁쓸해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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