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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는 것에만 너무 익숙해지지 마세요
자주 혹은 가끔 혹은 오랜만에 만날 때면, 항상 내 손에는 쇼핑백이 들려있다.
쇼핑백 안에 짤막한 편지와 함께 소소한 선물을 담아 만나는 상대에게 주는 기쁨을 느끼곤 하는데, 상대방이 좋아하면 나 또한 덩달아 행복하다.
그 날, 처음으로 느꼈었다.
주는 기쁨이 더 크다 생각했었는데 받는 기쁨 또한 크게 와닿을 수 있다는 것을.
작년, 고등학교 친구가 텀블러를 선물로 줬는데 마침 텀블러가 매장에 없었기도 했고 아는 언니 또한 텀블러를 선물로 줘서 둘의 선물을 오르골로 변경해 받았었다.
그래서 오르골을 돌릴 때면 친구와 언니가 자연스레 생각난다.
당시, 감당하기 힘든 사건들이 연타로 몰리면서 생일도 없이 보냈었다.
늪에 빠진 것마냥 헤어나오지 못했고 지금도 그 잔재는 아직도 매듭이 풀리지 못한 채 고스란히 남아 있다.
축하한다는 카톡에 생일인 줄도 정말 까맣게 잊었던 모습에 정말 넋이 나가있었구나 싶었다.
그래도 생일이라면 생일의 상징물인 케이크에 초도 꽂아 불고 컷팅도 하는 게 당연한 의례였지만 그 또한 생략했었다.
잊지 않고 생일을 축하해주는 것부터가 너무도 고마웠다.
그 중에 '힘들지?', '괜찮아?', '아프진 않아?'라는 말과 함께 책부터 영양제, 텀블러, 화장품 등을 선물로 받았었는데, 당시 공허함과 힘듦이 온몸을 지배하고 있어서인지 모르겠지만 받는 기쁨이 이렇게 클 수 있구나를 느꼈었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작년에 받은 선물들이 하나하나 선명하게 기억 속에 새겨졌다.
오르골을 선물로 준 친구 그리고 언니, 책케이크라며 책을 잔뜩 보내주 친구, 네가 편안해지길 바란다며 디퓨저와 향수 보내준 친구들, 잘 먹으라며 이것저것 챙겨보내준 언니, 아프지 말라며 영양제 보내준 동생, 언제나 빛나라며 화장품 세트 보내준 선생님, 향기 가득 꽃 보내준 친구 등등…….
아, 다들 날 생각해주는구나! _아껴주는 이들이 있음에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내게 선물 준 이들은 12월 이전의 생일자들이어서 올해는 코로나때문에 만나는 것이 힘들어 대부분은 카톡으로 혹은 택배로 보내 받았던 마음 두 배, 세 배로 담아 고스란히 보냈었다.
그렇게 2월부터 8월에 걸쳐 선물을 보냈고 이제 고마움을 전해야 할 이들이 딱 11월 한 달에 몰려 있어 미리서부터 어떻게 그 마음을 두 배, 세 배로 건네줄지 고민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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