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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
손미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9월
평점 :
『하나, 책과 마주하다』
인간이기에, 살면서 누구나 한번 이상은 슬럼프에 빠진다.
(개인에 따라 슬럼프의 강도나 주기가 천차만별이지만) 슬럼프에 걸린 이들은 늪에 빠진 것마냥 이유없이 우울하고 암울하며 식욕도 없고, 무엇이던간에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순간 의욕이 스르르 사라진다.
여러 수식어로 불리며 멋진 삶을 나아갔던 작가 손 미나도 낯설고 긴 터널과도 같은 슬럼프에 빠져 한동안 헤어나오질 못했었다고 한다.
그리고 슬럼프에 빠진 그 순간부터 슬럼프에서 벗어나기까지의 고백을 진솔하게 글로 풀어냈다.
그렇게 글로 풀어낸 책이 바로 『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이다.
저자, 손 미나는 알랭 드 보통의 인생학교 서울 교장이자 허핑턴포스트 코리아 편집인, KBS 아나운서, 손미나앤컴퍼니 대표, 여행 작가, 소설가 등 수많은 이름으로 불려온 다재다능한 여성 리더다.
여행 작가, 편집인, 사업가, 여성 멘토로 쉼 없는 생활을 지속하던 끝에 작가는 극심한 강도의 슬럼프를 겪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성취가 반드시 행복을 보장하는 건 아님을 깨닫는다.
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
부정적인 감정이 끓어오르리라고는 상상도 못 하는 순간들이 있다. 심지어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이 매우 부적절하다고까지 생각되는 때. 그날도 그랬다. 천길만길 어두운 공간 속으로 내리꽂히다 공포와 메스꺼움으로 가득한 수렁에 빠져버린 기분. 누군가 내 두 발목을 잡고 있는 힘껏 끌어내리는 것만 같은 느낌.
몸과 마음은 직결되어 있다. 마음이 병이 나면 바로 몸으로 나타나듯, 마음이 병 들어있으면 몸에서도 어떠한 형태로든 거부 반응을 일으킨다.
아무리 강하고 단단해도 쉽게 무너지는 것이 바로 마음이다. 마음이 원하는 건 성공이나 성취, 바람직하고 모범적인 일과는 거리가 멀다.
개개인마다 천차만별이지만 나같은 경우는 몸이 약해져서인지 몰라도 일단 마음이 지치거나 아프면 혹은 슬럼프에 빠지는 그 순간부터 몸으로 확 나타난다.
지금 이석증 증세는 없어졌지만 그와는 다른 어지럼증으로 결국 검사를 하였는데, 메니에르 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이상했다. 픽 쓰러질 정도의 어지럼증은 처음이었으니깐.
속상했다. 완치도 안 되는 희귀난치질환에 걸리다니.
한번 나타날 때마다 그 강도가 센 편이어서 주기라도 잦아지면 큰일이기에 완치는 불가하지만 완화시키는 방향으로 꾸준히 약물치료 하기로 했다.
나같은 경우는 과로나 스트레스가 주된 원인이라고 한다.
문득, 손 미나 작가가 루드라라고 하는 구루와 상담하던 중, 그가 그녀에게 말한 내용이 떠올랐다.
"미나 씨의 몸이 미나 씨의 정신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있을거란 얘기예요. 좋은 음식 먹이고 운동시키고, 좋은 곳 여행하며 휴식도 시켜준 다음에 상태가 회복되면 기다렸다는 듯 자기가 원하는 일을 위해 혹사시키니까요. 몸이 아무리 피곤하다 항의해도, 마음이 원하는 걸 위해 에너지를 남겨두고 싶어도, 정신이 목표로 하는 일을 위해 완전히 바닥날 때까지 치닫게 한 후에 재충전이라는 명목으로 몸을 달래고 컨디션이 나아지면 또 반복하기를 십수 년, 아니 수십 년. 충실한 조력자가 되어온 몸이 마침내 배신감을 느겨 다른 선택을 할 때가 된 거죠. 이럴 때 몸이 하는 선택은 둘 중 하나예요. 병을 얻거나, 무기력감에 빠져드는 것. 일종의 시위를 하는 거죠. 경고이기도 하고요. 더 이상 정신 멋대로 살지 못하게 만드는 거예요. 미나 씨가 건강에 이상 징후를 느꼈다거나 왠지 움직이기 싫고 아무 의욕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미나 씨의 몸이 미나 씨에게 강한 배신감을 표현하고 있는 겁니다."
