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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도 막지 못하는 빗방울이 있어
심재현 지음 / 부크크(bookk) / 2020년 7월
평점 :
품절
『하나, 책과 마주하다』
스무 살이 되어서, 즉, 성인이 되어 느끼는 감정 이전에 열아홉의 '나'는 그 때만의 감정과 생각들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열아홉의 나이인 저자가 쓴 글을 읽으며 그 때 써내려갔던 일기장과 글쓰기 노트를 꺼내보게 되었다.
저자, 심재현은 서울의 모 외국어고등학교에 재학 중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사진을 찍는다고 한다.
> 목차 |
새벽 1시 새벽 2시 새벽 3시 새벽 4시 새벽 5시 새벽 6시 |
새벽 1시
소중함은 결코 그저 소중함이라는 가벼운 수사 하나로 정의될 수 없다. 깊고도 거대한 명사이다. 소중함은 사랑이며, 증오이며, 집착과 관찰, 그리고 다시 사랑이다. 소중함은 그래서 때때로 여러 방식으로 표현되곤 한다.
…… 소중함은 아픔, 사랑, 눈물, 추억, 악몽, 그리고 내일을 의미한다.
언제부턴가 내 미래에 대해 철학하기 시작했다.
…… 지금 당장은 내가 경험하고 있는 잔잔한 행복들에 그 의미를 부여하기로 한다.
그러나 이 하찮은 글을 끄적이는 내내 내 속을 채우는 감정이 분노라는 사실이 참을 수 없을만큼 부끄럽다.
…… 나는 또다시 깊은 어둠으로의 위험한 잠수를 감행한다.
새벽 3시
아무래도 이제는 조금 내려놔야 하지 않을까 싶어. 포기하고 싶을 때, 그때가 바로 포기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테니깐.
내일이면, 다시 괜찮아지겠지.
…… 누군가의 화려한 위로보다는, 사려깊은 덤덤함에 감동받고 싶은, 그런 날이다.
새벽 5시
감정이라는 우주의 지도를 그리는 일이, 역시 쉽지는 않으니까요. 나의 행성은 그저 하나 추상의 별 하나만을 공전하고 있을 뿐입니다. 내 눈에 들어오는 별을 극히 일부입니다.
저자의 감정을 고스란히 토해 낸 짤막한 혹은 긴 글 그리고 시가 가득하다.
일기를 읽는 느낌도 들지만 자전적 에세이에 가까운 듯 싶다.
짤막한 저자 소개를 읽고선 생각든 것이 평소에 저자는 감정과 생각을 글로 고스란히 풀어내는 듯 싶었다.
나 또한 이를 잊거나 버리지 않고 글로서 풀어내는 편인데 책을 읽고선 오랜만에 상자를 꺼내 일기장을 펼쳐보았다.
책 중간에는 북 북 찢어져 있는 공간도 있었는데 실수는 아니었다.
'완벽하게, 꼼꼼하게'라는 성격 탓에 일기를 써도 【안네의 일기】 못지않게 그 날의 일들을 빠짐없이 적어내렸으니 그 때의 그 감정 또한 일기에 고스란히 묻어나 지울 것은 지워야만 했다.
이럴 때, 느끼곤 한다, 일기라는 것이 소중한 추억을 돌이켜 볼 수 있는 것과 동시에 치부책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개개인의 차이가 있겠지만) 열아홉의 나이면 단연 큰 것은 '진로'에 대한 고민일테고 그 외에 교우관계, 사제관계 그리고 사랑에 대한 고민도 있을 것이다.
나도, 당신도, 우리 모두가 열아홉의 나이를 지났다면 분명 한 번쯤은 겪어봤을 고민이다.
그렇게 풀어낸 마음이 고스란히 책 한 권에 담겨있으니 특히나 또래 학생들이 읽는다면 많은 공감을 할 것이다.
…
작년, 코로나 발병으로 인해 모든 것이 뒤바뀐 삶이었는데 학생들에게도 특히나 힘든 한 해였다.
특히, 수능을 치른 학생들의 경우 마스크 착용은 물론이고 가림막까지 설치하며 시험을 치뤘으니 참 고생했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앞서 고등학교 때 쓴 글들을 꺼내 읽었다고 했는데 일기장 외에도 글쓰기 노트에 적힌 글들이 가득했었다. 괜찮은 글들로 추려 한 번 모아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