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나에게 남겨준 건 퇴직금 몇 푼과 저질 체력뿐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나에겐 끝까지 놓지 않았던 한 가닥 끈이 있었다.
어설픈 한국어로 수줍게 고백하는 어린 중국 승무원들을 보면 마카오에서의 나와 오버랩되었다. 회사가 아무리 가족 같은 분위기였다 해도 그곳에서 나는 이방인이었고 외국인 노동자였다. 그래도 힘들 때마다 좋은 기운을 북돋아 준 동료들이 있어서 비행이 즐거웠고 버틸 수 있었다.
나는 내가 그 역할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어린 친구들이 ‘세상에 이렇게 재미있는 언어가 있구나‘라고 느끼게 해 주고 싶었다. 중국어에 대한 긍정적인 첫인상을 심어 주고 싶었다. 나는 어린이 전문 강사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나는 단순히 외국어만 가르처주는 강사가 되고 싶지 않다. 나와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중국어라는 도구를 활용해 꿈을 펼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실력을 키워 주고 싶다. 내가 탑승한 이 비행기의 최종목적지는 최고의 중국어 코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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