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실제보다 아름답다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나를 아프게 했던 기억이 억울하거나 아프게 남지 않고 따뜻하게 남아준다는 건 고마운 일이다. 지난 디제이들의 얘기를 하면서 이렇게 얘기하자니 무슨 슬픈 사연이라도 있는 것같이 느껴지지만 그런 건 절대 아니다. 다만, 실제는 어땠는지 모르나 나에게 남아 있는 디제이들의 따뜻한 기억들을 끄집어내 보는 것뿐이다.

라디오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그게 우리 일상이기 때문에더 이상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하면 뭐라고 답할까. 그래도 그들은 또 고민하고 고민하겠지. 좀 더 새롭고, 뭐 좀 재밌는 걸 원하는 것 역시 그들의 일상이니까.

매력적이었던 존재가 뜨겁게 얽히고 나서는 어떻게 식어버리는지 몇 가지 경험들을 통해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아직은 멀리 있어서, 어쩌면 영원히 닿을 수 없어서, 더 매력적인 것들을 그냥 그 자리에 두는 것만으로도 괜찮은 일 아닐까. 볼 때마다
설레고, 언젠간 할 수도 있을 것 같은 막연한 희망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다행히도 라디오에 도착하는 수많은 사연들은 ‘나는 오늘로 시작한다. 타인과의 대화에서 미처 하지 못했던 내 얘기, 누군가에게는 하고 싶은 애기, 누군가는 들어줬으면 하는 얘기들이 넘쳐난다.
......
‘나는 오늘‘로 시작하는, 어린 시절의 일기 같은 솔직하고 따뜻한 얘기들, 그 수많은 얘기들을 떠올려보다가 지금, 다시 또생각났다. 나는 그래서, 라디오가 좋았다. 라디오가, 참 좋았다.

그런데 결국, 라디오는 가족이다. 그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지금까지 경험한 바 없는 것 같고, 없을 것 같고, 없는 게 분명하다. 우리가 ‘가족‘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에게 느끼는 모든 감정들, 라디오에는 분명 그 모든 것이 들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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