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의 소재 중에서 가장 쉽고도 어려운 건 날씨 얘기를 할 때다. 날씨 얘기를 뻔하고 흔하지 않게 쓰는 일은 어렵기 때문에 웬만하면 소재로 선택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정말 꼭 해야 할 날씨 얘기 같은 것도 있다. 태풍이 왔을 때, 비가 오랫동안 오지 않을 때, 폭설이 내렸을 때, 너무 더울 때, 미세먼지가 심할 때, ‘날씨가 이러니 조심하시라‘는 얘기 대신 조금 더 특별하게 날씨 얘기를 전하기 위해 고민한다.

답 안 나오는 뻔한 위로보다 함께 울어주는 사람이 곁에 있을 때 더 큰 위로라 믿는다. 그날 얼굴도 알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흘려준 눈물이 그녀에게 힘이 되었기를.

같은 시간에 라디오를 듣고 있는 청취자가 몇 명이나 되는지는 알 수 없다. 물론 문자를 보내거나 어플에 접속한 사람들의 수는 집계되지만 그 숫자가 전부는 아니니까. 모든 경우를 모두 만족시키는 표현은 없다는 것도 안다. 실은 그래서 모든 얘기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자칫 내 글이 디제이의 말로나갈 때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거나 화가 되면 안 되니까.

숫자는 중요한 게 아니지만 중요하다. 여전히 세상의 많은일들은 숫자로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취율에 대해서는 계속 고민할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수치로 나타내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청취율이 잘 나와야만 내가 하고 있는 프로그램, 디제이, 이 프로그램을 좋아하고 매일 들어주는 사람들을 오래 만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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