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아시 씨는 처음에는 엘리자베스가 예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무도회에서 처음 보았을 때는 감탄할 만한 점을 찾지 못했고, 그 뒤 다시 만났을 때는 흠잡을 부분만 보였다. 하지만 그가 그녀의 이목구비에 훌륭한 부분이 없다고 생각하고 친구들에게 그렇다고 밝힌 뒤 곧바로, 그는 엘리자베스의 검은 눈동자에 깃든 아름다운 표정이 그 얼굴에 보기 드문 지성미를 불어넣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에 이어 그 못지않게 당혹스러운 발견이 잇따랐다. 그의 비판적인 눈은 그녀의 몸매에서 완벽한 균형을 해치는 문제점을 하나 이상 파악했지만, 전체적으로 그 모습이 날씬하고 보기 좋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 그녀의 태도가 상류사회와 거리가 있는 게 분명한데도 그 쾌활하고 유쾌한 장난기는 매혹적이었다.

"왜 이토록 명백하게 저를 모욕하겠다는 의도를 품고, 자신의 의지와 이성과 심지어 인격까지 거스르면서 저를 좋아한다고 말씀하셨는지 말이죠. 제가 예의가 없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게 그 설명이 되지 않을까요? 하지만 저한테는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다아시 씨도 아실 겁니다. 제가 당신에게 아무 반감이 없었다고 해도, 그냥 무심한 쪽이었다 해도, 아니 더 나아가 호감을 품고 있었다고 해도, 사랑하는 언니의 행복을 어쩌면 영원히 짓밟아놓은 사람을, 그 사람의 청혼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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