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디톡스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 내 마음속에 찌꺼기 같은 감정들이 가득할 때 그 감정들에 집중하고 되새기고 원인을 찾기보다는 내 마음에 좋은 일들을 많이많이 하는 거야.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산책을 하고 대화를 하고, 웃고, 울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찌꺼기 같은 감정들이 빠져나가고 내 마음이 씻은 듯 가벼워질 테니까.
어쩌면 애정은, 기대하던 모습과는 별 상관이 없을지도 몰라. 일단 애정을 갖고 그 대상 자체를 좋아하게 되면 마음속에 가지고 있던 기대는 큰 의미가 없더라고. 미운 점도 예뻐 보이는 게 사랑이잖아. 그러니까 미용실에 다녀온 내 머리가 기대와는 다르더라도 너무 실망하지는 말아줘. 비숑 같고, 좋잖아 왜.
사실은 인생이 이랬다 저랬다 하니까, 당연히 나쁜 일도 있고 좋은 일도 있는 거겠지만. 그래도 나쁜 일이 있을 때 거기에만 빠져들지 않고 앞을 내다보게 해주는 거잖아. 그래서 액땜은 생각보다 괜찮은 미신인 것 같아. 나쁜 일이 벌어질 때, 스트레스를 받을 때 한번 중얼거려 보자. 얼마나 좋은 일이 생기려고 이러냐악!
마음의 상처도 그렇지 않을까? 한번 아픈 일을 겪은 사람들은 작은 일에도 다시 그 상처가 덧나서 아파하곤 해. 언제쯤 이 감정이 끝나는 걸까, 결국 영원히 고통받는 것 은 아닐까, 괴로워하고 절망적인 생각을 하기도 하지. 그렇지만 몸의 상처가 아무는 것처럼, 마음의 상처도 사실 아주 조금씩은 나아지고 있는지도 몰라.
난 네가 좋으면서 싫어. 뭐든 함께하고 싶고, 웃는 얼굴이 너무 멋지고 늘 내 편인 것 같고, 너와 손을 잡고 걷는 것도 행복해서 정말정말 좋은데 약속시간에 또 늦고, 무심하게 상처가 되는 말을 툭 내뱉고 사소한 일에도 섭섭해지는 내 마음을 몰라주니까 너무너무 미워 죽겠어.
그래서 나는 너에 대한 감정을 ‘좋싫음’이라고 할 거야. 나는 너를 가장 좋아하면서, 동시에 너를 가장 미워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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