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기괴괴 : 성형수 ㅣ 기기괴괴
오성대 글.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5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0824/pimg_7427481982649510.jpg)
『하나, 책과 마주하다』
오싹함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온다.
내 책장에 진즉 꽂아진 책이었지만, 장마 기간 내내 날씨도 어둡고 천둥번개 소리에 도저히 읽을 수가 없어, 이 책을 언제 읽을까 하다가 장마가 지나고 해가 쨍쨍 비추는 대낮에 드디어 읽게 되었다.
표지부터 이미 오싹하다 ༼ つ ◕_◕ ༽つ
『기기괴괴 - 성형수』는 총 6개의 단편[성형수, Lex Talionis, 귀신 잡기, 제이스의 펜, 상자 키우기, 도난]으로 이루어진다.
모든 이야기를 다 풀 순 없으니 제목에도 나온 【성형수】 단편을 잠깐 언급하겠다.
성형수는 말그대로 성형이 되는 물이다.
얼굴, 팔다리 등 모든 부위에 사용할 수 있으며 심지어 리터칭까지 가능하다.
준비물도 간단하다. 성형수 2병, 물, 주걱, 칼 또는 헤라, 스펀지, 물통, 드라이기만 있으면 된다.
물통에 성형수와 물을 일대일의 비율로 잘 섞어준 뒤 스노클링 장비를 이용해 20분간 얼굴을 물에 푹 담그면 된다.
20분 후, 찰흙이 된 얼굴을 손으로 조물조물 만지며 성형에 들어가는 것이다.
예쁜 눈을 원한다면, 앞트임, 뒷트임은 물론 애교살까지.
예쁜 코를 원한다면, 눈의 비율과 맞춰 콧대를 높게.
예쁜 입술을 원한다면, 선이 분명하고 도톰하게.
예쁜 이마를 원한다면, 양손을 이용해 볼륨있게.
예쁜 턱을 원한다면, 주걱으로 얼굴을 다듬는다.
이것이 바로 성형수의 위력이라 할 수 있겠다.
책을 볼 때 한 손에는 휴대폰을 꼭 쥐고 봤었는데 도저히 보기에도 감당할 수 없는 이미지는 휴대폰을 가려가며 보았다.
이 책이 그럼에도 끝까지 볼 수 있는 것이 막상 다 읽고나면 단순히 무서운 것에 그치진 않는다는 점이다.
그 속에서 분명히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기 때문에 『기기괴괴 - 성형수』 이렇게나 인기를 끌지 않았나 싶다.
여동생은 엄마를 꼭 닮아 이목구비가 뚜렷한 반면에, 나는 외가보단 친가쪽을 더 닮아 여동생에 비해 이목구비가 뚜렷하지 않다.
안 예쁘다는 우스갯소리를 들어도 내가 예쁜 얼굴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에 '맞아, 난 예쁜 얼굴은 아니야.'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물론 예쁘게 태어나면 너무 좋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형을 하고 싶다는 마음은 전혀 없다.
몸이 약해 엉덩이에 주사를 맞고 팔에 링거를 맞는 게 다반사라 몸에 뾰족한 게 닿기만해도 진저리가 난다.
(그래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팔에 주사바늘이 들어간 걸 본 적이 없다. 가끔씩 보면 채혈하는 사람들 중에 빤히 쳐다보는 사람들도 있던데 정말 대단한 듯하다.)
아무튼, 이 나이에도 주사맞는 게 무서워 벌벌 떠는 나인데, 설령 고치고 싶은 곳이 있다 한들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성형수】 내용이 조금 더 들어갈수록 얼굴 성형뿐만 아니라 지방흡입까지도 단면적으로 나오는 부분이 있는데 이전에 그런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지방흡입을 하던 도중 한 여성이 심정지가 와 의료진이 CPR을 서너번 했다는 기사를.
당시 그 여성은 혼수상태가 되었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지방흡입 또한 목숨 걸고 해야할 만큼 위험하다는 것을 느꼈었다.
너무 과한 것은 좋지 않다는 것, 한 번 욕심나면 계속 생기는 것이 욕심이라는 것, 후회가 생길만큼 저질렀던 행동은 결국 나에게 돌아온다는 것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주는 것이 결국 【성형수】에서 전하고픈 메시지가 아닐까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