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안 한다고요? 드러누워 자라는 중입니다 - 사춘기 자녀를 이해할 수 없는 부모들에게 행복한 성장 4
엘리자베트 라파우프 지음, 유영미 옮김 / 갈매나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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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아마 모든 부모들은 우리 아이만큼은 사춘기가 오지 않거나 설령 사춘기가 오더라도 조용히 지나가기를 소망할 것이다.

과연 이 소망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경영학이 주전공이지만 경영학에서 심리학으로 전과를 할까도 생각했었다.

그만큼 심리학에 관심이 높아 심리학 강의를 일부러 수강하기도 있는데 당시 배웠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의 심리였었다.

사춘기가 올 때면 더러 미운 나이대라고도 부른다.

크건 작건 간에 아무런 일탈없이 조용히 넘어가는 아이들이 있는가 반면에 크게 어긋나는 아이들도 있다.

앞서 말했듯이 사춘기가 오지 않겠으면 좋겠지만 이게 부모 마음대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춘기는 흔히들 생각하는 '성장통'이 맞다.

부모의 품을 벗어나 나아가는 성장과정 중 하나로, 사춘기를 겪는 아이의 목표는 바로 어른이 되는 것이다.


부모님은 물론 나 스스로도 알다시피 난 다행히도(?) 사춘기가 없었다.

지루하다 생각될 정도로 바른 생활을 실천하며 살아왔기에 지금껏 일탈이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다.

나와는 달리 동생들은 반짝 사춘기가 찾아왔었다.

어쩌면 맞벌이하시는 부모님을 대신해 동생들을 케어하다 보니 사춘기가 올 수 없는 환경이기도 했고 혹시 사춘기라는 시기가 분명 찾아왔음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억누르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언니(누나)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케어해주니 동생들에게 사춘기가 덜컥 찾아왔을 때 꽤나 스트레스를 받았었는데 (사춘기를 무탈하게 지나가게 해줄) 당시에 정말 효과적인 방법이 하나 있었다.

돌이켜보면 나 또한 어린 아이에 불과했기에 그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어서 그런 방법을 자연스레 터득했는지도 모른다.

이 방법은 검증된 방법이기에, 내가 직접 동생들에게 해보았기에 꼭 추천해주고 싶을 정도인데 바로 '(아이의 말에) 경청하는 것'이다.

들어주는 것?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그 때 아이들에게 귀를 기울이는 것과 기울이지 않은 것의 차이는 분명 있다.

이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는데 단순히 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마음을 다해 경청하고 그 자세 또한 매우 세심해야 한다.


사춘기는 무조건 미운 시기인 것일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사춘기로 인해 내재되어 있던 천부적인 재능이 드러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사춘기라는 선에서 크고 작은 일탈을 통해 스스로 아파보기도 하고 스스로 깨닫기도 하는 것이다.

이전에 한 리뷰에서 중학생 L군을 과외한 적이 있다고 얘기했던 것 같다.

방학 동안 잠깐 L군에게 영어를 가르쳤었는데, 당시 L군이 사춘기였다.

L군 스스로도 돌이켜보면 피식 하고 웃겠지만 할 때는 엄청 열심히 하긴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모든 것을 놓아버렸다.

그리곤 그 시기의 아이들처럼 약간의 폭력적인 성향도 드러나긴 했었는데 L군과 자주 얘기를 나누다보면 딱 느껴지는 것이 굉장히 어른스러운 척을 했었다.

뭐랄까, 내일이라도 어른이고 싶어했다.

물론, 선생님이라고 부르긴 했지만 '누나'가 아닌 '하나'라고 부르고 싶어했고 말이나 행동 또한 '나 어른이다!'를 시전했었다.

근데 얘기 나누다보면 영락없이 아가다. 아가아가하다.

매번 시간 내에 나오지 못하고 2-30분은 항상 늦게 나온 것이 뭔가를 하염없이 말하고 싶어했었다.

L군 부모님께서도 L군의 사춘기로 인해 꽤나 골치 아프다고 하셨었는데 L군에게 필요한 부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L군 모르게 문자를 보냈었다.

그렇게 L군이 개학하고나서 어머님과는 연락할 일이 없었는데 서너달 후에 문자가 왔었다. 사이가 많이 좋아졌다고, 조언 감사하다고.

그 때, 든 생각이 바로 '경청'의 중요성이었다.


1 그 나이에 부모가 멋있다고 생각한다면 서른 살에나 사춘기를 겪겠군! ― 반항, 시도, 가능성

2 엄마, 그냥 꺼져버려! ― 욕설, 자해, 이중성

3 밤이 날 애타게 부르는데 집에만 있으라고? ― 통금, 일탈, 불응

4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고 싶었을 뿐인데 ― 불화, 가출, 진심

5 하고 싶은 건 다 할 수 있는 세상인데 왜 시간을 낭비하냐고요? ― 땡땡이, 태만, 현재

6 사실대로 말할 수 없어요, 도저히! ― 거짓말, 신뢰, 통제

7 드러누워 자라나는 중이라고요 ― 성적, 잔소리, 인정

8 아니, 사 줘놓고 왜 쓰지 말라고 하는 거야? ― 스마트폰, 인터넷, 규칙

9 냄새나니까 저리 꺼져! ― 따돌림, 학교 폭력, 존중

10 어른들은 아무것도 몰라 ― 동경, 자만, 고독

11 잔소리는 이제 그만 좀 하세요 ― 심문, 설교, 질책

12 어른이 되면 술이나 실컷 퍼마셔야지 ― 술, 담배, 마약

13 나만의 가족을 찾을 테야 ― 나쁜 친구, 친한 친구, 이성 친구

14 엄마 아빤 정말 최악이야 ― 모욕, 폄하, 오해

15 그냥 난 관심받고 싶었어요 ― 관심, 희생, 결핍

16 엄마 아빠가 헤어지는 게 제 책임인 것 같아요 ― ‘다름’, 다툼, 죄책감

17 좀 더 잘 알았다면 덜 불안했을 텐데 ― 이차성징, 조숙, 성교육

18 저도 엄마 아빠가 침대에서 무얼 하는지 상관하지 않잖아요 ― 연애, 실연, 첫 경험

19 이모가 우리 엄마였으면 좋겠어 ― 제2의 부모, 소통, 공감

20 날 좀 내버려 둬! ― 구속, 탈출, 이상적 부모

21 제가 너무 얌전하고 반항을 안 해서 실망스러워요? ― 예측 불가, 독립, 새로운 반항

22 지금은 엄마 아빠 때랑 다르다고요 ― 새로운 환경, 걱정, 방향 상실

23 엄마 아빠가 그렇게 했으니까요 ― 이해, 신뢰, 모범


그 때, 그 때 상황에 맞춰 정리가 잘 되어있어 새삼 놀라움을 느꼈다.

언젠가 사춘기를 맞이할, 사춘기를 곧 앞둔, 사춘기를 둔 부모들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내버려두면 알아서 클 것이란 착각은 절대 해선 안 된다.

아이가 올곧게 자라는 것을 원한다면, 결국 부모도 (아이를 위해) 자녀의 교육 방향성에 대해 꼭 공부해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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