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그 순간 두더지는 친구이자 조력자인 사나이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그의 뒤로는 구부러진 뿔이 마치 물처럼 부드럽게 흐르고 있었고, 익살스럽게 아래를 내려다보는 다정한 눈 사이에는 매부리 모양의 근엄한 코가 자리해 있었다. 초리가 살짝올라간 수염 달린 입에는 미소가 어렸다. 또 넓은 가슴과 잔물결 모양의 근육이 있는 팔이 보였다. 방금까지 입에 대고 불었던 피리를 든 길고 유연한 손, 잔디밭에 편하게 쭉 뻗고 앉아 있는 텁수룩한 팔다리가 보였다. 그리고 그의 발굽 사이에는 작고 동그랗고 통통한 아기 포틀리가 평화롭게 잠들어 있었다. 두더지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새벽하늘 아래 모든 것이 강렬하고 생생하고 고요했다. 살아 있는 게 분명했다. 살아 있기에 그것이 더욱 궁금해졌다. 두더지가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물쥐야, 두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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