"열심히 살아온 줄 알았는데, 사실은 열심히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저자의 말에 공감했다.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요해지니 후회없을 정도로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공부했다.
전에 더 열심히 했을 걸, 전에 더 잘했을 걸이라는 노력에 대한 후회는 없다. 굳이 있다면 선택에 대한 후회는 있을 뿐.
결국, 스스로 느슨해져야 하는 부분은 마음이 내켜하지 않아도 느슨해지는 수밖에 없다.
자존감을 높여주는, 그런 존재
코로나 2.5단계 시행 전에, 선생님께 연락이 왔다.
"하나, 잘 지내니? 밥 먹자!"
누구에게나 자신이 모르는 장점마저 잘 끄집어주며, 자존감을 확 향상시켜주는 그런 사람, 한 사람 이상은 있을 것이다.
선생님이 내게 그런 존재이다.
오랜만에 만나는 선생님을 위해 고흐 해바라기를 주문해 꽃다발을 만들고선 책 몇 권과 함께 예쁘게 포장했다.
마침 병원가는 날이어서 끝나자마자 약속 장소로 향했다.
그렇게 이른 오후에 만나 (타인과 접촉없는 프라이빗한)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커피를 마셨다. 먹고 이야기하고, 마시고 이야기하고.
시간이 훌쩍 지났다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미 예닐곱 시간이 지나 밤하늘에는 달이 예쁘게 떠 있었다.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행복했다.
그간의 근황이든, 무언가에 대한 고민이나 고백이든, 말하는 것보단 듣는 것을 더 잘한다.
그래서 항상 내가 말하는 것이 있다. 대놓고 내 이야기 좀 들어달라는 게 말하기 그렇다면 은근히 신호를 주라고 말한다.
'아, 힘들다.', '오늘 조금 우울하네.'등 말에서 지침이 느껴지면 카톡 혹은 전화를 하거나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준다.
그리곤 조금 나아진 것 같다, 조금 힘이 난다, 자존감이 한층 올라간 것 같다고하는 그들의 말을 듣고나면 나까지 괜스레 뭉클해진다.
상황에 따라 자존심은 버릴 수 있어도 자존감마저 버리면 안 되는데, 수렁 속에 빠질 때면 자연스레 자존심과 자존감이 동시에 떨어져버리고 만다.
슬럼프에 빠질 때, 자존감까지 떨어지면 헤어나오기가 힘들어진다.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는 연습
결국 나를 살게 하는 것은 돈도 명예도 성공도 아닌, 그 어떤 고통도 감내할 수 있을 만큼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그 무엇이라는 것. 내 힘으로 통제할 수도 없고 못마땅한 일이 수두룩할지라도, 고통을 감수하고 깊이 몰두하고 사랑할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대로 괜찮은 인생 아닐까.
어떤 일로 인해 힘들고 상처받아도 그 두려움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라고 저자는 말한다.
도망치거나 벗어나려 하면 점점 더 커지기에, 겉잡을 수 없이 커지기에.
허나 도망치지 않고 그 순간을 똑바로 직시한다면, 후에 별거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렇게 느껴진다고 덧붙인다.
우리는 마음챙김이 필요하다. 마음챙김이란, 마치 어린아이 대하듯 자기의식, 생각, 정신, 마음 상태를 다루는 것을 말한다.
앞서 말했듯이, 아무리 강하고 단단해도 쉽게 무너지는 것이 바로 마음이기에 잘 돌봐줘야 한다.
병원에서 두 번 듣고, 세 번 들은 것이 있다면 절대 과로하지 말고 스트레스 안 받게 꼭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저자가 더는 열심히 살지 않겠다고 선언했듯이 나 또한 오늘의 기쁨을 내일의 희망과 맞바꾸지 않으려고 한다.
그냥, 있는 그대로 열심히 사랑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니깐.
이상하게 요새 서평이 내 맘같이 써지질 않는다.
뭐랄까, 쓰고나면 왜 이렇게 썼나 싶을 정도로 잘 정리되지 않은 느낌이랄까.
아무튼 오늘도 최선을 다했으니 내일은 내일에 최선을 다하는 그런 하루하루를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든, 그런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