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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밤의 클래식 - 하루의 끝에 차분히 듣는 아름다운 고전음악 한 곡 ㅣ Collect 2
김태용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0년 8월
평점 :
『하나, 책과 마주하다』
나의 플레이리스트에는 클래식이 가득하다.
이전에 클래식을 즐겨 듣는다거나 클래식을 평소 듣는다고 하면 '어우, 뭐야.'하는 식의 눈빛을 받아본 적이 있어 클래식 좋아한다는 소리는 안 하는 편이다.
그래도 클래식을 향한 나의 사랑은 여전하다.
엄마께서 태교의 일환으로 클래식을 즐겨 들었었다고 하던데 아마 그 영향도 있지 않았나 싶다.
초등학교 때도 수업 마치고 집에 오면 엄마방 한켠에 동화책을 잔뜩 옮겨 책탑을 쌓아놓은 뒤 엄마방 TV 옆에 있던 큰 CD 플레이어에 모차르트 CD를 켜놓고 엄마는 잡지를, 나는 쌓아놓은 동화책을 읽었었다.
이렇듯,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질리지도 않게 듣는 것 중 하나가 클래식인지라 클래식과 관련된 책이나 특정 음악인을 다룬 책들도 꾸준하게 즐겨보고 있으며 클래식에 관한 강의도 교양으로 들은 적이 있다.
그러다 '클래식'과 관련된 또 하나의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바로 『90일 밤의 클래식』이다.
『90일 밤의 클래식』 저자, 김 태용은 서양음악사 저술가 겸 클래식 음악 칼러님스트로 국제적 권위의 영국 클래식 저널 <the Sttrad> 및 <International Piano> 코리아 매거진의 전문 클래식 음악기자와 상임 에디터를 역임하며 세계적인 연주자들에 대한 칼럼들을 기고했다.
또한, 예술의 전당, 세종문화회관, 금호아트홀 등의 클래식 전문 공연장의 공연기획자로서 클래식 음악의 대중적 육성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펼쳤으며 현재 클래식 입문자를 위한 강연을 하고 있다고 한다.
혹평을 넘어선 명작 | 표트르 일리지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Op.23」
KBS중계석이나 국악한마당에서 관심있는 프로그램이 방영되면 다운받아서 따로 보곤하는데, 몇 주 전 KBS중계석에서 전주시향 연주 녹화본을 방영해줬었다.
당시 프로그램이 차이콥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이었는데 평소 좋아하는 음악가 중 한 명이 차이콥스키이기에 곧장 감상했었다.
(물론, 전공자도 아니고 음악에 대해 잘 알진 못하지만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솔직히 연주된 음악이 귀에 꽉 찬 느낌이 없어서 아쉬웠다.)
그 아쉬움을 책으로 달래기 위해 Day 46을 펼쳤다.
"엉뚱하고 기괴한 발상이다. 심지어 거북스럽기까지 하다. 무엇보다 연주가 너무 어렵다. 이는 이류 작품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지적한 부분을 고친다면 공연에서 연주해줄 수 있다."
누가 들어도 상처받을 혹평이다.
차이콥스키는 워낙 유명한 곡이 많은 러시아의 대표적인 작곡가이지만, 초기에는 엄청난 혹평을 받으며 연주 불가 판정까지 받았었다.
자신이 잘 다룰 수 있는 악기가 피아노였음에도 불구하고 오케스트라와 피아노의 접목을 꺼렸는데, 어느 날 갑자기 첫 번째 피아노 협주곡 작곡에 착수하였고 그렇게 완성한 곡이 바로 이 곡이다.
러시아에서는 뜨뜻미지근한 반응이었지만 미국에서만큼은 뜨거운 반응을 얻게 되었고 이후 피아노 협주곡 중 가장 대중적이고 인기있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혹평을 퍼부었던 루빈스타인도 자신의 잘못된 생각을 시인하고 이 곡을 즐겨 연주했다고 전해진다.
헨델도 모르는 울게 하소서 |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 「오페라 '리날도', HWV7」
영화 [파리넬리]에서 부른 '울게 하소서'는 아마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유명한 곡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울게 하소서'라는 제목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데, 이는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중 2막 4장에 등장하는 아리아로 '제발 나를 울게 내버려두오'라는 곡이다.
18세기 바로크 시대에 만들어졌음을 감안하면 이렇게나 아름답고 황홀하게 음악을 만들 수 있는지 그저 헨델의 음악성에 감탄을 금치 못할 뿐이다.
곡에 대해 잠깐 설명하자면, 11세기 제 1차 십자군 원정을 배경으로 십자군의 장군인 리날도가 그 주인공이다.
리날도가 십자군 최고 사령관의 딸 알미레나를 사랑하게 되었는데 적진의 왕 아르칸테가 마녀인 애인의 힘을 빌려 알미레나와 리날도를 생포하게 된다.
그 때, 아르칸테가 잡혀온 알미레나를 보고 첫눈에 반해 고백하게 되는데 이 때 알미레나가 부르는 노래가 바로 '제발 나를 울게 내버려두오'이다.
단순히, 음악을 들었을 때보다 이야기를 알고나니 그 음악에 대해 더 흥미가 생기지 않는가!
『90일 밤의 클래식』은 특히 클래식 입문자에게 더할 나위없이 좋은 책인 것 같다.
특징적인 부분이 있다면 QR코드가 수록되어 있어 해당 곡을 들을 수 있으며 곡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그 곡에 대한 감상 팁 그리고 추천 음반까지 수록되어 있다.
이외에도 (내가 읽은 책 중) 클래식과 관련된 책을 추천하자면, 「Classics A to Z」 그리고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시리즈, 「1일 1클래식 1기쁨」을 추천한다. 최근에는 「한 권으로 듣는 클래식」, 「클래식 상식사전」도 읽었었는데 이 책들 또한 추천하고 싶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샤워한 후, 포근포근한 침대에 편하게 앉아 이어폰을 착용하고 휴대폰으로 클래식을 재생시킨 뒤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조용하고 편한 상태에서 펼치는 『90일 밤의 클래식』,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있을까!
Music is enough for a lifetime, but a lifetime is not enough for music.
_Sergei Rachmaninof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