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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재미난 집콕 독서 - 느긋하고 경쾌하게, 방구석 인문학 여행
박균호 지음 / 갈매나무 / 2020년 7월
평점 :
『하나, 책과 마주하다』
'지금 뭐해요?' _라고 묻는다면 당신의 대답은?
진부하게 들릴 지도, '어우, 뭐야.'라고 할 지도 모르겠지만 아마 나는 '책을 보고 있어요.'라고 할 지도 모르겠다.
휴일일 때면, 피아노나 가야금을 만지거나 좋아하는 미드나 영화를 보는 것도 그저 일부분일 뿐, 대부분의 시간은 독서와 공부에 할애하니 '책을 보고 있어요.'라는 답변이 맞다.
그런데 그렇게 솔직하게 말하기가 참 어려웠었다.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도 있기에 그런 답변을 내놓고보면 참 재수없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더러 있기 때문이다. (경험에 의거하여, 정말 그랬다.)
예전에 아는 오빠가 통화하면서 문득 그런 말을 했었다.
'또 책 읽고 있었어?'
앞뒤 문맥을 자르고 보니 말이 좀 이상한데 살짝 부연설명을 하자면 이렇다.
통화할 때면 몇 번이고 '응, 나 책 읽고 있었어.'라고 말했었는데 약간 못미더운 눈치였나보다.
그러다 좀 지나고나서 그런 말을 했었다.
'하나는 정말 책을 좋아하는구나.' · '아, 정말로 독서량이 많은 편이네.'
그 때뿐만이 아니었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 중에 몇몇은 독서하는 것을 이해하질 못했었다.
본의아니게 재수없어 보이나해서 뭐하냐고 물을 때면 노트북 켰다고 얼버무린 적도 많았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안 읽어봐서 쭉 안 읽는 경우 혹은 어쩌다 집어든 책에서 흥미나 재미를 못 느낀 경우 등 이런 경험때문에 그런가 아닐까하고 말이다.
그래서 그 때부터 자연스레 책선물을 하기 시작했다.
공부는 그렇게 잘하면서 전공책 외에는 책도 안 보던 오빠였는데 매일 저녁 내용을 쪼개 동화책 들려주듯 책 속 이야기를 해줬었다.
그리곤 마지막 부분을 앞두고선 그 책을 선물해줬는데 1년에 한 두권 볼까말까 하던 오빠가 한달에 서너권은 챙겨 읽었으니 정말이지 장족의 발전이었다.
방의 벽면 한 곳이 전부 책장인데 이 외에도 세 개의 책장이 더 있다. 일년에 200권 이상은 읽으니 당연할 수밖에 없다.
두고두고 읽을 책들은 메모도 하고 포스트잇도 덕지덕지 붙이며 읽는 반면에 재독한 책들 중에서 (읽고난 뒤 남긴) 감상문만 봐도 충분하다 싶은 책들은 선물을 한다.
(몇 백권의 책을 읽어도 그만큼 선물을 하기에 지금의 내 책장이 버틸 수 있는 것이지. 이사가면 내 방은 '미녀와 야수'에서 나온 서재처럼 책만 가득한 방으로 꾸며보고 싶은 꿈같은 소망이 있다.)
'지난번에 선물해준 책 너무 재미있었어.' · '벌써 다 읽었어.'
그래서일까. 책선물을 하고난 뒤, 이 말을 들으면 얼마나 뿌듯한지 모른다.
뜯고 씹고 맛보고 즐기는 것들 중 하나가 책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난 활자의 힘을 믿고 있고 분명 그 힘은 어디선가 발휘되기 때문이다.
쓰다보니 서론이 너무 길어졌는데 책 또한 이런 소망을 품고 있다.
'이 책이 당신에게 재미있는 책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필요성은 느끼지만 흥미나 재미를 느끼지 못해 독서를 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교사인 저자가 독서의 세계로 안내한다.
(이분의 전작이 고전 독서법을 소개했었다고 하는데 다음 달에 읽어볼까 한다.)
인문학에 빠지면 헤어나올 길이 없다.
빠지지 못해서 못 들어가는 것일 뿐 읽으면 읽을수록 재미있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인문학'이다.
총 3부로 이루어진 『이토록 재미난 집콕 독서』에서는 가볍게, 쉽게 접할 수 있는 인문학 도서 소개를 시작으로 고전과 일상 속 인문학 도서들을 소개로 끝을 맺는다.
여기서 나온 인문학 도서들은 아직 접해보지 못한 도서들이 있어 읽는 내내 꽤 흥미로웠는데 특히나 학생들에게 건네주고 싶었다.
대학생 때, 과외 알바하면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인문학 도서들을 선물하곤 했었는데 '아! 그 당시에 이거 선물해주면 재미있게 읽었었을텐데.'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올해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수업으로 막을 열었던 고3 수험생들에게 혹은 곧 있을 여름 휴가에 편하게 그리고 알차게 읽고 싶은 이들에게 선물하는 것도 참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